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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시어머님 생신날..

단비 조회수 : 715
작성일 : 2010-09-06 15:13:38
오늘이 2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신날입니다.
돌아가신 분에게 생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참으로 울적하네요.
저는 열여덟해를 시어머님과 같이 살았더랬습니다.
시아버님과는 열 일곱해...
시부모님과 제가 뭐 그리 돈독하고 애정 넘치는 사이였겠습니까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자니
합가해서 사는 남들이 겪는 괴로움, 고통, 어려움은 마찬가지로 다 겪었지요.
어떤 날은 좀 숨 쉴만 하고, 어떤 날은 힘들어서 미칠 것 같고
어느 날은 사이좋게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 하고, 또 어느 날은 말조차 하기 싫어
냉랭한 얼굴로 지내기도 했지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느낌...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다는 생각....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세월이
3년전에 아버님, 일년 만에 어머님......정말 거짓말처럼 훌쩍 떠나버리시더군요.
막상 돌아가시니 저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고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니 생활의 편안함은 죄송할 정도로 느껴지지만
부대끼며 산 깊은 정도 참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네버!! 네버!!를 외치겠지만
그래도....그래도 그 분들이 못견디게 그리울 때가 많네요.
일년에 한, 두번만 다시 돌아오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 정말 잘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두 분 어른을 돌아가실 때까지 모신 것만으로 무슨 크나큰 숙제를 다 한 사람처럼
남편, 시동생, 동서, 시누이 등등 시댁식구들에게 칭송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저를 보는 눈들이 모두 따뜻하고 제 의견은 존중됩니다.
같이 살 때의 그 내색하지 못했던 괴로움은 간 곳이 없고
이제 이 모든 것이 저희 시부모님이 주고 가신 선물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젠 아들도, 딸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시어머님의 생신....
맏며느리인 저만이 생각하고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립니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아버님, 어머님.  잘 계시지요?
그런데...다시 산다면 그렇게 안 살고 싶답니다.
살아계실 땐 같이 사느라 말할 수 없이 고단했고
돌아가시고 나니 또 생각이 나서 괴롭습니다.
그래서....다시 태어나 다시 두 분의 며느리가 된다면
이젠 같이 사는 것은 정말로 안하렵니다.
IP : 210.116.xxx.8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9.6 3:26 PM (111.65.xxx.81)

    시어른이 돌아가신 집 며느리는 원글님같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뭐 금방이더라고..
    돌아가시고 나니 후회되더라고...
    끝나고 나니 그러신 거죠.

    하지만
    모시고 사는 수많은 며느리들은 너무나 힘들어 하더군요.

  • 2. ㅇㅇ
    '10.9.6 3:46 PM (122.35.xxx.106)

    그렇죠?
    살아계실땐 내게 기댈려고 하신다고 생각되어 지겨워져서 미움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떠나시고 난뒤 어머님이 제게 언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살면서 맑았다가 흐렸다가 천둥치고 벼락치고 바람불고...
    20년 그렇게 살면서 서로의 눈빛만봐도 마음을 읽을수있게 통했던거지요.
    지금 제가 힘이드니 더 그립답니다
    살아계셨으면 누구보다 위로가 되었을텐데하고 말이지요
    저도 베란다에서 화초들이랑같이 해바라기하면서 하늘보고 속삭였습니다
    그곳에서 안녕하신가요?하고 말입니다

  • 3. ...
    '10.9.6 4:50 PM (59.9.xxx.56)

    그래서 저도 같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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