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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려고 면접보며 겪은...17년 전 이야기

만약 그때 조회수 : 1,166
작성일 : 2010-08-06 15:30:53
저 올 해 4학년?됐구요 ... 아이들 열심히 키우며 사는 전업인데요.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텐프로 아가씨 일기라는 것도 읽어봤는데

어쨌든 전 너무나 평범하고 눈에 안띄는 - 학생 때나 지금이나 그런데요...

제가 비서일에 관심이 많아 전공과 상관없이 그쪽으로 취업을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아는 선배 언니가 중견그룹 사장 비서실에 있으면서 여의도 모모모 그룹 회장실에서 사람 구한다는 얘길 듣고

면접 자리를 알아봐 줬어요.

구비 서류며 미리 보내고 약속한 시간 맞춰 깔끔하게 입고 찾아갔는데

의외로 회장님이란 분이 넘 젊어서 놀랬지요.

의례적인 질문과 대답... 서류들 훑어보시고... 전 긴장해서 앉아 있고...

다시 연락 주겠단 말씀과...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인데 제가 다니는 학교 지나 가야 한다고

학교 앞 까지 태워다 주겠다시네요.

4학년 2학기 말이라 학교 도서관에 자리 맡고 공부하던 때라 감사히 타고 왔지요.

그 이후로 넌 입사 결정됐다. 언제부터 출근해라는 연락은 없고

계속 회장님이 보자시는 다른 비서를 통한 연락만 오는데

회장님 지인이 하는 bar로 오라고 하기도 하고

회사로 오라고 했다가 강남역 가라오케로 델꼬 가기도 하고

자기는 술을 못 마신다고 저만 따라주며 자기 가족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하고

노래는 안 부르면서 계속 가라오케 반주는 틀어놓고 블루스를 추기도 하고

장난처럼 가볍게 스킨쉽을 하기도 하고

여자 화장실은 룸 밖에 하나 있지만 남자 화장실은 룸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스킨쉽 좀 하다가 넵킨 왕창 들고 화장실 다녀 오기도 하고 글더군요.

집이 신도시여서 심야버스 타고 가야 했는데 위험하다고 모범택시 불러 태워주며

차비하라고 5만원, 10만원 꼭 신권으로 줬는데

차비는 제 돈으로 내고 그 돈은 차마 쓰기 뭐해 그냥 모아 두니 것두 제법 돈이 모이더군요.

하여간 만날수록 이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근데 어느 순간엔 취업 하지말고 이렇게 놀아주고? 용돈 받고 살아볼까도 싶은 생각이

한번도 안 들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때 사귀던 남친한테며 가족들한테 자꾸 비밀이 많아지고 여러가지로 옳은 일이 아닌 거 같아

회장님께, 전 이 회사에 입사하지 못할 거 같고 이젠 연락 안하셨음 좋겠다...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받았던 돈, 신권 그대로 봉투에 넣어 만나기로 한 가라오케 데스크에 전해달라고 돌려 줬지요.

그땐 핸드폰이 아닌 삐삐 시대여서 회장 비서실 번호며 회장실 직통 전화번호 엄청나게 찍히고

음성 사서함에 숱하게 녹음되더군요.

솔직히 너무나 평범한 대학생인 제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인터넷도 활성화 안된 시절이라 모모모 그룹과 회장님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진 못했지만

지금도 가끔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그분 기사나 가족 이야기 보면 그때 들은 이야기가 맞더라구요.

만약 그때 취업을 안하고 계속 그 회장님과의 만남을 더 유지했더라면 지금 나의 인생은 어찌 바뀌었을까

오늘은 문득 그때 일이 생각나고 궁금해지네요...
IP : 211.178.xxx.24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람
    '10.8.6 3:47 PM (125.187.xxx.175)

    나름이겠지만 돈 있으면 딴생각들을 하나봐요.
    오래전에 여름방학동안 잠깐 작은 출판사에서 알바 했었는데
    보통은 식사를 직원분들과 같이 했거든요.
    근데 하루는 사장님(완전 할아버지)이 같이 밥먹자 하시더군요.
    콩국수집에서였는데
    예전에도 종종 여대생이 알바를 했다는 둥
    가끔씩 밥이나 같이 먹고 하면 용돈을 두둑히 줬다는 둥 그런 얘길 하시더군요.
    제가 그쪽 방면으론 좀 둔해서
    그냥 그러시냐고 하고 말았더니
    며칠 후에 짤렸어요. ㅎㅎ
    나중에야, 아 그런 뜻이었구나
    코딱지만한 출판사의 호호할배 사장도 사장이라고 그딴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곱게 늙어야 겠다...생각했습니다.

  • 2. @.@
    '10.8.6 3:47 PM (115.178.xxx.253)

    원글님 계속 나가서 만났다는거네요.
    거기서 멈췄으니 다행이지만 아니면 세컨드 라는 소리듣고 사셨겠네요.

  • 3. 소설같군요
    '10.8.6 4:28 PM (115.143.xxx.72)

    흠냐;;;;;
    어쨌거나 잘하셨어요....
    아...남자들은 왜그런걸까요....여자들도 높은 자리에 있으면 저러고 놀까요? ;;;;;

  • 4. 원글
    '10.8.6 4:41 PM (211.178.xxx.240)

    그러게요...
    전 취업을 하고 싶고 상대방은 그걸 결정하는 갑과 을같은 관계여서
    취직되나 싶어 나가고 나가고 했던 거 같아요.
    꽤 일찍 결혼해서 큰 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여전히 잘 나가시더군요. 근래 사진 보니 제법 나이드신 티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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