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아내와 함께 농장에서 내려오는 길.
동네 할머니께서 차를 세우십니다.
길에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털퍼덕 앉아 계셨던 콘크리트 길바닥에 습기가 ......
그리고는 뒷춤에서 내어주시는 옥수수 몇개.
"줄거라곤 이거밖에 없어. 올핸 힘들어서 감자도 못심고......"
우리도 옥수수 잔뜩 심었어요 소리가 목에서 걸려버리고......
그리고는 다른 손에 들고 계시던 옥수수를 보여주시며
"이건 저 뒷차 색시 줘야 혀~ 저 색시도 얼마나 고마운지"
차마 마다할 수가 없습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노부부께서 농사일을 하시는
특히나 간질을 앓는 큰아드님과 손녀까지 챙기셔야 하는......
뭐 가을에 밤 줏으면 몰래 한자루 마당에 던져 놓으면
옥수수 빚 갚는 꼴은 되지 싶어 내려오는데
뒤따라오던 마누라도 어쩔수가 없나 봅니다.
천천히 내려오며 아내의 눈치를 보니 마찬가지인듯......
큰길에 접어들어 갓길에 차를 세우며 아내의 차를 세웠습니다.
자기도 옥수수 받았냐?
엉~
조금은 침울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오늘은 조금 걱정이 앞서는......
새벽부터 낫을 싹싹 갈던 어떤 정신나간 사이비가
달구들 먹일 풀을 베다가 손가락 인대를 자르고 말았습니다.
새벽부터 응급실에서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이제 본격적인 농번기를 걱정하고 있던 차였으니......
오늘은 닭먹이도 아내가 배합을 했습니다.
칭칭동여맨 붕대때문에 손이 들어가는 고무장갑이 없으니......
당장 닭먹이도 고민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겠지만
닭들의 상태에 따라 배합비를 조금씩 달리해야 합니다.
청치를 중심으로 산야초효소니 뭐니 해서 총8가지 배합에
필요에 따라 쑥, 질경이, 솔잎 등등등
닭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먹이를 감으로 때려잡아 먹여야 하는데......
어쨌거나 오늘은 아내가 마님의 지위에서
향단이로 바뀌었습니다. ㅠㅠ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아이들과 함께 껍질을 벗겨 삶은 옥수수.
엉성한 녀석도 있고 덜 여문 녀석도 있지만 맛은 참 좋습니다.
아이들과 앉아 금새 한접시......
"여보. 동네 어른들이 자기랑 나랑 부부인지 잘 모르시나봐"
"당연하지. 자기는 겉늙었고 난 젊었잖아~"
에라이 싸가지~
어쨌거나 돌아가신 부모님이랑 연로하신 장인장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느닷없이 청구서 들이밀던 친구녀석들 얼굴......
"얌마~ 농사일 끝났으니 어르신들 여행이라도 며칠 보내드려야지~"
에이 도둑노무시키들 하면서도 웃으며 몇푼 보탰던 기억들이......
올가을에는 밤수확이 끝나는대로
노인정에 얼마라도 보태야 겠습니다.
작년부터는 당최 어디 놀러간다 말씀도 없이들 다녀오시고
올해는 먼저 선수를 쳐야지~
그나저나 엉성한 모양새의 옥수수가 왜 이리도 꿀맛인지
지금도 붕대감은 한손에 비니루봉지 씌운 옥수수가 입으로 향하는 중이라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