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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유산 ......
춤추는구 조회수 : 845
작성일 : 2010-05-23 14:06:27
한 3~4년전 쯤의 일이다. 한창 치과치료를 받고 있느라 컨디션이 몹시 안좋았을 때였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날 노무현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가 죽는 꿈이었다. 불길했다. 원래 꿈 자체를 잘 꾸지 않는데다 노무현꿈을 꾼적은 더더욱 없던터였다. 하여 다음날 하루종일 온통 그 꿈에 대한 생각만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급기야 참지 못하고 저녁때 내 주위에 유일하게 노무현과 관련이 있는 지인 한명을 불러내 술을 한잔하며 그 이야기를 했다.
"지금 봐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게 확실한데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노무현을 죽이려 들지 않겠나."
"그렇겠지,그런데 노무현이 어디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올 사람인가."
"가족,친척,측근등을 족쳐 노무현에게 연계성을 뒤집어 씌운뒤 죽을때까지 조지지 않을까"
"글쎄,그렇게까지 할까. 그런데 너 신경과민증 걸린거 아니냐. 뭐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새벽에 다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약 말이야,정권을 빼앗기고 나면 한 2~3년 정도 해외로 가족이 모두 나가 있는게 어떨까. 92년 김대중이 대선에서 패한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것처럼 말이야"
"난반댈세. 그거야 김영삼이 김대중을 조질게 확실하니 그랬던거고 노무현은 아무리 뒤져도 나올게 없잖아.그리고 노무현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계속 한국에 남아서 어떤 형태로든 정치관련 활동을 해야 되. 그게 내 견해일세"
그리고 몇일후 또 다시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일면식도 없는 유력인사와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지금 추이로 봐선 정권교체가 확실하고,정권교체가 되면 노무현이 바로 정치적으로 살해될게 확실하니,그걸 100% 실제도래 상황으로 가정해 철두철미한 준비를 해둬라?"
"그렇지"
"이거 미친거 아냐."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했지만 대화는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가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꿈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이후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벌어졌다. 최종후보로 정동영,손학규,이해찬,유시민,한명숙이 올라갔다.
여기서 목표는 후보선출및 대선승리가 아니었다. 당내 역학상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적었고 선출된다 한들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더욱 적었기 때문이다. 다만 1위에 근접한 2위라도 해야 총선에서 친노 인사들이 폐족을 면해 퇴임후 노무현을 지켜줄 정치적 힘을 가질수 있다라는 의미가 있었을뿐이다.
그러나 한명숙이 이해찬에게 양보하고,유시민이 다시 이해찬에게 양보 했음에도 결과는 3위에 그쳤다. 결국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은 대선에서 500만표차이로 대패한뒤 무책임하게 미국으로 떠나갔고, 2위로 당권을 잡은 손학규는 친노인사들의 공천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선 총선 연이은 완패.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잊고 있었던 노무현이 살해 되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미국산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멱살을 잡히고,조선일보 사옥이 시위대의 오물투척으로 버무려지는것을 지켜보면서 오래전 꾸었던 꿈생각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김대중정권 당시 세무조사도중 신경쇠약 악화로 투신자살한 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의 사진속 모습도 자꾸만 오버랩 됐다.
"조만간 노무현이 정치적으로 살해 되겠구나. 그리고 막을 방법이 없겠구나." 다른 사람들은 이때 노무현이 정치보복을 당하리라는 전조조차 별로 못느꼈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포기하는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불현듯 노무현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얼마후 내가 예전에 썼던 수많은 글중 하나를 가지고 봉하 마을로 내려갔다. 글제목은 "또 다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바로 노무현의 유산 1부였다. 노무현은 종이를 펼치자 마자 바로 입가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던졌다.
"예전에 읽은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감명깊게 읽었던 글중 하나인데.. 글속의 이때가.. "
"하로동선 시절이죠."
하로동선은 3당 합당의 야합에 반대한 댓가로 정치적시련을 겪던 동료들 끼리 낙선의 아픔도 달랠겸 민심에 귀도 기울일겸해서 차린 고기 집의 이름이었다.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라는 말로 무더운 한 여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찬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계절이 바뀌면 화로없이는 안되는 겨울이 오고 부채 없이는 안되는 여름이 온다라는 뜻이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절이었나요."
