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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자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79
작성일 : 2010-06-03 08: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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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덮친 뒤 지붕들은 실의에 빠졌다.
희뿌연 대기 속에서 먼 산들은 조금 더 멀어지고
먼 바다에는 파랑주의보가 내려진다.
실의는 너희들 것이 아냐, 꽃눈만 맺고
끝내 꽃을 터뜨리지 못하는 자들의 것이지.
실의에 빠진 지붕들을 위로해 보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짓이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당하고
새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장도 바뀌었다.
어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이소연 씨로 교체되었다.
밖에서 돌아와 코트를 벗는데 단추가 떨어진다.
무심코 마당 한 귀에 떨어져 있는 새똥들.
작년의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강들은 성형수술을 받고 물길은 인위로 바뀌리라고
한다, 흐름을 바꾸려는 자들이 돌아온다.
나는 강까지 걸어가던 습관을 버렸다.
어제부터 옆집에서 갓난아기가 울음이 들렸다.
작년에 맞은 베트남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모양이다.
아기들은 습관의 동물들이다.
배고프면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지면
또 운다. 따뜻한 목욕과 이야기와 젖만이 그 울음을
달랜다. 모든 습관은 무섭다.
습관에 길들여지면 습관에 살고 습관에 죽는다.
이 세상은 태어나는 자들과 죽은 자들의 정류장,
기일忌日들은 언제나 빨리 돌아오고
세상에 기일을 남긴 자들은 서둘러 잊힌다.
며칠 전 아버지의 일곱 번째 기일이 지났다.
나는 기일에 맞춰 납골당에 가는 대신에
아버지가 말년을 보낸 성북동엘 다녀왔다.
옛 성곽 아래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남의 집 마당을 들여다보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이 잘 마르는가를 염려했다.
기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면도를 하고
정종 파는 집에 혼자 가서 정종 석 잔을 마셨다.
동생들은 연락이 없고
내 슬픔도 미적지근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리라는 소식에
코스닥은 맥을 못추고 급락했다.
페놀이 스민 강물에서 죽은 고기들이 떠오르고
오, 대운하로 한몫 챙기려는 자들이
잠 못 든 채 사업구상에 골몰하는 이 밤,
나는 밤길에서 빈 깡통을 차서 어둠 저쪽으로 날렸다.
내가 차 날린 깡통에 맞고 어둠 한쪽이 일그러진다.
판자들은 삭고 삭은 판자에 박힌 못들은
붉은 땀을 흘리며 세월을 견딘다.
사철나무의 푸름이야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모든 뻔뻔한 자들의 공범자다.
나는 용서하는 자가 아니라 용서받아야 할 자다.
오직 뻔뻔하지 않은 유일한 당신,
당신 속에는 암초와 법칙들이 자라난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개나리 목련 찬바람 속에서 꽃눈을 준비하는데
서쪽에서 밀려온 황사로 개화는 며칠 더 늦춰진다.
기어코 조카애 초경이 터진다.


           - 장석주, ≪저공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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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0년 6월 3일 경향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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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경향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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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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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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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일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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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일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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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웃지는 못하겠어도 울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거 계속 합시다.

다만 이제 조금 더 편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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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 사상 첫 1인 8표제
투표를 포기하는 순간,
당신은 이 나라를 8번 죽이는겁니다.
                                                                                 "No Vote, No Victory"
――――――――――――――――――――――――――――――――――――――――――――――――――――――――――――――――
IP : 202.76.xx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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