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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9 부르면 병원에 데려가주는 것만 하나요?

... 조회수 : 3,061
작성일 : 2023-03-16 01:42:46
오늘 아이랑 같이 같은 단지 사는 친정 엄마네 집에 뭐 좀 갖다 주러 가는데, 
한 할머니께서 지팡이를 짚고 비닐 봉지를 하나를 들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걷고 계셨어요. 
좀 불안해 보이기는 했는데.. 그래도 거의 아파트 현관까지 얼마 안남았고 해서 저희는 그냥 지나쳐 갔고.. 
엄마네 가니까 엄마는 벌써 자고 있어서 아이랑 엄마네 올라가서 냉장고에 가져갔던 것만 두고 얼른 내려왔어요. 
그 때 들고 계신 봉지라도 들어드린다고 할 걸 그랬었나봐요. 

한 3분 있다가 내려온 것 같은데, 공동 현관 바로 앞에 아까 그 할머니가 바닥에 누워계신 거에요. 
너무 놀라서 119에 전화를 했어요. 
(맞는지 모르겠지만, 뼈가 부러지면 함부로 움직이면 안된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

119에서는 할머니께서 의식이 있는지 출혈이 있는지 등을 물었고 구급차를 보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할머니께 움직이실 수 있는지 여쭸더니 좀 잡아달라고 해서 일단 앉혀 드렸어요.
그런데, 춥다고 집에 가겠다고 하셔서 일으켜 드렸는데..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부딪치셨냐고 물어보니, 그런 것 같다.. 횡설수설 하시고..
댁에 보호자분 계시냐고 하니까, 할아버지 계시는데 못움직여서 누워계신대요.
할아버지가 사이다 사오라고 해서 단지 상가에 있는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셨나봐요. 
자녀분께 전화 걸어드린다고 하니, 딸이 서울에 있는데 못온대요.
사이다 봉지는 딸아이에게 들라고 하고, 겨우겨우 부축해서 올라가는데 거동이 너무 불편하시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119에서 아파트 입구에 왔다고 전화가 왔어요.

집안으로 들어가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집은 냄새에.. 엉망진창에.. 텔레비전은 크게 틀어져 있고.. 
방에는 할아버지가 누워서 텔레비전 보고 계시더라구요. 
할머니는 벽을 짚고 조금씩 움직이시고, 그 때 119 대원이 할머니네 집에 도착했어요.

손은 까져서 피가 좀 난 것 같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니 병원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전에 구급차가 와서 10만원 달라고 하더라.. 걱정스럽게 말씀하시더라구요.
119대원도 할머니에게 자녀분께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할머니 핸드폰으로 전화하겠다고 그러고는
저에게는 신고자분은 이제 가셔도 된다.. 하셔서 
그럼, 병원 가서 진료 받고 다친 곳 좀 치료 받는 거냐 물으니 보호자나 환자 동의 없으면 본인들은 어쩔 수 없대요.

그렇게 아이랑 저는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어요.
오는 길에 눈물이 났어요. 제가 훌쩍거리니까 애도 따라 울고.. 

저 정도면 돌봄이 필요한 상태인 것 같은데.. 
거동 못하는 할아버지 한 분과 잘 걸을 수도 없는 할머니 둘이서만 살고.. 
자식들은 서울에 있어 오지도 못한다고 하는 게.. 너무 비참하고 마음이 좋지 않더라구요.
요양원 같은 데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 요양원도 비참할까요?

무슨 이유로 자식이 못오는 건지.. (저희 사는 곳은 서울 근접한 경기도에요.)
이유가 있겠지.. 했다가도.. 화도 났다가 슬펐다가..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IP : 175.125.xxx.70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요양원은
    '23.3.16 1:56 AM (223.38.xxx.87)

    거저겠으며 저렇게 사시는분 자식들도 밥벌이 하느라 힘들어요
    괜한 감정이입도 우울증입니다

  • 2. 원글
    '23.3.16 2:01 AM (175.125.xxx.70)

    네, 맞아요. 제가 우울증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일을 겪거나 영상같은 거 보면 과도한 듯 싶은 감정이입이 너무 불편한데, 극복하기가 쉽지 않네요. 오는 길에 (초1) 아이가 옆에서 '할머니, 죽지 않게 해주세요.'하며 우는데, 아이에게 말은 안했지만 저렇게 살아도 사는 게 낫나? 저런 상황이면 가시는 게.. 하는 생각도 했어요.

  • 3.
    '23.3.16 2:10 AM (220.94.xxx.134)

    어휴 맘이 힘드시겠어요 글만읽어도 저도 남일아닌거같고ㅠ

  • 4. 우울증도
    '23.3.16 2:40 AM (223.38.xxx.142)

    전염돼요
    아이한테 좋은 기억 주산것도 아니고...위하는 척은 다 하시고 죽는게 낫다니...어이가 없네요

  • 5. ker
    '23.3.16 7:36 AM (180.69.xxx.74)

    그 정도면 두분다 요양보호사 신청 가능할텐대요
    하루 3시간씩 2 ㅡ6시간이니 청소나 가사일 정도 해주면 훨씬 나은데...

  • 6. ker
    '23.3.16 7:37 AM (180.69.xxx.74) - 삭제된댓글

    그리고 가시는게 낫단게 솔직한 맘이지만
    그것도 맘대로 안되죠 ....

