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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효자면 아내는 불행하다..

효자 조회수 : 1,356
작성일 : 2010-07-14 16:59:21
30여 년 전 내가 30대 후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사소한 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중 아내는 갑자기 이렇게 쏘아 붙였다.

“효자 남편을 둔 아내의 불행이 어떤 건지 당신이 알기나 해요?”
“남편이 효자면 아내는 불행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결혼한 우리는 피나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도 찾았고 두 딸도 잘 자라고 있었으므로 별로 걱정할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생긴 고부 갈등이라는 복병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어머니는 관대한 편이어서 우리 부부 문제를 거의 간섭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러한 고부 갈등의 책임은 아내 쪽에 더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어머니 편을 들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어머니와 아내 사이는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그 당시 내가 근무하던 S 여고에는 대학 동기인 여교사 K가 국어과에 있었다.

K와 흉허물 없이 지내다 보니 K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별 갈등 없이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K는 아주 똑똑하고 개성이 강한 편이어서 시어머니와 갈등이 많을 것으로 예상 되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K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의 고등 단수에 넘어 간 거죠”

그리고는 그 동안의 경위를 털어 놓았다.

K의 시어머니는 젊어서 혼자되어 외아들인 K의 남편 하나만을 믿고 살았다.

K의 남편은 약혼 시절 가벼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일이 있었다.
K가 병문안을 갔을 때 병상 옆에는 어머니가 계셨다.

K 가 들어오자마자 K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미스 K가 왔으니 어머니는 집에 들어가세요”
“집에 가도 별로 할 일도 없고 그냥 병원에 있을 난다.”,

“병원에 둘씩이나 무엇 하러 있어요. 빨리 들어가세요”

갑자기 짜증을 내는 아들을 노기찬 얼굴로 보면서 시어머니는 병원 문을 나갔다는 것이다.

결혼 후에도 K의 남편은 자기 어머니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내인 자기가 보아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불손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저 놈이 장가가더니 마음이 변했다고 며느리를 탓하더니 하도

아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니까 며느리를 붙들고 신세 한탄을 하게 되었단다.

그런 시어머니가 인간적으로 동정이 가서 고부간에 마주 앉아 남편의 흉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와 정이 들었고 고부간이 모녀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의도적인 전략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흔한 고부 갈등을 벗어났으니 잘된 일이 아니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K의 남편은 참 현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내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아내의 불만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첫째로 내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서 초인종을 누르면 어머니가 먼저 나오셔서 대문을 열어 주시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집에 오면 반드시 부모님 방에 먼저 가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가 있는 내 방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내의 불만을 샀다.

둘째로 당시 어머니가 병약하셔서 자주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그 때마다 아내와 상의 한 마디 없이 내 독단으로 입원 시키는 것도 아내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앞으로는 제가 퇴근할 때 대문은 어미가 따 주게 해 주세요”
“그 이유가 뭐냐?”

어머니의 노기 띤 목소리였다. 나는 그 이유를 비교적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처음에는 격노하시던 어머니였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애비야 너의 어머니 또 입원해야 될 것 같다”
“아버지 저 바쁘니까 어미한테 연락 하세요”

아버지는 화가 나신 듯 전화를 끊으셨고,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어머니 병세가 다시 악화 된 것 같은데 나 지금 바쁘니까 당신이 집에 가서 상황 보아 입원 시켜 드리도록 해”
“효자 아들 두고 왜 나쁜 며느리가 나서요”

“그럼 당신 마음대로 해” 수화기를 거칠게 놓아버렸다.

아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세 시간쯤 지나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입원 하셨으니 퇴근 후 이대 부속병원으로 오세요”
“수고 했어”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아내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는 날로 좋아졌다.

뒤늦게 아들 상진이를 얻은 후 우리 집 고부 갈등은 차츰 사라져 갔다.


이 때 내가 얻은 결론은 이런 것이다.

고부갈등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태도다.
나는 어쩌다 제자들이 고부 갈등에 대한 상담을 해 올 때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와 아내가 대립할 때 남편은 아내 편을 들어라”

사람의 감정은 논리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남편이 시어머니보다 자기 편을 들었을 때 감동한다.

그리고 시어머니한테 잘하게 되어 있다.

효도의 본질은 부모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부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한 아들은 불효를 할 수 밖에 없고, 또 그 며느리도 불행하다.

나의 고부 갈등 해소 방법이 반드시 맞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개성이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아들 부부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기들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인간관계는 심리적인 접근을 해야 쉽게 풀린다는 사실이다. (펌)
IP : 211.222.xxx.4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7.14 5:02 PM (122.36.xxx.41)

    제 친구는 남친이 결혼전에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고 효자라서 우리 부모님께도 잘하겠구나(제친구 외동딸) 하고 결혼했는데

    본인 부모님께만 효자였구요... 제친구 외동딸인데 결혼하고나서 친정 몇번 못가고 시댁일로만 정신없이 살아요...

    그리고 본인이 결혼전에 한것 몇배를 아내한테 바라더라구요.....가슴치며 후회하는 친구....

  • 2. ..
    '10.7.14 5:08 PM (218.39.xxx.11)

    제 친구도 하느니마큼 하는 친구인데 늘 남편 기대에 못미쳐서
    늘 그것때문에 부딪히더라구요.

  • 3. ..
    '10.7.14 5:18 PM (114.206.xxx.73)

    이 글의 원글은 자기식의 고부갈등 해결과 효자, 효부 되는법이겠지만
    제 남편의 경우는 엄청난 효자지요
    다만 그 효도를 아내인 나에게 전혀 강요하지 않아요.
    82쿡 유행어대로 '효도는 셀프'입니다.
    서로 자기 부모에게 잘하면서 가끔씩 상대 부모에게도 눈을 돌려 효도하기, 이게 저희 부부 25년의 효도 노하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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