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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소식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알게 되네요.
...... 조회수 : 2,202
작성일 : 2010-08-15 11:09:51
고등학교 때 했던 첫사랑.. 제가 많이 좋아했던 남자아이였죠..
우연히 대학교 졸업반 때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했어요...
취업 때문에 고민도 많고 집안에도 복잡한 일이 있어 기대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던 시절이라
그 아이한테 많은걸 기댔어요.. 그런 저를 옆에서 많이 잡아주고 제 이야기도 많이 들어줬구요.
그 친구랑 3년쯤 만나다가 그 아이 집의 가정사를 알게 됐죠.
누나만 넷.. 막내인 그 친구... ㅎㅎㅎ
처음에 사랑할 때 그런 조건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저도 현실(?)에 눈을 뜬 것 같아요.
누나들과 처음 소개받는 자리... 저보다 20살쯤 많은 엄마뻘의 큰 누나는 제게 참 잘해주셨어요.
다른 세 명의 누나들도 모두들 한참 늦둥이로 태어난 동생의 여자친구라며 살갑게 대해주셨는데
전 누나들을 만나고 온 뒤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누나 넷... 미혼인 30대 중반 누나를 제외하고 세 명의 누나가 모두 이혼한 상태였어요.
어머니 아버지는 남쪽 저 어디에서 농사를 짓고 계셨고.. 그때 이미 70이 넘으셨었죠...
이혼한 누나 집에서 조카들과 함께 살던 그 친구....
제가 취직한 몇 년 후 취직했는데 누나한테 생활비라고 월급의 반 이상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늘 싸우게 됐고, 그러다가 결국...
제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저도 마음이 안아픈건 아니었어요.. 오래 만났던 친구라 정도 많이 들었었고.....
헤어지고 1년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정말 폐인처럼 살았죠.. 직장 집만 왔다갔다 하면서....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잠깐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남편도 나쁜 사람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집에 평범하게 자라온 사람이었거든요....
얼마 전에 아이를 낳으면서 한 육아까페에 가입했어요...
매우매우 큰 ...육아까페인데....
오늘 새벽에 천둥번개에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있다가 자는 아이를 두고 컴퓨터방에 와 컴을 켰어요.
육아까페를 돌아다니는데....
어떤 아기 엄마가.... 돌사진 찍었다면서 슬라이드 형식으로 사진을 올렸더라구요..
별 생각없이 그 글을 보면서 사진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넘 이쁘네... 아기 엄마도 참 애엄마같지 않게 어려보이네.. 20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하면서 보는데.... 갑자기 등장한 아기 아빠 모습.. .....
정말 깜짝 놀랐어요....... 헤어진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 머릿속에 그대로 박혀있는 그 친구.... 5년 전의 그 모습보다 살만 조금 찐 듯한 모습...
아이와 아내를 안고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에서 웃고 있는 그 친구.....
시간이 멈춘 것 같더라구요...
몇 분이나 멍~하게... 그 글 속에 있는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 글 올린 애기 엄마가 쓴 글들을 찾아봤구요...
........
그 애기 엄마가 푸념식으로 올린 글이 참 많더라구요....
그 친구 이야기....시누 이야기....
나이 드신 시부모님 이야기.....
....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때까지 그 글들을 보면서.......
세상 참 좁구나~ 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가끔 남편이 속 썩히면 그 친구 생각이 났었는데 ....
이제 안날 것 같아요............. --;
IP : 175.124.xxx.17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8.15 11:25 AM (221.164.xxx.151)저도 유명한 인테리어카페에서 한창 놀때
아기안고있는 신랑을 올린 분이 있었는데
바로 저랑 결혼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남자애였어요
각자 사귀는 사람있고 걍 친하게만 지냈던 무리 중 한사람이었는데
결혼 후엔 연락도 없는 상태인데
오랜만에 카페에서 보게 되서 넘 놀랐어요
저역시 그아내별명으로 검색해서 이런글 저런글 읽게 되었는데
그 후부터 인터넷에 사진올리면 얼굴은 무조건 가리게 되었죠2. w
'10.8.15 11:40 AM (124.54.xxx.18)저도 윗님처럼 세상이 좁다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우리 가족 얼굴 사진은
절대 일촌공개나 비공개입니다.
걸러걸러 알다보니 알껀 다 알겠더라구요.
어찌보면 맘이 편하기도 하고.3. 세상
'10.8.15 11:43 AM (121.131.xxx.125)정말 재미있네요.
4. 아~~
'10.8.15 11:59 AM (58.148.xxx.169)너무 아련하네요...
영화같은 우연이...현실에서도 존재하네요.
알길이 없는 첫사랑의 소식이 너무 궁금한 저로써는...그런 우연조차 너무 로맨틱하게 느껴지는군요....5. ..
'10.8.15 2:02 PM (221.160.xxx.53)그렇게라도 소식을 알수있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한사람 있어서
좀 부럽네요.6. 50
'10.8.15 2:56 PM (114.206.xxx.215)겨우 5년인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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