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 임산부라 가서 일도 거의 안하고 주로 잠만 자다 왔어요...
준비는 어머님이 다하시고 설겆이와 정리와 돕는 게 제 담당인데
큰 형님과 시누가 그래도 못 움직이게 해서 그냥 조금 돕고 앉아있다가 맘은 불편해도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러랴 싶어서 식사시간 외에는 낮잠도 실컨 잤어요.
시댁은 자손이 없어요. 결혼 18년차 되신 저보다 훨씬 위인 아주버님 부부 아이가 없으셔서
저희 부부한테 압박이 심했고, 그 아래 아가씨는 결혼 안했답니다.
결혼 삼년 넘어 아이를 가지자 큰 경사가 났죠. 옛날 어른들이라 아들이라 더 좋아하시고..
저랑 남편은 실은 아이를 갖기 싫었어요. 합의로 갖지 말자 하다가 결국 가지게 되었지만 하나로 끝낼 생각이에요.
첫째로 듣기 싫은 소리가 시부모님 당연히 넷은 낳으라고 안그럼 혼난다고 벌써 난리십니다.
아들 셋 낳아서 판검사 만들랍니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번인데 가서 메아리처럼 그 소리 듣다보면 정말....
남편 하나라도 감사히 여기라고, 그래도 별 소용없어요.
아이는 저희가 갖기 싫어하는 이유 외에도 남편 나이가 마흔 하나인데 넷 낳으면 어떻게 키우나요 뭐 낳을 생각도 없지만요.
주책스런 시아버님. 아이없는 시숙내외 재산도 다 저희거라고, 형님앞에서도 그런 얘기 하세요..
전 받고 싶지도 않고 너무 경우없고 불편하고 듣기 싫은 소리에요.
무조건 넷 낳으란 소리하면 제가 마치 애낳는 기계마냥 그런 취급 받는 것 같아요.
둘째로 경상도 며느리 들였다고 전라도 집안이라 홍어먹으라고 몇년째 들어요.
경상도 사람들은 홍어 못먹는다고 뭐라 하다가 전라도 사람들만 먹는다 또 자랑하시고....
저희집 경상도라도 남자들은 잘 드신다 그래도 다음번엔 도돌이표에요..
큰형님 광주분이라도 저처럼 못 드셔도 꼭 저더러 먹으라십니다. 비위약해 못 먹는다해도 한귀로 듣고 흘리시나봐요. 담번에 또 그 똑같은 소리..하십니다.
친정에서 명절마다 흑마늘에 송이버섯에 한우에 보내셔도 말로 답례 하나 안하시고 저러니 마음도 상하고,
그리고 경상도 사람은 어떻고 전라도는 어떻고, 경상도는 외손주는 손주로 취급도 안한다고.. 때때마다 편갈라 말하면서 또 그게 듣고 보면 경상도 사람 흉이에요.
자꾸 그런 소리하시니 없던 지역감정도 생길라 그래요. 왜 밖에서 받는 열등감을 며느리한테 풀라고 하시는지...
요즘 임신해서 예민해져서 그런가 시아버님 몇시간 침튀기시며 같은 소리 하고 또 하시면 얼굴이 구겨져서 대답도 안 나와요. 차라리 일하는게 훨씬 낳네요.
셋째, 딸은 별거 없고 아들이 최고다.
시댁은 아들하고 딸하고 차별이 확실하셔서 아가씨 보면 제가 안되어 보이기도 하고...
저희집도 상당히 보수적이시지만 물질적 정신적 지원 아낌없이 하셨고 저더러 공부많이 하길 바라셨고 뭐 말하자면 결혼하고 시부모 공경도 하면서 사회적 성공도 바라시는...;;
근데 시댁은 딸자식 공부시켜봐야 소용없다인 것 같아요. 그냥 딸 치우자란 개념..
시댁에선 아가씨 앞에서도 딸 다 소용없다 아들이 최고다란 소리 대놓고 하십니다.
저로선 속내는 아직 완전한 평등은 아니더라도 대놓고 저렇게 차별하는 분위기는 적응이 안됩니다.
말하다보면 시숙과 남편 아들들만 대단하고 며느리들은 무시하는 느낌. 상당히 괴로와요.
일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무시당하는 기분이 괴로워 아기 낳고 새로 공부라도 꼭 하려고 생각도 하고 심적으로 괴롭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느낌이 들어요(다른 며느리들도 그렇겠지만요.)
넷째, 돈돈돈...
