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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벚꽃이 필 무렵이면 생각나는 일......

... 조회수 : 489
작성일 : 2010-04-02 23:50:06
제 인생에서 가장 서글프고 또 서러웠던 기억중에 하나입니다만....^^

여자분들은 다 그러시겠지만...화사하게 펴서 지는 벚꽃을 참 좋아합니다.
유난히도 좋아한다는 말이 맞겠네요.

일년중에 며칠 못 볼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매년 벚꽃을 보러가곤 했어요.
그때가 2년전 이맘때네요.
아이가 태어나기 한달전입니다. 배가 만삭으로 완전 불어서 혼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었죠.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남편 근무가 없는 날이었어요.

하지만 회사 조기 축구회에 가입을 해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라고 나가더군요.

우리는 한달전부터 오늘 벚꽃을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경기가 마치면 12시쯤 된다고 해서 전 혼자 집에서 그 시간에 맞춰서 꽃단장을 했어요.
오랫만에 화장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말고 옷도 이거저거 입어보구요.
남편 오면 벚꽃 보러 가서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나중에 아기 태어나면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어요.

밥도 안 먹고 남편 오면 같이 맛있는거 먹으러 갈려고 했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사정없이 나더군요.

근데 12시가 되었는데도 남편이 전화도 안 오고 집에도 안 오는겁니다.

그때 회사랑 집이 참 가까웠어요. 차로 15분 거리.....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서 12시 30분쯤 전화를 거니 남편이 급박한 목소리로
조금 있다 전화할께! 하고 끊는겁니다.

뭔가 나쁜일인거 같은데..뭐지 하면서 혼자 또 기다렸어요.
잠시후 전화가 와서는...
축구를 하다가 같은 팀 친한 친구와 다른 팀(다른 회사) 사람이 싸움이 붙어서
친구 앞니가 나갔다고....그거 때문에 싸움 말리고 지금 경찰서라는거에요..ㅠ.ㅠ

그러면서 빨리 간다고 했는데......

저 혼자 화장하고 집에서 기다리면서 초조하기도 했고...기분이 상하기도 했구요.
꼭 자기가 있어야 되는 자리도 아니고 그냥 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사실....
집에서 마눌은 밥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오후 3시가 되어도 오지 않아서 저 혼자 엉엉 울었네요.

화장한 얼굴은 엉망이 되었고..정말 얼굴이 퉁퉁 부을때까지 혼자 침대에 쓰러져서 울었어요.

남편은..오후 5시에 집에 도착하더군요. 12시에 오기로 한 사람이......

이미 제 얼굴은 엉망이 되었고 기분은 더 엉망이었구요.
벚꽃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더군요.

한참 화가 난 절 남편이 겨우 살살 달래서 고기집으로 갔는데...
제가 좋아하는 차돌박이도 안 넘어갈 정도로 기분이 이미 상했었어요.

그리고 보러 간 벚꽃은...아름답지도, 멋지지도 않았어요.

그후로 지금까지..이제 벚꽃은 싫네요.

그 날 남편은 솔직히 아직까지 이해 못 하겠습니다.
저 혼자 기다리는거 알면서도...왜 오후 5시에 집에 와야만 했는지..
그때 자기 아니면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 날 밥도 못 먹고 오후 5시까지 혼자 울면서 남편 기다린 만삭의 절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상하네요.
IP : 183.102.xxx.15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언니 보고싶어...
    '10.4.3 12:37 AM (116.124.xxx.69)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날 눈처럼 내리던날 ....
    사랑하는 나의 언니가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버렸네요
    그날이후 4월은 저에게 잔인한달이 되어있더라구요
    벚꽃과 장미를 좋아했던 여인이였는데 그렇게 세상한철 벚꽃처럼 피었다가
    꽃잎처럼 흩날리는삶을 살고 가버려서 한동안 웃음도 잃어버렸구요
    무표정 ,원망,증오 ....최진영씨 우울증 정말 공감합니다
    제삶에도 변화가 생겼더라구요
    언니가 못다한 삶 내가 행복하고 잘살아야겠다 언니 몫까지 ....
    전 벚꽃을보며 언니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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