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걸 바라지 않는단다 . 뱀 허물처럼 벗어던지는 옷 , 그저 그 옷 손에 들고 빨래통에 넣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그리 어렵니 ?
전교 1,2 등 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 최소한 숙제가 있으면 숙제 먼저 해 놓고 노는 정도 ,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
책보란 말도 안한다 . 하루 종일 스마트폰 들여다 보고 있으면 네 눈이 어떻게 될까봐 두렵다 . 밥먹을 때 만이라도 폰 좀 내려 놓을 수는 없니 ?
화장하지 말라는 것, 아니다 . 마스카라로 팬더곰 만들고 인종 구분 안 될 정도의 머리 염색만 피하자.
삼선 슬리퍼 신어도 좋다 . 그런데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 들어 올 때만은 갈아 신고 와라 . 동네 돌아다니다 만나면 너나 나나 서로 창피하다 .
애교 어린 딸 아들 바라지 않는다 . 그래도 뭘 좀 물으면 , 두 단어 이상으로 소리 좀 내주면 안되겠니 ? 몰라 , 싫어 , 짜증나 세트는 이미 받아 들였으니 앞 뒤 다른 단어로 두개만 연결 시켜다오. 무엇을 모른다는 건지, 어떤 것이 싫다는 건지, 왜 짜증이 나는 건지...
이마에 붙은 두세개 머리카락 , 정리 안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 제발 머리털 몇 가닥 때문에 정전기 일어날 때까지 꼬리빗으로 빗는 일 좀 하지 말자 . 학교는 지각인데 앞머리랑 씨름하는 꼴 , 아주 보기 싫다 .
교복 좀 그만 줄이자 . 스타킹인지 바지인지 , 거들인지 치마인지 구분이 안 간다 .
피곤하다며 시체처럼 누워 있던 너 , 말 걸지 말라며 문 잠그던 너 , 친구 전화에 다리가 보이지 않게 나가더라 .
그래 ... 모두 다 이해하마 .
그런데 다정하게 다가서는 엄마 , 아빠에게 이 말만은 피해 다오 .
“ 숨소리가 왜이리 거칠어. 숨 좀 쉬지 마 .”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던 내 새끼, 생일 때 마다 율동과 노래로 손뼉 쳐 주던 내 새끼, 어버이 날마다 편지 써 주던 내 새끼. 엄마 없으면 옷자락 붙들고 눈물 콧물 빼고 찾던 어린 시절 내 새끼...
남녀 구별 없이, 연령 상관없이, 군대 있으면 보내고 싶은 때가 사춘기지요. 원형탈모 걸릴 지경으로 참아 내고 허벅지 무를 만큼 버텨 내면 또 입시스트레스가 찾아 오니...
부모의 역할이란 끝이 없는 고행과 수련의 길인가 봅니다.
작성자 : 안네의일기 (스터디홀릭 학부모 회원)
출처 : http://www.studyholic.com/world/index.asp?action=read&tn=PAR_005&cate=4&idx=72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