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좀 쉬려고 했는데 재미있는 게 올라오니 근질근질한 걸 못참고 답글을 답니다 ㅎㅎㅎ
1. 콩나물콩
어렸을 때 집에서 콩나물을 많이 길러먹었는데, 저는 그냥 메주콩으로 기르는 것인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사온 집의 싱크대 밑에 웬 택배 상자가 놓여있길레 보니까, 잘잘한 콩이 있질 않겠어요? 조그만 쪽지에 "이 콩으로 콩나물을 기르면 맛있다 ....(줄줄줄)"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크기는 메주콩의 반 조금 넘는 길이(그러니까 부피로 하면 1/6) 정도 됩니다. 저도 콩나물 길러먹는 콩이 따로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콩나물까지 길러먹는 건 너무 극성인 거 같아서, 불려갖고 밥에 놔 봤더니... 한마디로 아니올시다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팔자에 없는 콩나물을 길러보기로 했죠. (이하는 어머님의 조언에 따라 한 것입니다.)
2. 콩나물 기르는 용기와 위치
마침 옆집에서 가재도구를 정리하는데 뚜껑없는 밥통과 찜통의 일부인듯한(밑부분에 구멍이 숭숭 뚤린) 용기가 보이더라구요. 그것 둘로 콩나물 시루를 대신했습니다 (위에는 구멍뚫린 용기, 아래는 뚜껑없는 밥통-물받이통)
헌 수건 빨아놓은 것을 반 잘라서 위 용기의 바닥에 깔고, 이틀 불린 콩을 1cm 조금 넘게 깐 후에, 나머지 반장으로 덮었습니다. (준비 끝!)
콩나물이 자랄 통은 물이 잘 빠져나가야 합니다. 구멍이 크면 천이 막아줄테니까 걱정할 것 없구요.(이 천은 물기만 머금고 있을 정도면 됩니다.) 바늘로 작은 구멍을 뚫는다고 하신 분은 물이 한동안 밑바닥에 고여있으라고 그러신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 그 방식은 아닌 듯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검은 천이 없다시며 차라리 햇볕 안들게 하려면 싱크대 밑에 넣으라고 하시더군요.
콩은, 햇빛을 못보는 상태에서는 자기가 아직 땅속에 있는 줄 알고 위를 향해 자라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햇볕을 쬐면 땅 위로 올라온 줄 알고 머리를 녹색으로 바꾼 후에 떡잎으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콩나물 기르기의 중요한 포인트는 물 자주주기, 햇볕 안쬐기 이 두가지 입니다.
3. 경험에 의하면 ...
콩나물은 처음 하루 이틀은 싹 나오고 자라는는 게 신기할 정도로 더디다가, 1주 가까이 되면 물 줄 때마다 쑥쑥 올라오는 게 보일 정도로 자랍니다. 따라서 너무 많이 길렀다가는 처치하기가 곤란해집니다. (제가 그 고생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아무리 적은 식구라 하더라도 우유팩에 기른다는 건 너무 적지 않나 싶네요. 콩나물이란 것이 자랐을 때(7-8일째) 하루 이틀간은 자라면 뽑아먹고 자라면 뽑아먹고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일괄 처리해야 하거든요.
우유팩에서 길렀다가는, 콩을 적게 넣으면 먹을 게 별로 없고(시장 콩나물 500원어지 정도?) 콩을 너무 많이 넣었다가는 용기가 자라는 걸 감당하지 못하게 될겁니다. 다 먹을 때까지 햇빛을 차단하시려면, 조금 여유있는 용기에서 모자란 듯 하게 키우심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콩나물 재배의 효과
어렸을 적 시골에 살았을 때, 싹 나오는 게 신기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밭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오십이 다 된 지금도, 콩나물이 자라는 걸 보니까 그때와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먹으려고 키우는 것이지만, 자녀들과 함께 키우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검정보자기를 들출 때, 콩나물의 자란 모습에 아이가 신기해 한다면 그건 콩나물보다 아이가 더 자라는 - 그야말로 신비로운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정성들여 기른 콩나물은 머리 한 톨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할겁니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겨울철 건조한 방안의 습도가 조절되는 것은 효과라 할 수도 없겠죠.
덧글 :
혹시 콩나물을 무지 좋아하시는 분이나, 남편의 해장국 땜에(ㅎㅎ) 콩나물을 상비하셔야 하는 분이 있다면, 제가 갖고 있는 콩나물 재배 세트(콩나물콩+용기 둘+수건 반장)를 배추김치(신김치면 더 좋음) 몇포기와 교환하겠습니다. (제가 요즘 콩나물 기를 경황은 물론 김치 담글 경황도 없는지라 ...)
아울러 감사의 보답으로(시외버스 뜨내기 장사꾼 버전), 석달 후에 책이 나오면 그것도 한권 얹어드리겠습니다. 쪽지에 주소를 남겨주시면 택배로 제가 먼저 보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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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콩나물 키우는 방법
무우꽃 |
조회수 : 5,180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4-01-05 20:59:00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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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래도
'04.1.6 3:51 PM무우꽃님 반가와요.
다시는 쉬지 마세용~~~~2. 은맘
'04.1.6 4:49 PM하하하하
손해보신 장사 아닌가여? ㅋㅋ
근데 무신 책 내셨어여?
흠~~ 신김치라....
저희 큰아주버님도 신김치를 무지무지 좋아하시는데
김치찌개 냄시가 나면 냉장고 앞에서 그 신김치를 지키신다는.. ㅋㅋ
이유인 즉, 저희 큰형님이 그 신김치를 김치찌개에 자주 사용하시는데..
음심솜씨가 야악간 없으신 관계로...
아주버님이 신김치를 사수하신다는.3. yuni
'04.1.6 7:17 PM맞아요 무우꽃 님의 원고를 우리들이 미리 봐서 나중에 책이 나온후에 판매에 지장(히힛~~)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무우꽃님의 글을 다시 보니 반갑네요.
앞으로는 쉬지마세용~~!!4. 키세스
'04.1.7 5:51 AM무우꽃님!
저번 글 보고 걱정됐었는데 이렇게 돌아오시니 기분이 좋네요.
신김치는 있지만 천리밖인지라...5. 무우꽃
'04.1.7 10:20 AM천리밖이 뭔 문제겠어요. 요즘이 얼마나 편한 세상인데. ㅎㅎㅎㅎ
먹은 걸로 치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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