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1월 어느날, 결혼을 앞에 둔 나는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와, 롯데 백화점에 갔다.
우연히도 그 때가 롯데 백화점 개점 3주년 즈음이었던가보다.
고객들에게 선물로 위에 있는 머그를 하나씩 주는 행사가 있었다.
그 때 받았으니, 정확히 나의 결혼 햇수와 함께 한 머그다.
12월 5일 결혼 후
여러번의 이사,
잠시 외국에 나가 있을 때, 짐을 맡겨 두었던 창고살이,
거친 사내 아이들만 두고, 잠시 부부가 집을 비우던 시절,
그 모든 걸 견뎌낸 머그다.
그래도 이 머그를 볼 때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특별한 애착도,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 공지를 읽자
화려하지도 않고, 값나가지도 않고, 우아하지도 않은 이 머그가 문득 떠오른 건 무슨 까닭일까?
그래 잘 견녀냈구나.
화려한 주목도 받지 못하면서
묵묵히 그 긴 세월을 감내했구나.
그래서 여기 있구나.
나의 30년 세월이
씨줄과 날줄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면서,
이 머그에 투영된다.
두 손으로 꼭 잡아들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머그에게, 아니 나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래
고생 많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