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하고 점심먹고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얘기중에 다다다다 나온 남편의 말입니다.
전 이런 얘기를 들으면 머리 속이 두부처럼 엉기는 느낌이고 정리가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글로 쓰려고 하는데.. 길고 지루한 글이 될거 같습니다.
남편 말의 요는 제가 너무 의존적이고 자신감이 없고 기운이 빠져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뭐든 자기가 해주게 된다고. 그런데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닌거 같다는 거지요.
저 혼자서는 못살거 같답니다.
그리고 소심하고.. 제 고집대로 안되면 너무 싫어하는게 티가 나기 때문에 왠만하면 제 생각대로 해주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그러면서 혼자 여행을 다녀보라, 산에 가보라 그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음.. 저도 공감하는 점은 있어요.
요즘 피곤하고 매사 의욕없고 만사 귀찮거든요. 작년부터 그런데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가 너무 일이 많아요. 어느 정도냐하면 신정에 회사에서 새벽 3시에 끝나고 찜질방 가서 자고 다시 8시에 출근하고 주말 반납하고 그런 상황이 쭉 이어져 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주말에 또 출장 잡혀 있고 출장가면 밤 10시 11시에 끝나는 게 다반사에요.
저만 그런게 아니고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랑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너무 지쳐서 그럴때 남편이 어떻게 했나하면 욕을 엄청 했습니다. (저한테 회사욕을) 저도 동감이었기 때문에 맞장구쳤고 같이 회사 그만두고 귀농하자고도 했었구요.
남편이 먼저 그만두고 어느 정도 기반 잡힐 때까지 제가 회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작년말에 얘기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번 반려되고
그 이후로 일이 바빠서 어쩌다보니 또 반년이 가버렸어요.
남편은 그 동안 어느 정도 적응을 했습니다. 원래 남편 전공 분야가 아니라 일을 잘 몰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는데 (제 전문입니다) 그 동안 제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일 안풀리면 같이 현장 나가서 밤 새면서 도와주고 그래서 처음에 남편이 못하겠다고 포기하던 것도 이제는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고 저한테도 많이 고마워해요.
문제는 저에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아주 소규모 회사입니다. 그래서 전문 분야만 하나 하는게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작년에 사업 부문이 바뀌면서 한 사람이 해야 할 일도 아주 많아졌어요.
전 혼자서 제 일만 하는 스타일입니다. 실적을 포장하는데 약하고 또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지도 않구요. 그냥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좀 바보같은 그런 타입입니다.
그만큼 제 일에는 자신이 있지만 새로운 분야는 도전을 안하구요. 외부 사람들과 연락하고 일을 같이 해야되고 다른 사람의 작업 때문에 제 작업이 영향받고 이런 부분들의 스트레스가 계속 쌓입니다. 물론 그걸 남편이 알고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남편도 바빠서 한계가 있지요.
남편은 그 동안 싸우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고 새로운 일도 잘 배우고 성장해가고 있는데 전 제자리에 있는 것 같으니.. 저도 공감이 간다는거에요.
그리고 이렇게 진이 빠져 있으니까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매일 야근하다보니 회사에서 밥먹고 밥 해본지가 1년은 된거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 모처럼 일찍 퇴근하는데 집에 들어가기가 싫더라구요. 원래 옷사러 가자고 약속도 했었고.
그런데 남편이 또 나가서 정크푸드 먹기 싫다고 집에 냉장고 뒤져서 뭐라도 해먹자고 하더군요. 휴.
집에 가서 남편 밥 짓는 동안 전 찌개 끓이고 냉동 고등어 굽고 야채 몇가지 씻어서 생으로 먹었어요.
남편이 집 밥 먹고 싶어하는데 우리 형편이 그럴 형편이 안되니까 이해는 하지만 불만이 많아요.
전 그냥 모른척 해요. 저도 힘드니까. 그리고 같이 한다고 해도 남편은 밥 짓는거 외에는 딱히 빠르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나머지는 제가 해야 되거든요.
예전에는 집안일에서 제가 요리하는거 외에는 남편이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도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요즘은 솔직히 안그래요. 둘 다 안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안하는게 더 티나요. 좀 어지르거든요. (요즘은 어지를 시간도 부족해서 좀 덜 어지릅니다만..)
그리고 혼자서는 뭘 못한다고 하는건.. 결혼 초에는 그 문제로 남편하고 많이 다퉜어요.
전 뭐든 같이하자고 하고 남편은 혼자 지내고 싶다고 하고. 그렇게 싸우다 이제 저도 혼자서 잘 지낸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었을까요?
저 혼자서 학원도 다니고 -남편이 지원을 많이 해줬습니다. 주말에 제가 밖으로 다니면 집안 청소도 다 하고 하지만 이건 주말에 쉬었을 때 얘기죠..
요즘 제가 같이 휴가 내자고 해서 그런가.. 남편은 그냥 응응 그러기만 해요. 도저히 휴가를 같이 못낼거 같다 그러니까 너만 하루 이틀씩 좀 내서 쉬라고 하더라구요.
암튼 혼자 뭘 못한다는건 남편 착각인거 같고. 물론 집안일에 대해서라면 아닙니다. 저 혼자 이 상태로 꾸리지는 못할거 같아요.
참. 우리는 섹스리스 부부입니다. 이건 신혼때부터 그랬어요. 제가 불만이 많았지만 지금은 저도 편하다는 슬픈 사연이. ㅋ.
어제 얘기를 종합하면 결혼 생활의 위기에요. 무미건조하고 우리 사랑해서 사는거 맞아? 서로 자꾸 의심해야 되고. 저는 모르겠어요. 이 사람과 사는게 편해서 인거 같고
내가 힘들어서 기대면 받아주고 제 생각 많이 해주고 사랑이 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남녀간의 사랑이 뭔가 그런.. 아 엉깁니다 엉겨..
전 불만이 있어도 그걸 말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거는 물론 확실히 의사 표시 합니다. 그렇지 않은거는 제 생각에 사소한거다 내 잘못도 있다 생각할 때는 그냥.. 전 그냥 다 삼키거든요.
물론 남편도 그렇겠지만요.
그 사소한거라는게.. 정말 사소한건지.. 그 구분도 모르겠네요.
남편이 어제 한 얘기중에 제가 너무 이상적으로 살려고 한다고 예전에도 언젠가 제가 너무 도덕군자같이 선생같이 살려고 한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 부분과 일치하는 얘기같은데 으.. 역시 모르겠어요.
너무 가정에 소홀해서 그런가.. 둘이 같이 살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매일 붙어 있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가도 편하지가 않으니까요.
남편이 가끔 회사 그만두라고 합니다.
저도 전업으로 살면서 집안도 가꾸고 내 시간도 많이 갖고 해보고 싶은데 그게 제 적성에 맞을지는 모르겠어요. 적성에 맞지 않아서 전업으로 지금처럼 헤롱대면 남편이 더 안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리고 그게 해결책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모르겠어요. 휴휴
서로 대판 싸우고 사네 못사네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계속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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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저보고 너무 의존적으로 산대요
상담 조회수 : 944
작성일 : 2010-07-16 12:29:34
IP : 112.168.xxx.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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