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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은하수 조회수 : 305
작성일 : 2009-12-03 19:41:43
당신께.



살아 갈일이 걱정이 되어

며칠째 뒤척이며  잠 못이룹니다.

구멍난 가계경제를 메꾸려면

이젠 식당이라도 나가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



감당할수  있을지도

걱정되고

엄마가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  부끄러워할 막내도 걱정입니다.



그래도  더 힘들어지면

시장에라도 나가봐야 겠습니다.



길이 막히면 뚫으면 되고

이대로 두손 놓고 있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몇년 힘들어서

사실 몸이 만신창이입니다.



그래서  올 한해는

편히 쉬고 싶었습니다.



쉬면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고 싶었습니다.



텃밭도 가꾸고

산책도 하고

시간적 여유를  누리고 싶었지만



모든게  여의치 않네요.





원망은 없습니다.

더 힘든 당신일테니까요.



바라는 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중년을  알차게 보내

저물녁이  아름 다운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족한 부인 참아주고 아껴준 당신께 감사하며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의 아내   올림







늙어가는 아내에게-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 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IP : 58.235.xxx.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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