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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필사적으로 꼴리기를!!

이번주말은 조회수 : 487
작성일 : 2010-10-23 18:56:03
필사적으로 꼴리기를

詩 박노해


남자들은 위엄을 잃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의 여자들은
남자의 전투성을 지니게 되었다

여자들은 깊이를 잃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의 남자들은
여자의 유약함을 지니게 되었다

슬픈 일이나 좋은 일이다

여자는 남자의 과거가 되지 말기를
강인한 깊이로 새롭게 빛나기를

남자는 여자의 과거가 되지 말기를
부드러운 위엄으로 새롭게 빛나기를

그리하여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답기를

결코 같아지지 말고 닮아가지 말기를
서로가 다름으로 필사적으로 꼴리기를


박노해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91쪽

----------------------------


남은 주말 필사적으로 꼴리시길 바라며
박노해 신작 시집 읽다가 하나 올려봅니다^^
540페이지 중에 304편의 시를 하나씩 읽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시'는 정말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10년 전에 본 드라마
10년 전에 본 영화
10년 전에 본 소설책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기억에 남는 영화 한두편 정도..

더 자극적인 뉴스,
더 자극적인 영상을 봐도
이제는 차가운 바위에 바늘을 꽂는 듯..
그저 무덤덤할 뿐이지요..

그런데 내 가슴에 꽂힌 시 한편은 평생을 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을 때..
그때 내 가슴을 후벼판 시 한편이
내 삶의 잣대가 되어버렸으니..

<노동의 새벽>으로 가슴이 뛰었고
<사람만이 희망이다>로 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그리고... 박노해의 12년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사라져만 가고있는 내 젊음, 내 열정, 내 인생을 다시 붙잡아 놓고있습니다.

좋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거짓 희망이 몰아치는 시대에
시집을 읽는자는 아마 무서운 사람일 거예요.

내 삶의 경전과도 같은 이 시집을 만난 이후로
차가워진 내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했으니까요..
IP : 124.49.xxx.1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82의 남자
    '10.10.23 8:43 PM (114.206.xxx.143)

    얼마전 라디오 박해진이 만난사람(?)이라는 코너에서 박노해의 목소리를 듣고 ~
    그래 우리 그런시절이 있었지하고 저도 지금 시집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네요^^
    .
    .
    글을 참 잘쓰시네요... 좋은시^^ 마음에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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