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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옛 남자 만났었는데요..

. 조회수 : 2,283
작성일 : 2010-07-08 09:14:14
저도 옛 남자가 있었어요.
스물한살때 만나서 스물 여섯때까지 사귀었죠.
저도 미래가 암담해서 제가 버렸습니다. 그는 저를 잡지 않았고요.

저한테 버림 받은 후에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처지는 학벌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학벌 때문에 암담해서 버린거였거든요. 저희 학교보다 빠지는 학교였어요.)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여, 그 자격증을 활용해서 여기서 가장 욕먹는 회사에 입사했어요.
꽤 어려운 집 아들이라, 군대 갈 필요 없는 전공임에도.. 학비가 모잘라서 군대에 갔다왔었는데.
입사하자마자 차 사고, 잘 살더라고요.

저는 그 남자와 헤어진 뒤에 그 이후로는 회사일이 제 남친이었고요.
다시 서른에 만난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그 남자가 많이 궁금했어요.
미니홈피 가끔씩 들러서 확인했는데, 저 결혼한 다음해에 결혼하고..
부인도 좋은 직장 다니시고, 집도 좋은 동네에 잡았더군요. 그새 승진도 많이 했고요.

그 남자는 꽤 잘생긴 남자였던지라..
그 회사 사내모델이 되어서 수시로 그 회사 카달로그에 나오더군요.
인사관련 홍보할때도 사진 찍혀서 기사에서도 자주 봤고요.
연예인급으로 생겼어요.

그 남자는 저한테 정말 잘했었는데 그걸 알면서 제가 조건으로 찼던거인데.
당장 헤어진것에도 미안하고..
제가 사귈때 그 남자 좀 괴롭히기도 했던 것에도 미안하고..
게다가 지금 너무 잘사니까 뭐랄까 제 과거 속물스러움에 대한 후회도 들고..
미니홈피에 안들어가도 종종 제가 기대하지 않았던 신문기사나 카달로그에서 얼굴을 보곤 하니..
또 외모때문에 "와 여전히 잘생겼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콩닥콩닥 거리고..
그래서 좀 미련이 남았었는데요.
남편이랑 권태기가 심했던 작년엔... 그 남자가 꿈에도 많이 나왔었어요.
지나가다가 우연히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지요.

세달 전에, (그때 이상기온으로 막 추웠던 날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었어요.
저랑 사귈때 입던 코트를 여전히 입고 있고요.
모델로 나올땐 화장하고 단장하고 나왔었을텐데, 지금은 회사원이니까.. 얼굴과 머리도 부시시하고..
배도 되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20kg 가 쪘대요. 얼굴은 그대로 있는데 배로만 20kg 찌니까 약간 ET 같고.
그리고 그 회사가 사람 참 찌들게 하잖아요. 그래서 얼굴에 피곤이 있는대로 다 붙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작년에 꿈에 막 나오고 미련있고 이랬던거..
제가 그 친구를 못 잊고 그랬던게 아니라 제가 그냥 20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았었구나.
저렇게 잘생긴 친구랑 사귀었다는 그런 허세가 미련으로 남아있었구나.
내가 그 친구를 그리워했던 것은 껍데기였구나...

그런데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겠죠.
한 8년만에 만나니까.. 저에 대한 실망도 한가득이었겠지요..

그래서 다시는 우연히라도 안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저나, 그 친구나 점점 쇠락하는 날들만 남아있을테니..
지금에 남아있는 그 알량한 추억도 깨버리고 싶진 않아요..
IP : 175.114.xxx.23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7.8 9:16 AM (59.13.xxx.83)

    님의 결론부분에 정말 동감입니다.

  • 2.
    '10.7.8 9:18 AM (211.184.xxx.98)

    근데 너무 상세하게 써주셔서.그 분 알만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그냥 알만한 힌트들은 자체모자이크 처리해주시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는..
    전 예전남자친구랑 너무 멀리 살아서...평생 못만날거 같아요....ㅋ

  • 3. ...
    '10.7.8 9:24 AM (118.220.xxx.66)

    그때 원글님과 잘 지냈다면 오기로 공부하는일도 없었을테고
    별셋맨이 되지도 못했을거에요...
    헤어지길 잘했다 위안하세요^^

  • 4. 왠지
    '10.7.8 9:27 AM (116.36.xxx.83)

    수필 한편 읽은 느낌입니다.
    ...

  • 5.
    '10.7.8 9:26 AM (116.40.xxx.205)

    옛사랑 생각해봐야 별로 좋을것 없어요...
    누구나 가슴 절절하고 아픈 사랑 다들 겪어봤겠지만
    그것도 지나간일일뿐이더군요...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그냥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게 가장 좋은것 같아요...

  • 6. ..
    '10.7.8 9:29 AM (222.107.xxx.144)

    그런데 저도 가끔 첫사랑이던 친구를 만나면 어떨까
    생각은 해요. 이제 나이 많이 들어서 만나면 서로 실망할 거야 그러면서...
    다행히 그 친구는 외국에 나가서 귀국하지 않은 것같더군요.

    정말 피천득 씨의 인연이라는 수필...누구나 공감가는 결말이죠.

  • 7. .
    '10.7.8 9:30 AM (175.114.xxx.234)

    ..님 그 사람은 아닌것 같아요. 성이 Y로 시작하지 않거든요. 아까 내용보다 조금 더 가렸는데 ㅋ 그 회사가 워낙 큰 회사니까.. 비슷한 분도 많지 않을까 싶어서 요만큼만 살렸는데 비슷한 사람 있다니 다행이네요.

  • 8. 저도
    '10.7.8 9:37 AM (203.238.xxx.92)

    우연히 길에서 만나 전번 주고받고...
    근데 안만났습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나아요

  • 9. 인연이
    '10.7.8 9:35 AM (59.9.xxx.101)

    내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세요..

  • 10. ...
    '10.7.8 9:42 AM (221.139.xxx.227)

    근데 저는 정말 지뢀 맞은 연예를 해서 그런가 다시는 옛 남정네들...안만나고 싶어요..
    꿈에라도..
    너무 데여서 그런가...
    그런것도 있지만....
    또 지금 너무 많이 망가져서...
    옛 남친들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애들도 안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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