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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만들면서.... 몇가지 떠오르는 것들
야채 썰어서 볶고 끓여 소스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하고도 맛난 음식.
언제나, 카레를 만들면 생각나는 몇가지 소소한 일들이 있지요.
82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글 올려봅니다. ^^
예전에,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윤여정씨와 김세윤씨가 부부로 나오는 김수현 드라마가 있어요.
거기서 윤여정씨는 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항상 밥때가 되면 할머니 방에 가서
"어머님, 오늘 저녁은 ****를 하려고 합니다" 라고 허락을 구해요.
어느날은 지친 며느리 윤여정씨가 할머니 방에 가서 '어머님, 오늘은 간단히 카레를 할까 하는데요' 라고 하자
식탐이 있던 그 할머니께서는 "아니다 얘야 이런날은 된장찌개 보글보글..." 하시는 찰나에
잠들어있는 김세윤씨가 벌떡 일어나며 "이야~ 내가 카레 먹고싶어서 카레 꿈을 꾸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라고 해서
할머니는 못마땅한 얼굴로 "아범이 먹고싶다니 그렇게 하려무나' 라고 합니다.
그 아들은, 오랜만에 간단한 밥으로 아내를 쉬게 해 주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보였거든요.
할머니는 그게 못마땅하면서도 아들이 먹고싶다 나서니 어쩔 수 없이 그래라 한거고요....
그때 저는 어린 학생이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와닿았어요.
우리 엄마도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간단하게 한끼 하고 싶을 때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입맛에 맞추어 늘 한상을 푸짐하게 차리셨어요.
우리가 카레, 짜장이 먹고싶을 때는 상을 두번 차리셔야했기에 더 손이 가셨기에....
늘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맛으로 찌개와 국 생선 반찬이 줄줄이 놓인 밥상을 만드셨어요.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어쩌다 방학에 고모집에 가면, 부부와 남매 뿐인 가족이었던 고모네는
고모부가 카레가루를 휘저어 풀고, 고모는 간단히 카레를 만들어서 김치 하나로 밥을 먹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때 우리에게 카레는 그냥 카레가 아니었거든요.
카레를 만들면, 할머니는 정성들인 밥이 아니라며 노발대발하셨고(심지어는 먹는 음식에 더러운 비유까지 하시며)
우리한테는 참 먼 음식이었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생선구이와 조림이 함께 있는, 나물이 하나 이상 있는, 국과 찌개가 따로 있는 밥상을 원하셨고
우리 아빠는 그 눈치를 보느라 할머니 입이 조금만 나와도 먼저 엄마에게 타박을 하셨고
드라마에서처럼, 오늘하루는 내가 카레가 먹고싶었는데 어찌 알았냐 하며 눙치는 모습도 없던 우리 아빠....
어린 나는 그 꼴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보기싫어서
아빠같은 남자와는 절대로 결혼 안할테다, 죽어도 어른 모시지는 않을테다, 결심을 꽁꽁 했더랬어요.
어린 나이의 밥상머리 결심이 나이들어서도 효과를 발휘해서
권위적이지 않은 친구같은 남자와 결혼을 해서
내 식구만 끼고 내맘대로 카레먹고 라면먹고 가끔 밥 건너뛰기도 하고 외식도 하고 잘 살고 있어요.
늘 카레를 만들때면
젊은 날의 우리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마음 한구석이 이상해집니다.....
이 간단한 카레, 국도 없고 그냥 밥 위에 얹어서 한끼 먹을 수 있는 카레를 해서 한끼 편하게 넘어가는
그것이 우리 엄마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일이었으니까요....
1. 그래요..
'10.1.4 4:59 PM (125.187.xxx.39)나도 지금 너무너무 밥하기 싫어 카레나 끓이려던 참이었어요.
그 어머니 지금은 편안하시죠?2. 연세드신
'10.1.4 5:01 PM (218.54.xxx.47)어른들 입맛이 젊은 사람들하고 많이 다르니까요...전 남편이 카레를 안먹어요 먹어본적이 없으니..울남편 이제 50이에요..전 중학교때 부터 카레 매니아였고 울 아이들도 카레 엄청 좋아해서 간단하게 먹는날은 늘 카레였는데...어머니 모시고 살땐 늘 카레이외에도 뭔가를 해야만 했었지요...멋모르고 카레만 했다가 어머니 물에다 밥말아서 김치랑 드시더라구요....엄청나게 죄송했었던기억이 나요... 요즘도 카레하는날은 생선조림이라도 따로 한가지는 한답니다 남편이 안먹어서...안먹어진답니다...저도 안먹는 음식이있는지라...걍 그러려니 한다지요...어른모시고 사는거 차린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놓고 밥한그릇 더떠놓으면 되지...생각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어른들 특히 남자들...절대 그렇지 않다는거 알아주면 좋겠어요...애들이랑만 있으면 분식 사다가 간단히 해결해도 되고..간식을 좀 강하게 먹고 한끼때울수도있는데...그게 안되잖아요...살면서 그런것도 엄청난 행복인데...
