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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여행 이야기 (부제 : 남들 다가는 여름휴가도 못가는 자영업 남편의 아내들에게)

옛날 옛적에 조회수 : 481
작성일 : 2010-08-11 16:28:40
옛날 여행 이야기


이 글을 읽으신후 뭐야 이건 제자랑을 늘어놓았군 하실 분들도 있을 것같아
살짝 염려도 되지만 써봅니다

뜨거운 여름 날이면 가게들이 대부분 장사가 안됩니다
몇몇 업종을 제외한 거의 다 그렇다고 봐야지요
그렇다고 가게를 닫고 휴가를 갈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하루라도 문닫으면 혹시나 손님이 올까봐
그리고 닫은 다른 가게에 온 손님이라고도오니까요
가게 임대료와 직원월급을 포함한 기본 경비를 생각하면 휴가를 못갑니다
일년중 하루도 문 못닫았습니다

앗!
요즘 젊은 분들의 마인드는 틀릴수도 있겠네요
(저는 50대초반이어서)

여름방학이 가까워오면  먼저 아이들 기색를 보면 다른 집들은 자가용타고 휴가를 간다 또는 수영장을 간다
또는 캠프를 간다.심지어 해외여행을 간다 하는데 아이들이 풀죽어 옵니다
어찌 안그렇겠습니까  
엄마인 나도 주위 아줌마들끼리 옆에서들 이야기 하면 기가 죽어서 암말 못하고 우물쭈물...


밤에 퇴근한 자영업하는  아빠는
땀에 젖어와서 쉰내를 풍기며 씻지도 못한채 허겁지겁 저녁을 먹으며
오늘 가게에서 라면끓여 먹을때 김치 다먹었으니 낼가져 가야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초등학생이라도 차마 우리는 왜 휴가 안가요 말을 아빠한테 못합니다

방학내내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피서하고 학원다니고
유일한 여행이라고 교회어린이 캠프를 다녀옵니다 (참고로 그때 교회신자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일기장에 쓸 집떠나서 다른 곳에 간 일기거리가 생겨서 온 가족이 기뻐합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공공 도서관이 없어서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읽었는데
이사한 이동네는 도서관에 가면 되니 덥기도 하고 갈곳도 없는
아이들과 엄마는 마침내 매년 도서관의 다독상까지 받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갑니다

아빠가 큰 마음 먹고(역시 가게는 못닫습니다  )
백제 문화권의 정수인 공주와 부여을 갑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가는 교육여행이라지만
첫번 가족여행이라 아이들의 부모도 설레이는 맘을   감추지 못한채
자가용없는 가족들은 고속버스 시외버스 시내버스 갈아타며 백제고도를 다닙니다
여관방에서 가져간 전자모기향을 켜놓고  벽에 얼룩진 모기 잡은 핏자욱을 보며
역시 우린 준비를 잘해왔다고 좋아합니다
일기 거리많이 생기고 더운데 걸어 다녀도 아이들은 힘든줄도 모릅니다

그다음해 또 아빠와 가족들은 신라 문화권의 경주를 갑니다

그전해와 똑같이 가지만 이번에는 경주에서
새벽부터 다니는 것이 시원하고 시간절약이 될것같아서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갑니다
넘빨리와서 시내버스가 안다녀서 시내버스 첫차 기다리다가 모기한테 엄청 물립니다
그때 경주의 모기가 얼마나 지독하던지 둘째는 그때부터 모기 알러지가 생겨버립니다  
모기한테 물려서 퉁퉁부운 팔다리를 해가지고 첫차타고 첨성대를 가고 석빙고를 가고
그리고 경주를 곳곳을 보고 그렇게 그해 여름 여행을 다녔습니다

다음해 아빠는 친척한테 구한 양양콘도의 예약권을 가지고
가족을 이끌고 강릉문화권을 향했습니다

신사임당과 율곡선생의 발자취를 더음으며 난생 처음 콘도라는 곳을 갔습니다
큰 아이가 작은아이에게 말합니다
야. 우리 콘도 처음 온것같이 하지마 !  라고 합니다.  
사실은 엄마도 처음인지라 속으로 얼떨떨합니다

아이들 초등학교때 갔던 가족 여행 세번 입니다

어찌나 좋았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어디가본 이야기 할수 있었던것이 정말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시절 지나면서 다같이 겪은 궁핍함, 이따금 사먹은 수박의 추억들이  
우리 가족을 살아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같습니다

항상 어려움은  어떤 형태로건 우리 인생을 따라 다니지만
이런 기억들이 힘을 내게하며 그때도 살아냈는데 하면 지금건 아무것도 아니야 합니다

적당한 헝그리 경험이 자기들을 잘 되게 했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만 경험에서 배우는 건 아닌가 봅니다

날씨는 덥고 달랑 선풍기에 의지하며 휴가못가는 젊은 엄마들

힘내시고 덥더라도 아이들 가끔씩 안아주세요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며 저도 마음의 지옥을 많이 겪었지만
세월이 흐르니 아이들이 커지듯 살림도 커지니
힘내시고 더위에 지치고 돈에 쪼달리는 남편 격려해주세요

아이들과 남편은 격려하는 대로 크는 것 같아요
IP : 112.152.xxx.17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8.11 4:38 PM (218.152.xxx.240)

    멋진 글이네요

  • 2. 진정 어른
    '10.8.11 6:42 PM (121.141.xxx.55)

    오늘 좋은 글 읽었네요~
    잔잔한 글에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 3. 저 어릴때
    '10.8.20 3:13 AM (125.177.xxx.79)

    생각이 납니다,,
    아이들은 이런 향수를 먹고 어른으로 자라나는거겠지요,,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고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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