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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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두살짜리
음식그릇을 뒤집어 엎는거.. 아이의 정말 안고쳐지는 나쁜 습관입니다.
엊그제도 훈련변기에 앉아서 간식그릇 뒤집어 엎어 제가 정말 목소리를 높였구요.
오늘 저녁 밥상에선 밥을 많이 안먹어서 남편이랑 저랑 좀 먹이려고 꼬셨던게 문제였을까요...
크게 거부 안하고 잘 먹진 않아도 그냥 먹으며 놀며 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음식그릇을 확 엎어버리는 거예요.
제가... 또 꼭지가 돌았어요. 안되는 거야 어쩌구 저쩌구를 좀 한다음에
아이를 하이체어에 앉혀두고 3분간 타임아웃을 시켰어요.
쿨한척했지만 정말 전 정말 넘넘 화가 나서 진정이 안되는 상태였어요.
막 소리지르고 때려주고 싶은걸 간신히 참고 있었답니다.
아이는 내려달라고 3분동안 내내 징징 거리다가 3불 알람이 울리고 남편이 내려주고
전 부엌에서 설걷이를 시작하고 있었구요
남편이 아이를 내려주자마자 아이는 "엄마 어마..." 하면서 부엌에있는 저한테와서 매달리는데...
제가 아직 꼭지가 돈상태라서... 막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뿌리치고 밀어내며
"xx... 음식그릇 뒤집어서 엄마 너 싫어 지금. 안아주고 싶지 않아! 저리가! 하며 막 밀어냈어요.
남편은 그런 제모습에 화가나서 애한테 그러지말라하고..
다시 곧 안아주면서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고 그러지 말라 하고 안아주고 다독여주긴했지만
그때도 제가 화가 많이 나서 겨우 이성을 찾아서 한 행동에 불과했어요.
그러곤 전 저녁내내 맘이 내내 넘 아프고 아이한테 미안하고...
근데 또 아이 행동은 어떻게해야 고쳐줄까 싶고..
자랄때 내가 잘못하면 정신을 못차리고 히스테리컬해지던 엄마도 생각나고..
오늘밤 지옥이네요..
너무 이쁘고 건강해서 고마운 우리 아이는 이제 막 두살짓을 막 할 뿐인데
엄마인 저는 정말 어째 이렇게 못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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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공원
'11.7.19 10:30 PM어머님,
제가 보기엔 아무 의미없는 감정 소모만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만 두 살 어린이가 밥그릇이나 간식그릇을 뒤집어엎는 행동은, 고쳐주어야할 나쁜 습관이나, 부모에 대한 반항, 혹은 음식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니랍니다.
그 아이는 지금 물리학 중에서도 운동역학을 공부하는 중이예요...
라고 말하면 안믿으시겠지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내 팔을 쭉 뻗으니 그릇에 손이 닿네?
손으로 그릇을 잡고 손목을 돌리니 그릇이 뒤집어지네?
그릇이 뒤집어지니 평소에 안보이던 그릇 바닥이 보이네?
그릇 안에 있던 과자가 바닥에 쏟아지는 걸?
과자는 그릇에만 담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쏟아놓고 주워먹어도 되는구나!
그릇 안에 있을 때보다 바닥에 널부러진 과자가 더 많아보여!
이것이 바로 힘의 작용 반작용을 공부하는 것이고, 시각적 차이를 인식하여 장차 피아제의 보존개념을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는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랍니다.
아이가 그릇을 엎는 것이 왜 싫으신가요?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부족할까봐 염려되셔서 그런다면, 아직은 그 걱정을 미루어두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아직 두 돌 아이에게 음식을 준비하는 농부와 엄마의 수고를 가르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혹시, 쏟은 음식 치우기와 뒷설겆이가 힘겨우셔서 그러신다면, 쏟아도 치우기 쉽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세요.
하이체어 아래에 넓게 비닐을 깔아주면 치우기가 훨씬 수월하실겁니다. 아이의 옷을 벗기거나 아주 간편하게 입히는 것도 옷버릴 염려없이 놀게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무슨무슨 학습지다, 교구다, 가정방문 선생님이다, 하면서 돈써서 아이에게 뭘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활동하는 순간을 포착해서 교육을 하면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됩니다.
밥그릇을 뒤집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에게 이것도 뒤집어보라고 다른 모양의 그릇을 더 쥐어주지는 못할망정, 아이가 이해도 못하는 타임아웃을 시키고, 엄마가 화를 내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많이 하시길 바래요.2. 김치가조아
'11.7.20 4:06 AM소년공원님, 자세한 답변 너무 감사드립니다. 님을 글을 몇번 읽은 적이 있어요.
