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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비평이라는 것 [2교시]

| 조회수 : 2,495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4-01-17 06:05:13
우선 어제 낸 문제의 답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솜사탕님의 절대집착적탈환성다발적 답변에도 불구하고 정답으로 인정해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막판에 참여하신 juju386님이 뭔가 답을 말할 듯 하다가 살짝 비껴갔는데 참으로 애석합니다.

"알았다"는 말은 정보(전달)에 대한 대답입니다.
"이따 물 끓고 나면 5분 후에 꺼내" - "알았어"
이것으로 대화가 성립됐고 아무 문제도 없죠?

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해" 이 말은 정보가 아니라 고백입니다.
고백에는 고백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라고.
고백을 정보로 착각했다가는 앞의 예에서 보셨듯이 엄청난 불행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 -> 답 : 수긍(접수)
고백 -> 답 : 고백

"(나도 당신을) 사랑해"라는 답을 대부분 알고 계셨듯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유형의 양식(Form)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명확히 구분하거나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그것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시나 소설, 편지, 레시피 등도 그러한 양식 가운데 하나이며,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은 양식에 따라 기대치가 달라지게 됩니다. "엣날에 옛날에~"로 얘기를 시작하면 '지금부터 옛날 얘기(사실이 아닌 허구의 양식)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며, "밀가루에 준비된 버터와 달걀을 넣고 저어준 후에~" 이런 레시피를 볼 때는 그 말미에 언급이 없더라도 "이렇게 따라 하면 맛있는 빵이 된다."는 말을 읽습니다.

이처럼 여러 양식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를 양식비평(Form Criticism)이라고 하는데, 양식을 구분하고 정의하며 그 양식이 목적하는 바를 밝히는 몇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게시판에서는 여기까지만 언급하고 한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각 단계별로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하고 연습문제도 풀어야 하는데, 게시판으로는 너무 제약이 많고, 제대로 한다고 하면 그 책의 앞부분을 옮겨놓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일반인이 접하기 쉬운 번역 입문서가 이 책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책의 대부분을, 양식비평적 관점으로 성서를 분석한 예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거리감과 함께 책값의 상당 부분을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성경을 어떻게 이해 하십니까? (G. 로핑크 저, 분도출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설명이 무척 쉽고 재미있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앞부분 80여 페이지만 봐도 개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구비문학을 공부할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공부할 게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시는 분이라면 한번 집어들만한 책입니다.

자 그럼 이것으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그럼 안녀~~~엉.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솜사탕
    '04.1.17 12:05 PM

    ㅎㅎ.. 전 애당초 답을 맞추고 말고에는 관심은 없었습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답이란 없는것이고, 잘 읽어보면, 제 말이나 다른분들 말이나 무우꽃님 말이나 모두 같다로 볼수 있거든요. 단지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이겠죠. 꼬집어 말할수 있는 단어를 썼느냐 아니면 그것을 풀어 써느냐 하는건데....
    답보다는 무우꽃님이 남자시고 하시니까.. 제 궁금증도 썼을 뿐이에요. 아울러 넓게 남자들의 환경과 이건 이거다 라고 '길들여 지는' 것에 대한 반박 아닌 반박도 조금 덧붙여서요.

    전 누가 무엇을 정의하고 구분하는것을 그냥 그대로 따라하는것을 개인적으로 달가와 하지 않아요. 주로,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면 된다고 생각을 하죠. 사람들의 숱한 말장난에 전 잘 넘어가진 않는 편이랍니다.
    하다못해 종교도.. 가끔보다 보면.. 진실로 참된것을 믿는것인지, 사람의 말을 믿는것인지... 힘들겠지만, 눈으로 보이는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가끔 영혼의 눈이라, 마음의 눈이라 하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해서만, 사람의 말에 의해서만 다 같은 사람인 한명의 주체적인 개인이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음.. 그 담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 2. peacemaker
    '04.1.17 5:02 PM

    정말..수업 끝이지요?
    무우꽃님 올리시는 글.. 재미있게 읽던 습관으로 1,2교시 읽긴 읽었는데..
    읽고 나서 머리 쓰느라..골치 아파 혼났습니다.. ^^
    나이 탓인가?.....

  • 3. 무우꽃
    '04.1.18 2:14 AM

    하하하하
    생소한 형식과 내용을 접수하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수업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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