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이 열릴 때면 - 까비르

[아토키즈]

신비주의자의노래

한 송이 꽃이 열릴 때면 - 까비르


나는 저 황홀한 피리소리를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그것이 누구의 피리인지는

  

여기 램프 하나가 타고 있다

불꽃의 심지도 기름도 없이

  

수초(水草) 한 포기가 꽃피어난다

물 밑바닥에 뿌리내림도 없이

  

한 송이 꽃이 열릴 때면

대개 수십 송이 꽃이 열린다


달새의 머리는 온통

달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 번 비가 언제쯤 내릴까 하는 것

  

우리가 온 생애를 바쳐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이제 사랑에 흔들리는 것을 그만 둘 시간이다

몸을 묶고 마음을 묶어라

그래서 그대가 사랑하는 내밀한 이의 팔 사이에서

그 몸과 마음이 흔들리도록

  

구름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물을 그대의 눈에 가져오라

그리고 그대 자신을 온통 밤의 그림자로 뒤 덮으라


그의 귓가로 그대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라

그래서 그대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라

나, 까비르는 말한다

나의 말을 들으라, 형제여, 그대 내면의

거룩한 이의 얼굴과 모습을, 그의 체취를 가져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