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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토마토

| 조회수 : 7,517 | 추천수 : 3
작성일 : 2012-07-20 20:26:12


하루에  한두개 따먹기도 힘들던 토마토가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서 한번에 익어갑니다.  

푸릇해보여도 맛은 아주 좋습니다.   진짜 토마토의 맛이라는......

망할~  거의 혼자 즐기던 맛을 이젠 마누라랑 애들에게 들켰으니

이젠 당쇠의 몫은    읍따~ 입니다.

 

참 오묘한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해가 이렇게 소중한 것인데......

닭들도 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산란율이 떨어집니다.

 

일반적인 공장식양계는 항상 80%이상의 산란율을 자랑하지만

자연양계는 잘해야 40%의산란율에

덥거나 춥거나  흐린날이 이어지거나 하면

산란율율은 뚝 떨어져 20%를 밑돌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마음이 타들어 가기도 합니다.

주문한지 보름이 지났는데 하고 화를내며 주문취소를 하기도 하고......

뭐~ 그것도 내 복이고 그분의 복이니......

 

작물이며 가축이 그러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시간의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이것저것 느끼며 살아가야만

사이비농부와 같은 가벼움이 없다는거......

 

무식한 상고출신의 20대가 죽기살기로 승진시험에 매진할때

아버지가 그러셨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삶의 끝에서는 승패가 없단다'

 

전국 최연소부장이니 상무니 지점장이니 승승장구하던 어느날

미련없이 사표를 냈습니다.

제대로된 성장의 단계를 밟지못한 채소와 같았던 신세......

주변 은행권들의 파격적인 러브콜이 다 귀찮았습니다.

자아를 잃고 살아가는 무의미함이 싫었으니.

드립다 비료며 농약으로 혹은 그와 비슷한 것으로

빨리 보기좋게 맛있는 과실만 얻으면 되는 지금의 농업처럼......

 

 

 

자연농업을 스스로 터득하겠다는 노력이 올해도 꽝입니다.

닭똥을 주었더니

웃자람이 심하다는것.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구하기 힘든 닭똥이지만;공장사료 혹은 유전자곡물을 먹인 축분은

국제유기농기준에서 제외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기준을 삭제시켰습니다.  그런

축분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이비농부도 이제 철이 들 나이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작물도 닭들도 철이 들어야지  싶은 마음입니다.

 

천천히 자연그대로의 토양속에서

채소들도 그 자연의 느림과 오묘함을 체감하며 자라기를

그래서 그것을 먹는 식탁에서 자연의 이치가 되살아나기를......

 

 

혹여 유기농을 하시는 분들이 맘상해 태클걸기 없기 입니다.

이건 그냥 농업에 관한 제 가치기준을 말하려는 것 뿐이니까요.    태클이 참 무서워요~ ^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양치기소녀
    '12.7.25 7:48 PM

    정말 토마토가 싸가지 없게 맛있게 생겼네요.^^
    늘 저런 먹거리를 곁에 두고 계시는 게으른 농부님은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행복한 농부십니다.
    진심 부러워요.

  • 게으른농부
    '12.7.26 9:43 PM

    헉~ 저 99%의 범주에 머물고 있어여~ ㅠㅠ

  • 2. 누고야
    '12.7.26 9:50 AM

    ㅋㅋㅋ 진짜 싸가지 읍게 맛있게 생겼어용..ㅋㅋㅋㅋ 마눌님과 애들님께 들켰으니 어쩌면 좋아용 ㅋㅋㅋ

  • 게으른농부
    '12.7.26 9:44 PM

    룰을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두개씩만 먹기....... 그리고 나머지는 달구들에게 주기로...... ^ ^*

  • 3. 보리피리
    '12.7.26 12:21 PM

    훕, 저렇게 싸가지옵는 토마토는 첨보네요~~

  • 게으른농부
    '12.7.26 9:44 PM

    죄송합니다.

  • 4. 강혜경
    '12.7.26 4:26 PM

    지대로 나무에서 익어서 쩍쩍 갈라졌군요

    친정집에 가면 엄마가 심어놓으신 토마토도.....저리 익었을텐데...

    농부님이 진정한 농부이십니다~~~

  • 게으른농부
    '12.7.26 9:47 PM

    친정...... 너무 그리운 단어......
    자주 가셔요.

    올초 엄마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고는
    마누라더러 자꾸 친정 찾아뵈라는 말이 입버릇이 되었습니다.

  • 5. 그럼에도
    '12.7.30 5:16 PM - 삭제된댓글

    ^^ 각고의 애씀 끝에 은행원의 꽃이라는 지점장까지 오르셔서 미련없이 사표를 내던지시다니
    참 쉽지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결심과 용기가 놀랍습니다.
    농사 일은 특히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더라구요.
    게으른 주인도 아랑곳없이 저렇게 열매 맺고 익어가는 채소랑 곡식들이 고맙고 이쁘지요?^^

  • 게으른농부
    '12.7.30 6:16 PM

    덜익었으니 그럴수밖에 없었죠.
    아직도 익지못한 상태입니다. ㅠㅠ

  • 6. 민지맘
    '12.9.8 1:01 PM

    알밤으로 유명한 곳에서 농부님의 정성들인 자식같은 농산물을 맛보고 싶네요
    저도 태생이 시골이라(초등학교때까지)텃밭의 무. 배추, 상추, 부추...참 좋아라 합니다.
    비슷한 시절을 겪어서 인지 농부님의 글은 저의 정서와도 많이...닮아있는 듯 합니다.
    퇴직후 텃밭가꾸면서...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꿈꾸며...

  • 게으른농부
    '12.9.11 9:03 PM

    에휴~ 올해 농사는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릴적 어머니가 해 주시던 밥상이 너무 그립습니다.

    이제 농사3년차에 1년에 한두차례 ......
    하지만 간절히 원하거나 혹은 마음을 비우거나..... 따위에 관계없이......
    농민은 참으로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는 모양입니다.

    저는 반쪽도 않되는 얼치기이지만
    진짜 자연농업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기회가 되신다면 그분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맛보셨으면 싶습니다.

    자주재배카페라던지 내마음의외갓집 진이네민박......
    요한이네 닭장...... 둘러보시면 저같은 사이비가 아닌 진짜 농부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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