"글쎄요,힘들다기보다는 뭐랄까. 씁쓸했죠."
"제가 보기엔 노대통령의 가장 씁쓸했던 시기는.."
"가장 씁쓸했던 시기는?"
"이빨이 깨졌는데 치아를 해넣을 돈이 없어 그대로 놔둔채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하하..그랬었죠"
그는 젊은시절 막노동판을 전전할때 앞이빨을 다쳤지만 치아를 해넣을 돈이 없어 고생하다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에야 제대로된 치아를 해넣을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간의 편했던 판사출신 변호사 생활도 잠시,노동자와 양심수를 위한 고난의 인권 변호사로 나섰고,그걸 발판으로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그것도 잠시,다시 3당야합에 반대하는 바람에 고기집에서 손님옆에 무릅 꿇고 앉아 고기를 썰어주고 가끔씩 따라주는 술이나 얻어 마시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5년뒤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것도 역시 잠시,퇴임후 2년도 안되어 정치적 살해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벌써 일주기가 되어간다. 이제 22일만 더 있으면 노무현이 부엉이바위아래 솔숲으로 몸을 던진지 정확히 일년이 되는 것이다.
그는 과연 몸을 던지기 바로 직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으리라 짐작한다. 그의 인생에서 편한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편할만하면 곧 애환이 찾아들고 순탄할만 하면 곧 삶의 전환적계기가 도래했다.
깨진이빨을 치료할 돈이 없어 겪는 비참함을 겪어야 했고,공안탄압과 재벌착취 속에서 눈물 흘리는 노동자들의 애환도 맛봐야 했다. 계보정치의 위력을 낙선으로 겪으며 지역주의의 폐혜를 절감했으며,정치인생 대부분을 검찰과 언론권력에 시달리다 결국 생의 마지막도 그들의 횡포에 의해 마감해야만 했다.
그것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판사,변호사를 하면서 호의호식 잘 살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를 하면서 김영삼을 순순히 따라갔더라면 대통령은 못되었더라도 중진의원이 되어 편안한 삶을 살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을 거부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부정과 불의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못본척 하고 넘어가기엔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명을 외면하기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응하고 공명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으로 얽히게 되고 결국 그 인연이 모여 발휘된 국민적 힘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천명이라 믿었다. 따라서 권력에 유착하고 구도를 계산해가며 오른 자리가 아닌 철저히 그것들을 멀리한 댓가로 오른 자리인 만큼 끝까지 국민적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정치를 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그의 삶전반을 관통하며 지배했다. 이런 지배는 그에게 많은 기쁨도 가져다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수밖에는 없었다.
그럴수록 수구들이 부당한 자신들의 행태가 끊임없이 지적 당하고 있는 위협의 원흉으로 노무현을 지목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싸움. 결국 그 싸움에서 자신이 질수 밖에 없으리란 것을 잘알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숙명이자 천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노무현의 이런 숙명적 죽음을 남아있는 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노무현은 자신의 죽음을 숙명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한없이 미안해했다. 살면서 많은 짐과고통을 안겨 주었는데 자신의 몸을 던지는 죽음 이외에는 그것에 보답할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미안해 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그의 진심이며 계산된 것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것은 겸손,배려일뿐이지 당부는 아니다.
노무현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사는세상을 구현 하려는 꿈을 단 한번도 품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다. 다만 역활고민이 있었을 뿐이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으로 설정을 마무리 해가는 와중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만이 희망이라는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어렵고 고되기에,부끄럽고 미안 하기에 쉽고 명료하게 손내밀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당부에서 생각과 행동을 읽으려들지 말고 겸손,배려에서 화답을 도모할수 있어야 한다.