  • 7. ㅇㅇ
    '23.3.16 7:40 AM (58.140.xxx.154) - 삭제된댓글

    왜 이리 못 되게 댓글 다는 사람이 많나요.

    글쓴이는 방관하지 않고 끝까지 도움주고 잘 했고, 사람이면 불쌍한 상황에 눈물나는게 인지상정이지.
    뭔 자식에게 우울증 전염에, 좋지 않은 기억에...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삶은 죽음보다 못하고 생각하는게 뭐가 어이가 없어요?
    할머니나 아이한테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 8. ㅇㅇ
    '23.3.16 7:42 AM (58.140.xxx.154) - 삭제된댓글

    왜 이리 못 되게 댓글 다는 사람이 많나요.

    글쓴이는 방관하지 않고 끝까지 도움주고 잘 했고, 사람이면 불쌍한 상황에 눈물나는게 인지상정이지.
    뭔 괜한 감정이입에, 자식에게 우울증 전염에, 좋지 않은 기억에...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삶은 죽음보다 못하고 생각하는게 뭐가 어이가 없어요?
    할머니나 아이한테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 9. ㅇㅇ
    '23.3.16 8:01 AM (58.140.xxx.154)

    왜 이리 못 되게 댓글 다는 사람이 많나요.

    글쓴이는 방관하지 않고 끝까지 도움주고 잘 했는데, 사람이면 불쌍한 상황에 눈물나는게 인지상정이지.
    뭔 괜한 감정이입에, 자식에게 우울증 전염에, 좋지 않은 기억에...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삶은 죽음보다 못하고 생각하는게 뭐가 어이가 없어요?
    할머니나 아이한테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 10. ㅇㅇ
    '23.3.16 8:02 AM (175.207.xxx.116)

    그 정도면 두분다 요양보호사 신청 가능할텐대요
    ㅡㅡㅡ
    주민센터에 문의해보세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래서 집까지 갔는데 요양보호사 신청이 가능하냐,
    주소는 어디다라고 알려주면서요

  • 11. 안 다느니만 못한
    '23.3.16 8:19 AM (59.6.xxx.68)

    댓글 정말 꼴불견이네요
    남에게 위로나 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깎아내리고 부정적 영향을 끼칠거면 그냥 입은 열지 말고 댓글은 달지 않는 것이 주변 사람에게 훨씬 도움이 되겠어요
    원글만 봐도 원글님이 그 할머님께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훤히 보이는데 거기서 우울증 전염이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부정적인 기운 전염시키는건 남이 아닌 본인이라는거 본인은 모르죠?

  • 12. 원글님
    '23.3.16 8:42 AM (121.166.xxx.43)

    애쓰셨어요.
    감사합니다.

  • 13. ㅇㄹㅇㄹ
    '23.3.16 9:33 AM (211.184.xxx.199)

    저희도 119 부른 적 있었는데
    돈 안받아요
    아마 응급실 비용을 말씀하시는 거 같네요

  • 14. 잘될거야
    '23.3.16 9:43 AM (39.118.xxx.146)

    원글님 따뜻한 마음 감사해요
    참 어려운 문제네요 노인들의 삶ㅠ

  • 15. 에구
    '23.3.16 9:46 AM (49.175.xxx.11)

    안타깝네요. 요양원이라도 들어가시는게 좋을텐데, 자식들도 뭔 사정이 있을까요ㅠ
    원글님 좋은일 하셨고 그런맘 드는것도 우울증과 상관없이 당연한건데 괜한 감정이입이라 말하는건 아니죠.

  • 16. ...
    '23.3.16 10:38 AM (123.109.xxx.246)

    주민센터에 전화 함 해보시면 어떨까요.

    돌봄이 꼭 필요한 상황 같은데
    현장 방문 후 무슨 조치를 취해줄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 17. 맘아파요
    '23.3.16 10:55 AM (118.47.xxx.112)

    저리 힘든 노부부가 남의 도움 어찌 사시나요?
    돌봄 꼭 필요할것 같은데
    너무 맘아프네요

  • 18. 원글
    '23.3.16 11:49 AM (175.125.xxx.70)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주민센터에 전화했어요. 인적사항을 알아야 찾아가는 복지센터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가서 물어봐서 알려드리면 안되냐고 했더니, 저는 가족도 아니고 보호자도 아니고 그래서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직접 주민센터로 인적사항을 전달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하래요. 일단 아이 학교 끝나고 데려오면서 관리실에 들러 보려고 해요. 119에 물어보니 어제 응급실로 이송했고.. 그 이상은 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복지센터팀 상담 받아서 꼭 도움 받으셔야 할텐데요.

    저희 아파트 임대아파트인데요. 여기 들어오려면 서류준비도 많고 여러 절차 밟아서 들어와야 하는거라..
    자식이든 누구든 그거 도와준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이랑도 연락이 닿으면 좋겠네요.

  • 19. 원글님
    '23.3.16 2:32 PM (182.221.xxx.49)

    아침에까지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제가 다 고맙네요.
    이런 상황일 때 그저 지나치지 않는 원글님의 행동에 아이한테도 좋은 교육이 됐을거예요.
    그러니 위에 이상한 댓글에 마음 상처 받지 마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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