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문자로 받았다.
선생님은 강남키드인 나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삶을 살아오셨다.
소유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집을 사지 않는다니.. 가장으로서 말이 되는 소리인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품다니, 너무 순진한거 아닌가? 15년전에도 내 주변의 청년들은 모두 기존 질서에 편입해 돈 많이 벌고, 잘나갈 궁리에만 바빴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늘 청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셨고, 평화와 관용 같은 하품 나오는 가치들에 대해 사색하셨고 민족주의적 틀을 벗어나 전 인류에 대해 사고하셨다. 종교인같은 소리만 했지만, 종교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
책을 놓지 않으셨고, 그림을 그렸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고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셨다.
내가 모르는 젊은 시절엔 역동적인 모습이셨던 것 같다.
대학시절엔 쿠사 전국협회장을 했고, 이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간사로 일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국순례대행진을 기획하셨다고 한다. 유신정권이 대학생들이 모이는데 경기를 일으키는데도 밀어붙이셨다. 90년들어선 한국해외청년봉사단(코이카) 창립을 주도하셨다.
한국 청년운동의 대부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업적에 대해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존경과 애정을 담아 선생님을 대했던데서 짐작만 할 뿐.
최근엔 청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청소년, 어린이로 관심을 돌리셨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젊은이들을 믿고, 아끼고 지지하셨던 분이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재밌게, 제멋대로 살아가길 바라셨다.
그런데 그만 너무 잘난척을 하셨다. 암과 함께 살고 있다는걸 알았을 때는 이미 말기였다.
퇴임연을 겸한 투병비 모금회를 가진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암하고 대화를 한다고, 암하고 친하게 지내는 법을 익혀보려한다고, 내가 죽으면 암 너도 끝이라는 메세지를 전하려한다고 농담을 하셨는데..암이 말귀를 못알아먹었다.
그렇게 지내시다..연초에..행복하시라고 새해인사를 드렸더니 행복이 무엇이냐..행복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다...라는..그런 답을 남겨주시곤 가셨다.
글을 쓰다보니..왜 선생님이 나의 별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선생님을 존경했고, 선생님을 방향타 중 하나로 삼아 살아왔다. 선생님이 어려운 철학책을 주시면, 팽개쳐놓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님께 빚을 너무 많이 졌는데, 갚을 시간도 넉넉히 주지 않고 이렇게 일찍 가버리시니 원망스럽다.
원장님, 늙어서 흰머리 투성이에 몸이 쪼그라들때까지 사셨어야죠.. 화두를 던져주시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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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 하나가 졌다
슬퍼 조회수 : 830
작성일 : 2010-03-18 16:54:25
IP : 61.72.xxx.21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먼곳으로 가셨네요.
'10.3.18 5:06 PM (110.12.xxx.165)어느 경우이든 아주 볼수 없는 이별은 슬퍼요.
2. 슬퍼
'10.3.18 6:06 PM (61.72.xxx.218)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90423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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