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아마 이런 날씨였을거예요.
평일 회사 창립기념일인가 그런 날이였던거 같아요.
친구랑 백화점 화장품 코너 앞에서 약속을 잡았었어요.
그냥 만나서 뭐할지 뭐먹을지 생각나는데로 하자고.
제가 기쁜 마음에 너무 서둘러 1시간이나 백화점에 일찍 도착했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되고 날씨도 눈이 와서 백화점이 평일치고도 한산했어요.
그때 막 화장품 메이컵쇼케이스가 준비되었는데
정말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거기다가 화장품 쪽에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저 한명뿐...
거기에 메이컵 담당하시는 분인듯 하시는 분이 제게
메이컵 해보라고 자꾸 권하는거예요.
사람들 다 보는데서 메이컵 받는게 좀 부끄러워서 소심a형이라
(약간 오픈식으로 되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 다보이게 메이컵 받게 되어서)
사양했어요.
약속 있다고 하니 몇분이면 된다고 해서 너무 권해서
너무 간절한듯 해보여서
나라도 안해주면 정말 오전에 사람 없겠다 싶어서
메이컵을 받았어요.
뭐 뭐 해도 괜찮냐고 해서 그냥 마음껏 해보시라고 했어요.
백화점 메이컵 담당하시는 분이 나보다는 잘하겠지 그리고
사람도 없는데 정 안되면 화장실 가서 지워야겠다.
생각보다 시간은 짧았고 10분 정도.... 그리고
좀 제가 괜찮아보였는데 조명이 워낙 밝아서 조명탓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래도 수고하셨다는 마음에 그냥 아이펜슬 하나 사고 친구를 기다렸어요.
근데 친구가 만나자 마자 저보고 뭔가 예뻐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메이컵 받았다고 하며 웃고 그날 지나갔어요.
그다음 날 회사가니 다들 예뻐졌다는 거예요.
뭐가 달라졌지 하루만에 성형은 아닌거 같고 다들 절 유심히 쳐다보다
오후에 한 직원이 눈썹정리를 너무 잘했다는 겁니다.
눈썹하나 달라졌는데 인상이 확 달라보인다고 자기도 어디서 했는지 묻는거예요.
그래서 백화점 이야기 해주니 정반대방향이라 자기는 너무 멀어서 안타깝다고....
당장은 모르고 회사사람들이 이야기할때도 잘 못 느꼈는데
두고 두고볼수록 눈썹이 너무 예쁘게 다듬어주셔서 그분이 다듬어준 대로만 정리하니
볼때마다 제 눈썹이 이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제가 순악질여사처럼 눈썹이 시커멓게 나서 나름 정리를 했는데도 좀 투박하게 보였대요.ㅠㅠ
제딴에는 선심베풀듯이 한거였는데
그 분 눈에는 제가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면 그렇게 권했을까 뒤늦게 부끄럽네요.
뒤늦게 가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매장에서는그분은 본사에서 나온 사람이라고만 할뿐
제가 이름을 몰라서 잘 모르시더라고요.
고마움에 화장품 몇개 샀고요.
지금은 제때처럼 그렇게 메이컵 해주는 것은 없어진듯하고
아예 예약하면눈썹 정리 메이컵을 받더라고요.
(울 딸도 저처럼 같은 눈썹이어서 예약해서 받았어요 ㅎㅎㅎ)
가끔 거울볼때마다 제 눈썹 다듬어주신 분께 고맙고 선심쓰듯 굴었던게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제 인생에 고마운 사람중 한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