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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죄와 벌

| 조회수 : 2,060 | 추천수 : 197
작성일 : 2010-02-26 00:47:41
아이가 많다 보니 한가지 잘못씩만 야단을 치려해도 하루가 짧은 것이 우리 집의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일관성을 가지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같은 잘못인데도 내 감정의 상태에 따라 부당한 정도의 야단을 맞게 되는 경우도 많게 마련이다. 생각다 못해 아이들이 빈번히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들을 심각성에 의해 나누어서 정리하고 그에 따른 벌칙도 가지런히 정리해서 거실 벽에 붙여놓았다.

가장 심한 잘못에는 남의 물건 훔치기, 기물파손, 귀가시간을 미리 말하지 않고 3시간 이상 어기는 일, 상소리, 어른에게 불경스러운 태도나 말을 하는 일, 주먹싸움 등이 해당되고, 여기에 따른 벌칙은 7일간 외출금지(피아노학원과 학교 제외), 10000원의 벌금, 기물파손 시에는 물건값을 두배로 배상, 2주간 컴퓨터나 TV 금지, 5시간 동안 집안일하기 중에서 택일한다.

중간 정도의 잘못에는 귀가시간 1시간에서 3시간 어기는 일, 거짓말, 저녁식사 전에 숙제를 마치지 못하는 일 등이 포함되고, 이에 따른 벌칙은 3일간 외출금지, 5000원의 벌금, 3시간 동안 집안일하기 중 택일한다.

마지막으로 '경범죄'에는 귀가시간 1시간 어기는 일, 10000원 이하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소지품을 분실하는 일, 오후 6시까지 애완견들의 저녁을 주지 않는 일이 포함되고 벌칙은 1일간 외출금지, 2000원의 벌금, 2시간 동안의 집안일 중 한가지로 한다.

잘못의 종류도 가족회의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정함으로써 반발의 확률을 낮추었고, 벌칙도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하니 벌을 받을 상황이 되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같았다. 집안 일을 하겠다고 고를 때에는 아이의 나이와 능력에 맞게 일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반드시 집안에 도움이 되는 일을 주어 기여도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 상자를 아래층에 가지고 내려가서 각 용기마다 스스로 분리해서 집어넣게 한다거나, 찬장의 문들을 스프레이를 뿌리며 닦게 하는 일 등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집안 일이다. 거실이나 식당 및 부엌 바닥의 걸레질이나 다용도실 청소도 초등학생들에게는 그다지 무리한 일이 아니다. 물론 엄마 마음에 들 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물장난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우성을 하며 서로 하겠다고 한다.

외출이 금지된 날에는 가급적이면 자기 방에만 있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라도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고 어쩌다 따분함에 지쳐 낮잠이라도 자준다면 모처럼 한 아이라도 조용한 오후가 되는 보너스(?)를 얻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규칙을 실행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어떤 예외도 가급적 허용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지켜지게 이끌어주어야 한다. 한 두달 정도가 지나면 저희들 스스로 익숙해져서 구태여 벌칙을 일러주지 않아도 벌금을 자진해서 지불하거나 집안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종종 있다(우리 집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벌칙은 외출금지이다).

이외에도 자질구레하게 저질러지는 각종 사건들에는 그때 그때마다 적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어떠한 실수나 잘못에도 엄마가 이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전백승은 아니더라도 엄마의 반응 속에서 아이들의 정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 유머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집에서는 식사시간에 식사기도를 잊어버리고 식사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기 방으로 가서 큰 소리로 스물 다섯까지 세고 자리에 돌아오게 한다. 아이들에게 기도하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시작한 것인데, 종종 남편과 나도 덜 떨어진 사람처럼 안방으로 가서 스물 다섯까지 세며 합창을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아이들끼리 서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일 때에는 두 아이를 서로 마주 보게 하고 "I love my sister, she's my best friend!" 라고 큰 소리로 외치게 한다. 서너 번만 고함을 지르다보면 싸우고 있었다는 것은 잊고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서로 큰 소리를 내려고 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숨도 못 쉬며 깔깔거리곤 한다.

아이들이 날마다 벌이는 기상천외한 상황에서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기지와 감정의 절제는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보배가 된다. 아이들은 충분한 시행착오와 실수를 저지를 권리가 있다. 문제는 아이들의 숱한 잘못과 시행착오를 어떻게 시정해주고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가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깨어지지 않고 마음까지 상하게 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이 부족할 때 아이들은 시정되어야 할 잘못은 기억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며 억지로 끌고가는 부모와의 깨어진 관계만을 떠올리게 된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아시스
    '10.2.26 12:15 PM

    고1,중3 연년생 두딸을 키우고 있어요, 새학기면 옷,가방,신발을 사주는데, 똑같은 디자인의
    다른색상을 샀는데도 싸우네요. 원칙을 정해 운동화는 6개월에 1개, 가방은 2년에 1개, 교복은
    3년동안 한벌이 원칙입니다. 중간에 닿거나 잃어버리면 새배돈 모은 통장에서 빼거나, 용돈을
    모아 사야합니다. 동경미님의 글에서 또 배우고 따라 해 보렵니다. 새학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가정내에서 원칙을 정해야함을 느낍니다.
    부모가 동등하게 자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게 너무 힘드네요.
    큰딸에게 80% 시간과 정성을 쏟아도 본인은 자꾸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작은딸은 욕심많은 언니에게 자꾸 양보하고, 엄마를 배려하려 노력하네요.
    엄마역할은 정말 어려워요.

  • 2. 동경미
    '10.3.1 2:39 PM

    오아시스님,
    연년생 따님들 키우시느라 바쁘시겠어요.
    물건 사는 원칙이 저희 집이랑 많이 비슷해서 웃었네요^^
    아이들에게 공평한 사랑을 주는 일이 참 어렵고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늘 실감합니다.
    저희도 넷이나 되니까 꼭같은 양의 사랑을 주어도 자기들이 느끼는 양과 다를 때가 있지요.
    엄마의 사랑하는 방식과 아이들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져야 아이들이 스스로 체감할 때에도 같은 양의 사랑을 느끼는데 그게 서로 다르면 엄마는 엄마대로 사랑해주고 있어도 아이들은 제대로 느끼질 못하는 같더군요.
    아이마다의 기질의 차이도 물론 큰 요소이기도 하고요.
    배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실행하기도 참 어렵고...엄마 노릇 정말 어렵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 3. 말랭이
    '10.3.1 4:02 PM

    저도 아이들관 의논해서 처벌기준을 한번 짜봐야 겟습니다 이글읽은뒤 아이들은
    실수할 권리가 있다신 구절이 버스안에서나 걸을때 맴돌더라구요,,

  • 4. sugar
    '10.3.3 3:41 PM

    아이를 훈육할 때 마음속으로 아차!하고 싶을때가 있는데
    아이가 실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이 그것을 내려 놓지 못하여 아이에게 야단을 칠 때
    제 기분을 조절하지 못해 아이의 잘못보다 더 크게 야단을 칠 때
    아이에게 제 기준을 들이대며 그 결과만을 보고 야단을 칠 때
    '부당하다'는 아이의 얼굴빛에서 낭패감을 느끼곤 합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문제라는 것을 느끼는 때이기도 하고요.
    일관성을 되뇌이곤 하지만 막상 흥분하면 왜 그런것은 생각도 안 나는 단어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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