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그러나 원대하게!
자율성을 강조하는 뉴질랜드의 재능교육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뉴질랜드.
이곳에서는 아이들 각자의 수준에 가장 적합한 재능교육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
또한 아이들 스스로 깨우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재능교육을 실시한다.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는 여유로움,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도록 만드는게
이곳의 교육 철학이다.
"장난감 망치가 아니라 진짜 망치잖아! 이래도 뇌는거야?"
뉴질랜드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푸른 초원 위에서 뛰어노는 양떼를 생각한다.
양이 사람보다 많은 이곳에서 8년간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이 많다.
우리 딸이 다니던 공립 유치원은 큰 마당에 모래 놀이터, 목공소, 그네, 수도가 있었다.
우리 딸이 유치원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은 콜라 병뚜껑에 못 박기와 모래에 물 붓기.
목공소에는 장난감 망치가 아닌 집에서 쓰는 진짜 망치가 있었는데 나는 아이들이 다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매일 만지고 노니까 어떻게 다뤄야 안전한지 스스로 깨우친 것 같았다.
모래도 물을 부으면 만들고 싶은 것을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을 테고, 엄마가 집에서는
못 하게 하는 물장난을 온종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꼬. 유치원 수업은 선생님이
뭔가를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것을 알아서 본인의 재능에 맞게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서 다녔던 유치원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내 딸이 뒤처지면 어쩌나 싶었다. 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영어도 배우고
글자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쉽게 사립 유치원으로 옮기지 못했다.
"상장 받기 참 쉬운 나라구나!"
이곳의 초등학교는 입학식이 따로 없고 만 5살 생일 아침에 개인별로 학교를 가는데, 그날부터 곧장
3시까지 수업을 받는다. 우리 딸은 그 당시 영어를 잘 말하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3시까지 잘 놀다가 왔다.
그리고 그림 몇 개가 그려진 게 전부인 커다란 노트에 칭찬이 가득한 스티커를 붙여 왔다.
한 주 수업이 끝나는 금요일에는 황금빛 스티커가 붙은 읽기 상, 쓰기 상, 아이디어 상, 남을 잘 도와준
상 등 각양각색의 상장들을 받아왔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잘 했을까 싶어 엄마인 나도
의구심이 들었는데, 선생님은 아이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초등학교에서의 읽기와 쓰기 수학은 먼저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실력을 진단한 다음 진행한다.
읽기는 매일 책 한권씩 가져와 집에서 읽으며, '도서관 가방'이라는게 있어서 의무적으로
매주 반별로 정해진 요일에 책을 빌려 그 가방에 넣어 오고 1주일이 지나면 반납하는 방식이다.
그때의 습관때문인지 우리 딸은 요즘도 도서관에서 책을 매주 빌려온다.
"선생님, 제발 솔직히 말해 주세요"
이곳은 교과서를 따로 구입하지 않지만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빌려 주거나 복사한 문제지를
사용하고, 진도를 정말 천천히 나간다. 아이들이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친다.
중학교에는 우리나라의 기술 같은 과목이 있는데 나무 자동차를 만든 후 바퀴를 달고 조그마한 가스통을
달아서 누구의 차가 가장 멀리 가는지 시합을 한다. 그리고 학교의 대표가 다른 학교에 가서 다시 시합한다.
자동차의 모양은 거의 우주선처럼 생겼는데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디자인한 것이 기특했다. 그렇게 하나씩
천천히 가르쳐 언제 다 가르칠까 싶지만 기본을 가르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배운다한들 기본도 못 지키고 사는 게 우리네 삶. 많이 배워 어디에 쓸까 생각하니 대학 가려고
시험 볼 때나 쓰는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알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해서 상담하러 가면 아이의 수준만을 말해 줄 뿐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말해 주지는 않는다. “뉴질랜드 전체에서 그 또래 아이들을 볼 때 당신 아이 수준이면
괜찮다, 잘 하고 있다”고만 얘기한다.
그런데 어떤 엄마들은 학교 선생님의 “잘 하고 있다”는 말만 믿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했다.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와서 그 정도 하면 잘 하는 축에 속한다’라고 생각하는 게 선생님들의 속내라나.
그래도 그 말을 믿고 여유로운 뉴질랜드 재능교육을 즐기며 사는 엄마들도 많다.
"많이 배운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구나!"
나는 대학을 졸업해 학교에서 수학 교사를 했을 뿐, 삶을 즐기려 해도 할 줄 아는 게 너무 없다.
하지만 이곳의 학교 교육은 대학에 가기 위한 지식만을 전해 주는 게 아니라 사회에 진출했을 때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세상에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심지어 고등학교 과목은 정말 다양하다. 요리 과목은 1주일에 2번 이론과 3번의 요리 실습을 하며,
패션디자인 과목에서는 파티 때 입을 드레스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가르친다. 임신 출산 과목도 있는데
실제 아기처럼 생긴 인형이 울지 않도록 돌보는 실습도 한다.
이곳에서 유치원부터 다닌 딸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세계 1위 교육 시스템이라 평가 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곳에 살면서 너무 많이 느긋해진 것일까? 아니면 내 안에 있던 경쟁의식이 사라진 것일까?
재능교육 여성잡지 Mom대로키워라 글로벌 통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