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50이 되는 오빠가 있습니다.
저랑 나이차가 십년이 넘게 나는 오빠이지요.
4년제 대학 버젓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돈을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해도 몇개월이나 했을라나.
엄마가 힘들게 번 돈으로 혼자만 대학 다녔고
엄마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빌붙어 살다가
8년전에 엄마 돌아가시고 남은 돈가지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천쯤 될라나 그것도 아마 다 쓰고 없을듯 보입니다.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한 삼년에 한번씩 형제들한테 전화해서 돈 없다고 돈달라 합니다.
꼭 이맘때쯤 전화해서 돈이 없어 밥 굶는다 합니다.
시골서 농사짓는 큰오빠가 쌀 보내준다고 주소 알려달라고 그래도
안 알려주다가 이번엔 웬일인지 알려주네요.
참 답답합니다.
이밤중에 답답해서 잠이 안와서 이러고 있네요.
대학 다니면서 우주에 관심을 가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랑 떨어져서 대학을 다녔으니 정확히 기억은 없지만,
우주에 관심 가지면서 잡지도 만들고 시도 쓰고 어쩌고 하더니
그때부터 혼자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듯 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구요.
대학 졸업장 딴게 신기하네요.
군대 다녀와서부터 사람이 좀 이상해 진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니 회사에 다닐수가 있겠어요.
(그 전까지는 정말 평범한 사람였어요.
제가 중학교 가기전 겨울방학에 영어공부 미리 시켜 주고,
엘피판 즐겨 들으면서 팝송 부르기 좋아하던)
엄마 살아계실때 엄마가 정신과에도 가보고 병원에도 가봤지만,
자기 멀쩡하다고 괜한 사람잡는다고 꾸준히 다니지도 않았어요.
형제들이 제가 같은 도시에 있으니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어떻게 좀 알아보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장애인 등록을 하려해도 본인 사진이랑 서류가 필요하다던데
그런것도 해줄리가 없구요.
자기는 멀쩡한 사람이래요.
어떻게 나이 오십 되도록 자기 밥벌이 못하는게 멀쩡한 사람이냐구요.
출근도 해야 하는데 너무 심란하네요.
잠도 안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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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더 아픈 손가락.
아련함. 조회수 : 827
작성일 : 2009-12-29 04:30:56
IP : 203.210.xxx.16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2.29 6:36 AM (75.158.xxx.22)님 글 읽기만 해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고...이제 정말로 마음아파하고 도와줄 사람은 형제들 밖에 없구나 싶네요.
웬수같아도 어쩌겠어요..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하면...때려죽이고 싶어도 ..내 오빤데.
제가 아는 정보가 없어서 죄송해요...글 읽으시는 다른분들이 아마 도움되는 답글 달아주실거예요...
님의 오빠가 ..이렇게 애타하는 님의 심정을 십분의 일이라도 헤아려 주셨으면..하고 기도합니다.힘내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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