생전에도 노무현은 전혀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우리는 기억 해야만 한다. 노무현은 합리적이지만 계산적이지 않고,감성적이지만 엉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수구들은 그의 재임시절에 늘 노림수에 빠지지않을까 조바심을 냈다. 부산에서 연거푸 낙선한것도,탄핵후폭풍도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 공격했다. 계산된 것이라 공격해야 자신들의 불합리를 감출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순방 귀환도중 자이툰 부대를 기습방문한것도 엉성한 정치적쇼로 폄하했다. 그러나 그것은 타국에서 자신의 정치적소신과 배치되는 국익차원의 결정으로 목숨을 건 임무수행을 하는 장병들에 대한 미안함에서 나온 진심어린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노무현의 눈물에 쏟아지는 환호에 대응할수 없었기에 그리한것이다.
우리는 이런 수구들의 계산적이고 엉성한 시선이 아닌 노무현의 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잣대로 그를 평가하고유산을 물려받을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은 힘을 모아서 4대강을 중단 시키고,이를 악물어 아파트마약에서 깨어나고,정신을 모아서 민주주의의 길로 다시 나아가는것이다. 조세복지선진화의 점진적 완성으로 작금의 모든 한국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사는세상을 구현을 해나가는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매우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서 마음이 매우 아프고 한없이 안타깝더라도. 희망을 버리지않고 노무현을 뽑아올렸던 국민적저력의 보이지않는 힘의 실체를 믿으며 한걸음씩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는것이 노무현의 유산을 진정으로 받드는 길인 것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대. 여보 양숙씨!! 우리 같이 한번 미쳐보자 응??"
3당야합 합류거부 댓가로 낙선을 거듭하던 시절 아내의 정치중단요구에 대한 노무현의 답변 이었다.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것이고 아내말을 잘들어야 집안이 화목하다라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결국 노무현은 아내 말을 듣지 않은 댓가로 15년뒤 정적에 의해 살해되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또다시 저런 길을 걸어 가려들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또 다시 그런 길을 걸어 가야만 하고 국민들은 반드시 누군가를 찾아내 맨앞에 다시 세워야만 한다. 그 사람을 죽이지 않는 길은 그길을 만류하는것이 아니다.
누군가 희생하지 않고서는 사람사는세상은 결코 도래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며 사람사는세상은 그위에 올려지는것이다. 그 사람도 살고 민주주의도 살고 사람사는세상도 사는길은 오직
모두가 약간씩 미치는 길뿐이다.
모든 국민이 살짝 미칠수만 있다면 인생은 즐겁고 아름다워질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그토록 어렵기 때문에 노무현은 죽어야만 했고 앞으로도 또 누군가는 죽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않는 삶이란 없다. 다만 가치있는 죽음인가의 여부만이 있을뿐이다. 노무현은 죽었고 그는 그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다. 그가 숙명으로 받아들인것은 죽음이 아니라 바로 가치있는 죽음이었다. 그는 나즈막한 한마디를 던진채 저 세상으로 사라져갔다. " 또 다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국민들이 사람사는세상의 길을 포기할수 없다면 노무현의 이 질문에 어떤식으로든 대답할수 있어야 할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매년 5월마다 국민모두가 접하게될 노무현의 진정한 유산일것이다.
IP : 220.76.xxx.16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건
'10.5.23 2:09 PM (220.76.xxx.162)아고라에 슬픈 한국이란 아디를 쓰는 분이 쓴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 해서 그냥 복사해서 올립니다
아마 그분도 싫어하지 않을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노무현님의 1주년이고 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고지나가도 좋을 듯 합니다
원래는 노무현의 유산 2부인데 1부 보단 이것이 저는 더 좋아서 이글을 올렸습니다2. ..
'10.5.23 3:08 PM (68.36.xxx.72)잘 읽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안타깝고 속에서 끓어오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더 보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 다시 없는데...
나에게 상식적인 것이 누군가에게 '빨갱이', '헛소리'로 불리우는 것이 참으로 힘듭니다.
내가 몸부림쳐도 꿈쩍않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셨을 그분, 앞서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또 다시 일어나 가야하겠지요.
얼마나 힘드셨을까...편히 쉬시기를...3. 이글요
'10.5.23 8:42 PM (116.43.xxx.31)원문 어디에 있죠?
1부도 읽고 싶어요.
제 홈피에 퍼가요.
아고라에가서 검색해보니 지워진 듯 하네요.
1부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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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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