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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용서 그리고 내려놓음

... 조회수 : 905
작성일 : 2010-07-25 03:30:18
해결되지 않은 인간관계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결자해지. 1월이 가기 전에 내 영혼을, 내 뇌를,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줄 몇 가지 미션을 정해 훌훌 털어버리기로 하였습니다.

지난해 말에 한동안 애정을 쏟았던 인간관계가 한순간에 틀어졌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문제가 늘 그렇듯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서 원상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단단히 마음을 닫고 있는 상태라 더 이상 다가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내 쪽에서도 손쓸 방도가 없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할 만큼 했다’ 하고 돌아서버렸습니다.  

그렇게 돌아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마음이 풀리지가 않는 겁니다. 그럴 때 있습니다. 뭔가 대단히 중요한 걸 놓쳤다는 느낌. 손에 잡힐 듯하다가 끝내 달아나버리는 어떤 생각.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아서 뒤통수가 가려운 이물감, 분명히 끝난 관계인데,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미련….

고민 끝에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난 감정이라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마음에 남아 있는 거라고, 그 에너지를 털어내지 않고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테니 잘 풀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 닫고 있는 상대에게 섣불리 다가갔다가 거절이라도 당하면 저 역시 여지없이 상처를 받을 것 같습니다.


오해로 얽힌 관계에 화해의 손 내밀기

그래서 편지를 썼습니다. 언젠가 상대방의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그때 저의 진심이 전달될 거란 일말의 기대를 품고서 말이지요. 마음을 내서 누군가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 게 얼마 만인가 싶어 내심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나니 가슴에 묵직하게 얹혀 있던 것이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프레드 리스킨 교수는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묵은 감정 털어내기

내친김에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해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긴 친구. 뜬금없이 전화해서 “이번 한 주가 나의 인간관계 회복 주간이야. 그때 미안했어. 그러려던 건 아닌데, 내 맘 알지?” 하고 먼저 마음을 열어봅니다. 수화기 저편에서 처음엔 어색해하고 머뭇거리더니, 그때 진짜 서운했었다고, 연락 줘서 고맙다고, 언제 밥이나 한 끼 먹자고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전화를 끊고 나자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쉬운 걸, 왜 이제까지 끌어안고 살았나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발목 잡힌 관계 청산하기

이번엔 울리는 휴대폰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합니다. 받을까 말까 망설여지는 사람. 늘 자신이 필요할 때만 전화해서 마음 상하게 하는 사람. 만나면 반갑기보다 씁쓸한 뒤끝만 남기는 사람. 한번 맺은 관계를 끊는 것도 미안하고, 일방적으로 관계를 청산하는 것도 사람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 어영부영 이어오고 있는 관계. 그런 관계를 도대체 왜 지속하느냐고 자문해보면, 맞습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로 합니다.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욱 충실하기로 합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만큼 낭비되는 인생은 없을 테니까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장문의 편지를 보낸 상대에게서 한 달 만에 답장이 왔습니다. 그러려던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바로 답장을 하지 못했다고, 편지 고마웠다고 말입니다. 마음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이제부턴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마음이 던지는 어떤 징후들에 더욱 민감해져야겠습니다. 오래 묵은 감정, 실타래처럼 엉킨 갈등을 털어버리고 좀 더 가벼워지기 위해서 말입니다. 내 에너지가 밝아야 세상도 그만큼은 밝아질 테니 말입니다.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IP : 58.121.xxx.4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래...
    '10.7.25 11:05 AM (211.172.xxx.52)

    같이 다니다가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그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전화가 오면 정말 휴대폰을 한참 바라보기만 하네요 ㅎㅎㅎㅎ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탈퇴하지 못하는.....
    이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였군요
    요즘 이 문제로 계속 고민합니다 탈퇴할것인가? 그냥 둥글게 살것인가?
    누가 답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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