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집주인이 좀 이상해서,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게 2달 정도 갔네요)
엄마의 성지인 다용도실 창고를 홀딱 뒤집었습니다.
예전엔 그냥 일을 '도와드리는' 딸이었을 뿐인데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하는동안 제 나름대로의 살림스타일이 생겨버렸지요!
이젠 고부간의 갈등을 이해합니다 크흑.
엄마랑의 살림스타일이 너무도 달라서 매일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며칠전엔 너 나가란 소리까지.음음.
엄마는 쓰지도 않는 물건을 모조리 쌓아두시는 쪽이고,
저는 안 쓰는 물건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싫어라 하거든요.
매주 한번 있는 재활용 수거일이면 둘이 빠지직빠지직 하며 불꽃을 튀깁니다.
분명 최근 10년간 한번도(!) 쓰는 걸 본일이 없는 희안꼴랑한 플라스틱 용기(용도조차 알 수 없음),
"이거 내놓자" 하면 그 순간에는 기가막히게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대십니다.
뭐뭐 할 때 쓸거다....나중에 뭐뭐 담아놓으면 된다....
그런데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엄마 제발!!
그래서 요즘은 분리수거일이 되면 새벽5시에 일어나서 몰래 내놓습니다.
좋은 점은......그렇게 물건이 하나둘 없어져도 모르신다는....우헤헤.
이렇게 엄마 흉을 보는건 제가 쌓인게 많아서요 흐흐.
왜냐, 그런데 제 소유의 물건은 진짜 함부로 아무데나 처박아 두시는 거 있죠 T.T
일때문에 베이킹을 몇년 손놓으면서 그걸 박스에 챙겨놓았는데
박스째로 어느날 없어졌더군요. 물어봐도 모른다시고...어딘가에 있을 거다...
하도 애타게 찾으니까 나중엔 "버렸나보다...!"헉.
결국 이번에 찾아냈습니다.
하긴 자기 물건 신경써서 챙기지 않은 제 자신을 탓하지 누굴 탓하겠습니까.
몽땅 깨끗이 소다 & 뜨거운 물로 세척하고 바짝 말려서
장터에도 내놓고 그냥 드리기도 하고,
제가 쓸 건 챙겨놓았네요.

많이도 발굴했죠?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하트형 케이크틀, 그 옆은 15cm짜리 작은 타르트틀(밑빠짐)이예요.
하트 케이크는 만들어놓으면 상당히 양이 작고, 특별한 날만 꺼내는 터라
창고 신세를 졌었나봐요. 앞으로는 자주 써주려구요.
또 작은 타르트틀은 1개만 갖고 있으면 실용적이지 못해요.
적어도 2~4개는 있어야 한번 반죽하는 김에 여러개 굽게 되고.
그래도 밑이 빠지는 틀은 참 편해서...
같은 크기로 하나 더 살까 아님 처분할까 생각중입니다.
아래는 24cm밑이 빠지는 케이크틀과 21cm짜리 무스케이크용 링이예요.
24cm는 생각보다 거대해서 잘 쓰지 않게 되네요.(달걀 6개 이상 들어가요!)
무스케이크는 냉장고에 굳힐 자리가 없어서 아주 가끔 쓴답니다.

마들렌틀을 잘 쓰게 되지 않은 이유는 정말 우스워요.
청소하기가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저렇게 12개 구워놓으면 정말 금방 없어져요!
식히는 동안 온가족이 홀랑홀랑 집어먹어서 정작 선물 못할 때도 있었고...
마들렌도 좋아하시는 분은 틀을 어개 갖추면 좋을 듯 합니다.

이건 정말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음음..
커터기, 케이크 뜨는 서버? 그리고 케이크를 깨끗하게 잘라주는 도구입니다.
다 절절히 필요했던 것인데 아주 오래전에 사놓고 잊었던 거죠.에효.
케이크 서버는 모양이 너무 예뻐서 아주 작게 부식된 부분이 서너군데 있었는데
박박 닦아서 쓰기로 했습니다.
커터기도 조만간 사려 했었는데 돈 주운 기분이예요.

닦으면서 제일 보람찼던 것들.
푸딩틀 찾으려고 무지 난리 쳤었거든요. 푸딩틀 4개 (8개중에 4개는 너무 녹슬어서 버렸어요),
잉글리시머핀틀(역시 하나는 찌그러져서 버림), 짤주머니깍지, 쿠키틀입니다.

플라스틱들은 방치하면 누렇게 변색해서 닦아도 소용없더군요.
너무 심한 것들은 버리고 이렇게 남았습니다.
깔끔한 계량스푼(일본 카이 제품이더라구요! 이렇게 좋은 걸 놔두고 이제껏 불편하게 지냈어요)과
고무주걱 그리고 케이크 위를 긁으면서(?) 모양 내주는 도구입니다. 메이드인코리아~

일본에서 고생고생해서 찾아낸 쿠키틀이었답니다.
그런데 역시 보관을 소홀히 한터라 하나는 깨지고,
가장 중요한 스누피모양 쿠키틀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또 어디선가 나오기만을 바랍니다만..
정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물건을 소유하고,
내가 정말 마르고 닳도록 쓸 것이다! 하는 확신이 드는 것만 갖고 살아야 하는데
워낙 어릴때 베이킹을 시작했다 보니 마구 사들인 흔적이 역력하더라구요.
다른 모든 물건들은 누가 "티셔츠 몇장 있어?" 하고 물어보면 바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렇게 취약분야가 있었네요.
화려한 도구나 모양틀에 현혹되지 말고 이젠 가진 것들을 이뻐하면서
열심히 정성들여 빵을 구워보려구요.
다음에는 이번에 발굴한 것 말고 평소에 자주 쓰던 도구들 한번 올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