이렇게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니 정말 반성이 많이 되네요.
근데요.. 울 아이가 앞에 놓인 음식이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일때에는 절대 음식그릇을 뒤집지 않거든요. 먹기 싫거나 뭔가 수가 틀리면 그러는 행동이라서 저나 남편이나 항상 먹기 싫으면 말하라고 그럼 안먹어도 된다고 얘길해주어요. 제가 보기엔 단순히 운동역학을 재밌게 실험하는 것보다 분명이 감정적 -공격적-인 표현요소가 있어요. 공격성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요..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거고 또 부모는 그걸 공격적으로 되돌리지않고 잘 감당해내야 함을 알고 있어요.. 근데 다른건 몰라도 음식을 그릇째 뒤집어 엎는일은 정말 제 아킬레스 건처럼 제가 감정조절이 안되는 부분이네요ㅜㅜ
다시한번 답글 감사드립니다. 쪽지를 보내려고 시도해봤느데 쪽지기능이 안돼네요..3. 소년공원
'11.7.20 5:04 AM아, 그랬군요.
아이가 무언가 불만이 있을 때만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제가 미쳐 몰랐어요.
하지만 원글에서 보면, 아이가 그닥 많이 화가 나거나 음식을 거부하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그릇을 확 뒤집었다고도 쓰셨고, 또 댓글에서 아이가 먹고싶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그만 먹도록 하고 계신다고 하시니...
아무래도 어머님께서 마음을 다스리고 감정소모를 안하시도록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혼자서 조용히 생각해보세요.
아이의 공격적 행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알면서도, 그래서 그 행동을 받아들여지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게다가 남편 분께서도 육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이시는데도 불구하고, 왜 유독 그 특정 행동 (그릇을 엎는 것) 에만 화가 나고 감당하기가 힘들까요?
혹시, 내가 정성껏 준비한 것(음식)을 아이가 거부하는 것 때문은 아닌지요?
아이가 다른 물건 - 장난감이나 쓰레기 같은 - 을 던지는 행동을 보면 똑같이 화가 나시나요?
아이에게 음식을 줄 때 (당연히 그러시리라 생각되지만), 갖은 정성을 다 해서 조리하고 예쁜 그릇에 담아서 주시나요?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거라 생각해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를 내 틀에 맞추기 보다는 (하려고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예요), 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아이에게 맞추어주려고 노력해보세요.
아참, 그리고 엄마가 화가 났을 때는 아이에게도 그걸 알려줄 필요는 있어요. 원문에서 타임아웃을 마친 아이가 매달리는 것을 밀쳐내셨다고 했는데, 감정을 자제하면서 그런 표현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즉, 소리치거나 거칠게 아이를 밀쳐내지만 않는다면,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는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너를 안아줄 수가 없어. 엄마가 화가 풀릴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줘. 그동안 아빠랑 놀거나 너혼자 놀면 좋겠다." 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엄마의 감정을 다스리고, 정말로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좀전에 엄마가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는 설명해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아마도 스스로 그릇을 엎는 행동을 자제할 것이고, 아울러,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엄마의 모델링으로부터 배울 것입니다.
아이 아빠에게도 미리 설명해두셔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아이 앞에서 부모가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조율하시는 것도 중요해요.
그럼 오늘은 이만...4. 개똥맘
'11.7.20 11:12 PM두분,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5. 김치가조아
'11.7.21 11:57 AM소년공원님, 너무 감사합니다. 맞아요. 저 아이 음식에 정성을 다 쏟는답니다. 우리 아이 다른것 이것저것 던지고 쏟고해서 엄마인 제가 수고(...)가 많지만 별 감정적인 반응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안그래도 저도 혼자서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 반조리된 냉동 식품이었다면? 아이가 음식 그릇을 뒤집어 엎는건 아무래도 다른 행동보다 제가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을 것 같긴해요. 음식이니까... 하지만 제가 장봐다가 씻고 다듬고 다지고 정성들여 요리한 음식을 엎은 것보다는 훨씬 덜 할 것 같네요. 결국 저의 정성이 완전 허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제 개인적 반응을 아이가 고스란히 당한거지요. 되새기고 갑니다.
개똥맘님, 감사해요. 아기키우기, 엄마인 제 자신의 구석구석의 적나라한 반영이라 참 어렵고도 엄숙한 경험의 나날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