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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 선생님께 받은 전화

선생님 조회수 : 1,913
작성일 : 2010-03-07 18:23:31
전 아이가 셋입니다. 아이들 터울이 길어서 대학생부터 초등 4학년까지 있어요.17년동안 참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너무 좋으셨거나 너무 나빴던 선생님들만 기억에 남아요.

저희 어머니가 학교에 다녀가시면 다음날 선생님들이 절 대해 주시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무척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생각이 나요. 그리고 치맛바람 드세던 친구 엄마들을 보고 전혀 부럽지 않고 뒤에서 욕하던 생각도 나요

4학년인 우리 아이는 창의적이고 기발한데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많이 힘들게 합니다.
2학년때 선생님이 00이가 학교에서 한 검사에서 영재성이 나왔는데 그것과 관련이 많다고 하셨어요.
00이를 이해하고 그 아이의 놀라운 잠재력을 같이 키워보자고도 하셨어요.

그런데 아이가 많이 늦되서 작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여러번 아이때문에 힘들다, 글씨도 엉망이고 손 힘도 없고, 수업시간에 엉뚱한 소리를 잘해서 당황스럽다, 그리고 뜻대로 안되면 잘 운다...

아이에 대한 칭찬은 한마디도 없이 늘 혼나는 소리만 하시더군요. 50대 여선생님이셨지요.

공개수업때 잠깐 얼굴을 뵈었지만(저혼자) 바로 돌아와서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해본적은 한번도 없어요.
  
아이가 선생님이 자주 심한말을 하고 자기를 싫어한다고 이야기를 할때마다 '세상에 나가서 만날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지금 선생님 같은 성격의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선생님이 나빠서가 아니고 너랑 좀 안맞나보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아이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선생님 번호만 뜨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버릇이 생겼었지요

그저께 비가 오길래 머핀을 굽는데 우리 아이가 내일 선생님 두개만 가져다 드리면 안되겠느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커피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커피 드시는 것을 봤다고 하더군요. 보온병에 원두 조금 내려서 넣고 머핀 다섯개를 싸서 보냈어요.

어제 전화가 왔는데 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아, 우리애가 또 문제가 있었구나 싶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어요.

"저 00 담임이예요. 00 어머니 맞으시지요?"

선생님은 머핀을 옆반 선생님들에게 자랑하면서 나눠드셨다고 하시고 00이가 당신 생각 하면서 가져갔다는 것이 고맙다고 하시네요. 제가 우리 아이의 문제들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 걱정하지 마셔요. 학교가 아이들을 좋아지게 하고 좋게 하려고 있는 곳이잖아요. 저랑 생활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도록 할테니 아무 걱정마시고 저에게 맡겨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녹색어머니회 해주시겠다고 하시길래 그때 뵈면 00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조금도 염려마셔요'

라고 하십니다.

전 아이가 하교하고 돌아오면 사실 제일 먼저 묻고 싶은 말이
'오늘도 혼났니?' 예요. 그런데 4학년에 올라가더니 선생님이 하루에 3번 경고를 받으면 혼내시는데 아직 자기는 경고는 받았지만 혼난적은 없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선생님 이야기를 종알종알 해주고, 선생님이 자기들에게 즐겁게 해주신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선생님 전화를 끊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나 로또 당첨되었어' 라고...
IP : 125.139.xxx.1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양한
    '10.3.7 7:10 PM (121.133.xxx.169)

    아이 대학을 보내고 나서 이런 글을 보니 여러가지 지난 일들이 생각는데요..
    초6년,중고6년동안 결코 좋은 선생님만 만날 수는 없거든요.
    좋은 담임샘을 만나면 물론 해피해서 좋긴 하지만
    별론 안좋은 선생님을 만나도, 지나고 보면 애가 부쩍 자랐다는 느낌도 받는 건 사실이거든요.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나 할까.. 애가 잡초처럼 튼튼하게 자랐다고 할까요.
    좀 그런 느낌이 있어요.

    문제는 엄마의 태도인데요, 당사자인 아이를 앞에 놓고
    먼저 걱정을 늘어놓거나 선생님 흉을 보거나 하지 말고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
    잘 헤쳐나가보자'..는 식으로 아이와 합심을 해서 적응해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
    저는 아들을 두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이라도 별로 다르진 않을 거예요.
    나중에 커서 별난 직장상사를 만날 꺼라 치고 연습한다고 생각하면요..
    적어도 애한테 맞딱드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현명하게 헤쳐나가도록 조언해주는 게 엄마의 역할일 거에요.

  • 2. 저는..
    '10.3.7 9:12 PM (121.101.xxx.202)

    초5딸아이가 토요일 부회장선거에서 한표차이로 떨어졌다하는데
    선생님이 한표차이면 너도 부회장이나 마찬가지이니 너무 속상해하지말라고 위로해주셨대여
    선생님이 참 좋으시다 싶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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