3. 떡
'10.1.4 5:03 PM (203.212.xxx.204)전 왜 눈물이 나는걸까요...
저희 엄마도 할머니 모시고 사느랴
맞벌인데도 아침 저녁으로 걸레질하며 청소하고...
밥차려내고 설거지 미룬적 없이...
헐레벌떡......출근하고....
어릴땐 엄마는 그런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결혼하고나서 보니 엄마가 그렇게 대단해보일 수가 없네요....ㅜㅜ4. .
'10.1.4 5:09 PM (121.137.xxx.243)저희 엄마도 어릴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살던 큰며느리에요.
그래서 저희집 밥상도 365일 세끼다 밥, 찌개, 국, 생선, 김치도 종류별로 몇가지, 나물...
이런 식이었고 제가 볶음밥이라도 먹고싶다 할 땐 제꺼따로 어른들꺼따로 하시느라 더 고생이셨죠.
방학때 이모나 삼촌집에 가서 며칠씩 묵었다 올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카레에 단무지반찬하나 올려진 상도 너무 맛있었고 끼니를 라면으로 때울수도 있다는 것도 처음 봤는데 너무 새롭고 맛있었던 생각이 나요.5. ..
'10.1.4 5:26 PM (61.78.xxx.156)글 정말 잘 쓰시네요..
칠순에 아직도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6. ...
'10.1.4 5:27 PM (220.120.xxx.54)시부모님, 그것도 이해심 부족한 시부모님 모시고 사시는 분들은 다 복받으셔야 해요.
그리고 김수현씨 이래저래 말 많지만 그런 장면을 그려낼 수 있는게 그분의 힘인것 같고 장수의 비결인것 같아요.7. 카레
'10.1.4 6:09 PM (220.117.xxx.33)저 어렸을 때 김장김치가 마구 시어갈 무렵, 카레 한 솥해서 온 식구가 먹으면 김치 많이 없어진다고 엄마가 카레 종종 해 주셨던 거 기억나요.
자취하면서도 제일 만만한 메뉴가 카레인지라 한솥 해놓고 며칠씩 먹어도 물리지 않았어요.
상실의 시대에 미도리가 그랬잖아요. 저랑 똑같아서 깜짝 놀랐었지요.
결혼하고 남편한테 카레를 만들어줬더니 좀 구식인 어머니 밑에 자라 카레를 고등학교 수련회가서 처음 먹어봤대요.
저는 둘째며느리인데, 시어머니가 저 앞에서 형님 흉을 가끔 보세요. 저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만... 너무 기억나는 한가지가 바로 카레얘기인데요...
어머니가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식구들이 카레를 해 먹었더래요. 어머니 식사 하셨냐고 묻길래 안먹었다 했더니 넓적한 접시에 카레를 주는데,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나더랍니다.
어머 왜요? 했더니, 하고 많은 그릇 두고 왜 개밥처럼 접시에 주는지 너무 서럽더래요...
저는 너무 웃기고 황당했지만, 어머니 원래 그렇게 먹기도 해요.. 하고 말을 못했어요.
결혼한지 1년도 안된 새댁시절이라...형님 두둔을 하기도 뭣해서... 하지만 그때 그순간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네요.
지금은 제가 스파게티, 카레, 스테이크..이런 서양요리를 종종 해 드려서 넓적한 접시에 음식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지셨지만, 두고 두고 그때 그 대화가 잊혀지지 않아요.8. 저는
'10.1.4 6:15 PM (112.164.xxx.48)아주 시골에 살았어요,
가게가 없어서 카레는 정말 큰맘먹고 멀리 가서나 사와야 하는
울엄마 도시로 큰 장보러 가면 카레사다가 해주었답니다.
저도 카레 너무좋아해요
그런데남편이
자취하면서 여형제들이 하도 해줘서^^ 카레 제일 싫다고 합니다
웬지 안스러워서 남편 있을때는 못해먹어요
오늘 우리집도 돼지고기 해동 시키고 있는중입니다.
아들하고 둘이 해먹을려고 준비하고 있거든요9. **
'10.1.4 10:32 PM (118.103.xxx.85)어려서 카레를 못먹어 식구들이 놀렸던 기억도 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랍니다.
좋은 수필 한 편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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