세상에 딴건 중요한게 없고 무조건 돈이 최고다..
저희 남편 하루 열두시간씩 일하고 연중 일요일까지 일하는데 빨리 돈벌라고 성화세요.
돈은 좀 못벌지만 안정적이고(공무원이거든요) 일이 너무 힘들어 적성에도 맞는 쪽으로 옮기려고 했었는데 시댁에서 뒤집어져서 못간적이 있어요.
무조건 빨리 돈벌라고 난리시고 저희 버는 거에도 관심이 너무 많으세요.
결혼 전 남편 벌어놓은 돈 다 집사는데 보태드리고 결혼할 때 빚으로 시작했는데 저희 친정에서 돈 안갖고 온다고 처음에 별소리 다 들었습니다.
시댁 집을 나중에 물려주실거라 하지만 그런거보단 저희 힘으로 그냥 사는게 좋아요.
그리고 따로 넉넉히 용돈 드리고 공과금도 내드리고 명절비에 외식비에 항상 저희가 부담하지만 때때마다 뭐 사달라 염치없는 소리 시아버님이 잘하시고,
돈 가지고 잡음생기는 거 싫고 해서 시댁에 남편이 하는 거 더해드리자 했지 한번도 깎자 소리 한적은 없지만
속내는 아들을 봉으로 아시는 것 같아 싫어집니다.
친정은 물질적인 부분 너무 안받으려하시고 체면 차리시고 너무 많이 보내주시는 편이라 속도 상하고 가끔 남편까지 미워지구요.
시댁에 있으며 문득문득 이런 날만 되면 극도로 저 자신이 한심해지고 우울해지는 건 잘 추스려지지 않더라구요.
차라리 딸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외손은 소용없다더라 하시면 딸자식은 자식도 아닌가요라고 되받아라도 칠걸..
경상도가 어떻고 하면 그럼 전라도는 어떤데요라고 말대꾸라도 해볼걸...하며 후회도 되구요.
여느 명절보다는 시어머니께서 임신하고 그나마 좀 더 마음 쓰셔서 소뼈도 고아두신거 주시고 받아왔는데 고마운 마음 들려해도 별로 들지 않아요.
남편한테 화풀이도 많이 하고 싶고 시댁흉도 자제하려해도 자꾸 나오는 것 같아 참기 힘들기도 하고..
실은 이 즈음엔 결혼한 거 후회도 많이 합니다.
결혼제도의 모순, 어머니 세대의 전철을 밟고 살지 않으려했던 옛날 생각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저항을 하였던 나인데 이렇게 순응하고 살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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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듣기 싫은 소리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상념
시댁..... 조회수 : 1,041
작성일 : 2010-02-15 04:25:09
IP : 122.37.xxx.18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제가
'10.2.15 4:32 AM (124.50.xxx.58)위로해드릴께요..
저도 오늘은 잠이 안오네요..
제 시댁도 비슷해요.. 아들만 중하고 딸은 취급안하시는..
그런 집 외며느리인데.. 딸만 둘이라서 해마다 듣는 아들타령에..
이 밤 잠을 못자는 중입니다. 내일은 친정다녀와야죠.2. 시댁.....
'10.2.15 4:39 AM (122.37.xxx.181)전 원래는 밤에 나와야하는데 친정이 바로 근처라 당일 갈수 있어도 다음날 갔었거든요(지금은 친정, 시댁 다 수도권에 계세요), 제가 시댁 있으면서 너무 기분이 나빠져 신랑 재촉해 일찍 나와 친정 다녀왔답니다.(공평하려면 자고와야 하는데 신랑 피곤하다고 친정어머니가 가라시네요) 그러고 그나마 약간 풀렸어요. 술이라도 마음껏 혼자 홀짝거리고 싶어 안되는거 알지만 신랑 맥주 조금 훔쳐 먹었어요 이제 자야지요. 124님께 저도 위로 드릴께요 힘내셔요~
3. 원글님!
'10.2.15 9:49 AM (211.210.xxx.144)굉장히 멋진 분이시군요.
시댁에 과람한 멋진 여자라서 시댁에서 제발 저려 미리 선수를 치고 기죽이려고 그러시는 거랍니다.
그러니 기분 나빠지시면 아니되옵니다.
시댁과 친정의 문화 차이 참 힘들지요.
기운 내세요.
원글님이 새로 가풍을 만들어간다고 굳게 마음 먹으시고 중심을 잘 잡으세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배우자분과 대화 많이 하셔서 훌륭한 가정 이뤄나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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