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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쓰기 교육과 영어

소견 조회수 : 441
작성일 : 2010-03-19 09:49:49
오늘 우연히 제 직장인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회자된 이메일 사건 때문에 한국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한 우수 대학의 학생이 교수님을 포함한 우리 연구실 전체로 단기 방문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일단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 많고 글의 두서가 없었습니다. 저야 가끔 이런 이메일을 접하는지라 그냥 무심히 넘겼는데, 동료 연구원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한국에서의 영어 열풍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에게 묻더군요.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우수한 대학의 학생이 이렇게 글쓰기가 형편 없을 수 있냐? 왜 한국 학생들의 영어 작문 실력이 이렇게 수준 이하인가? 왜 전문가에게 보여줘서 도움을 받고 고친 후 보내지 않느냐?

제 경험을 바탕으로 대답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고교 때 이과 선택 이후 이공계에서 공부하면서 영어는 커녕 국어 작문에 대한 훈련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대학 때에도 대부분의 수업이 문제 풀기에 집중했고, 글쓰기가 중요시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논리적 글쓰기 및 풍부한 어휘력이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인지한 적이 없다. 근데, 수많은 시험 공부 덕분에 문법에는 은근히 자신이 있어서 내가 쓴 글들이 문법적으로는 다 맞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에 의존해서 끼어 맞췄다. 그래서 나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형편없는 글을 교정 받지도 않고 보낸 적이 많은 것 같다. 유학온 후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매일 느끼게 되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예전에 사전에서 찾아서 썼던 단어들이 말이 안되는 경우도 많더라. 내가 썼던 글들에 대해 나중에 많이 창피하게 생각했다. 나나 그 학생도 너희처럼 체계적 작문 교육을 받았으면 적어도 기본은 했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뒤돌아서니, 옛날 제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교류하는 다른 문화에서 논리적 글쓰기와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알지 못했고,
그래서 이상한 글 써 놓고 이상하다는 것도 모르는 체 교정 받을 생각도 안 해봤더랬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곳에도 교육에 관심 깊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오늘 느낀 점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녀가 또는 본인이 다른 문화권과 교류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글쓰기 교육에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비단 영어 뿐 아니라 논리적 글쓰기는 국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지 못했던 저에게는 이 짧은 글조차도 너무 벅찹니다. 그리고 중요한 서신 같은 경우에는 꼭 교정을 받고 보내세요. 뜻만 통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훌륭한 인재들이 첫 관문에서 조차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IP : 131.215.xxx.2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faye
    '10.3.19 11:47 AM (216.183.xxx.83)

    음...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원글님의 의견에도 동의합니다만...
    우리가 실제로 서양문화에서 배워야 할 것은 수학, 과학, 공학 외에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학,과학, 공학에서 중요한 글쓰기는 명확한 의사전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다든지, 문맥이 모호해서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 이상의 화려한 수사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지요.

    서양의 글쓰기 문화는 현재 과잉으로 치닫고 있어요.
    논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사들에서 사실 별로 배울게 없습니다.
    말만 번지르한 이상한 사기같은 것만 많을까...

    물론 현재의 한국의 영어광풍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슨 관광가이드 만드는 교육이니 할 말 없습니다만... 외국에서 건투하시길...

  • 2. 너무
    '10.3.20 1:28 AM (59.25.xxx.241)

    강력한 댓글이 서두에 올라...
    원글님이 상당히 민망하시겠네요.

    저는 원글님의 생각에 많이 동조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글쓰기도...아니
    글자쓰는 것도 아주 서툴죠...
    문자보내기...손가락운동은 엄청 잘하지만...
    종이 위에다가 간단한 에세이 한장도 잘 못쓰는 것 같아요.

    글쓰기 공부 이대로 방치하면 정말 문제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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