사진 예쁘지 않나요. ㅎㅎ
두 할머니의 똑같은 꽃몸빼!
양말에도 꽃, 가방도 꽃, 윗도리도 꽃, 꽃천지입니다.
할머니들은 왜 꽃을 좋아하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몸빼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사진을 올렸습니다.
예전에 몸빼 파시는 할머니께 몸빼 얘기를 들었는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제가 재밌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시골에서 몸빼는 변하지 않는 인기패션입니다.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몸빼 찾는 손님은 늘 있죠.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몸빼만한 것도 없습니다.
과감한 색상과 다양한 무늬의 총집합입니다.
꽃무늬를 비롯해 표범무늬, 물방울무늬, 올챙이무늬, 줄무늬...
꽃의 종류만 헤야려도 수십 종은 넘을 거예요.
몸빼의 무늬도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것 아세요.
벌거지(벌레) 무늬, 별 무늬, 예비군 무늬까지 점점 더 많은 무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장에서는 그 온갖 무늬들을 두 가지로 딱 나눠버립니다.
복잡하게 안 합니다. 꽃무늬와 줄무늬.
줄무늬가 아닌 몸빼는 모두 꽃무늬로 통합니다. 꽃이 그려져 있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다양한 작은 무늬들도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할머니들이 무늬보다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원단의 종류입니다.
나이롱몸빼, 면 몸빼 그것입니다.
나이롱몸빼는 질기고 빨아서 널어놓으면 빨리 마르지만 일 할때는 땀이 차고 좀 성가십니다.
면몸빼는 편안하지만 잘 떨어지고요.
몸빼에도 디자인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밑에 단이 바지처럼 터져 있으면 몸빼바지, 바지몸빼, 그렇게 부릅니다.
밑단에 고무줄이 대진 것 있잖아요. 그것은 쏘세지 같아서 '쏘세지몸빼'라고 부릅니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것이 어찌보면 신상인데, '쫄쫄이몸빼'라고 합니다.
쫄쫄이몸빼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요.
몸빼에도 일복과 외출복이 따로 있는 것 아세요.
할머니들은 장에서 일복과 외출복을 따로 삽니다.
색깔을 따지고 모양새를 따집니다.
일복은 색깔 진한 놈을 삽니다. 그래야 일할 때 흙이 묻어도 오래 입을 수 있잖아요
외출복으로는 밑에 단이 들어가 있는 바지몸빼를 많이 사고요. 단정해 보이잖아요.
몸빼도 유행이 있습니다.
수박색 많이 나갈 때가 있고 가지색 많이 나갈 때가 있고요
예전에는 줄무늬가 많이 나갔지만 지금은 꽃이 대세입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몸빼의 가장 좋은 점은 편안함입니다.
저는 집에서 몸빼를 입습니다.
베드민턴 칠 때 몸빼만한 것이 없습니다.
가볍고 시원하고 운동복으로 그만입니다.
잠옷이요! 몸빼만한 잠옷이 있을까 할 정도로 편합니다. ㅎㅎ
그래서 지금도 시골장에 가게되면
예쁜 몸빼 없나 찾아봅니다. ㅎㅎ
아, 그래도 몸빼의 역사는 알아야하지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정리해보았습니다
몸빼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 때입니다.
1940년대 2차세계대전이 격렬해지면서 방공복과 전쟁물자 확보에 따른 노동력 동원을 위해
아녀자들의 작업복으로 선택된 의복이 몸빼입니다.
긴 치마에 저고리가 일상복이던 당시 현실에서
몸빼는 치마 속에 입는 속옷과 같은 바지를 겉옷으로 입는다는 점에서
‘고쟁이 바람’이라 하여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한국전쟁의 전시상황과 1960∼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맞물려
노동력에 적합한 간소한 옷이 요구되면서 몸빼는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여성에게 금기시 되었던 바지 착용이 ‘경우에 따라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현실적으로 여성의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면서 입기 편한 몸빼의 기능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지요.
일제의 강요에 의해 입어야 했던 ‘망측한’ 옷이
어려운 현실 극복을 위한 노동복, 생활복으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몸빼를 우리나라 근대 여성패션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는 여성의 바지 착용이라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도 햇갈리는 게
'몸빼'가 맞나요? '몸뻬'가 맞나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