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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342
작성일 : 2009-10-30 16:01:27
오늘 날씨가 너무 너무 좋아요!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 갔으면 딱 좋겠는데
그럴 상황은 아니고
낼은 비온다고 하고 비온 뒤  추워진대요..


이시간이면  나른하고 잠깐 졸릴 시간이라
잠도  깨울겸  수다 떨려고요.ㅎㅎ


옛날 시골집에선 가축이 많았어요.
소, 흑염소, 개, 닭, 고양이를 키웠거든요.
제가 고양이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제 사랑을 너무 보여서 집착으로 느꼈는지
집 나간 고양이도 있었고요.ㅎㅎ


시골에서 닭을 기르면 달걀 가지러 가는 시간이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많게는 두개정도씩 가져오는 달걀.
암탉은  일정 시간이 되면 자기만 아는 장소에 가서
알을 낳고는  " 나 알 낳았다! "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아시죠?  암닭이 알  낳아서 우는 소리는 그냥 소리랑 다르다는거.

저는 암닭이 갓 낳은 알을 가지러 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어요.
껍질이 아직 다 굳지 않아서 살짝 말랑거리는 따끈한 알.
주황빛이 감도는 그 알이 서서히 굳어지면 살색빛 딱딱한 달걀이
되어   버리지요.


따끈따근한 달걀을 가져오는 건.
뭐랄까요.
충만함.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워낙 알을 쏙쏙 집어가니까  어느날부터 암닭은
항상 제자리 에서 낳던 장소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은 쇠죽 끓이던 솥 옆의 잘라진 볏짚에서 움푹하게
자릴 만들어 거기에 알을 낳아놓곤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알 낳았다는 소리에 그 자리로 달려가보면
거기가 아닌 겁니다.


그때부터 구석구석을 살피고 돌아 다닙니다.
어떨때는 장독대 사이에 낳아놓기도 하고
어떤때는 나무를 쌓아놓은 그 사이 사이 구석에  비집고
들어가서 알을 낳아놓기도 하고요.
더 깊숙히 찾지 못할 곳으로 말이죠.


또 한동안 잘 낳아놓던 장소는
외양간 위에 볏짚을 올려놓던 높은 공간이있었는데
그 위에 올라가서는 깊숙히 알을 낳아놓곤 합니다.
그럼 저는 작은 몸집으로 그 위를 겁도 없이 올라가
볏짚 사이를 뒤지고 다니다가
저~~기 옴푹하게 패인 곳에 빛나고 있는 말끔한
달걀을 보게 되면 너무 너무 신나서 그걸 작으마한 손으로
잡아 움켜들고는 내려오곤 했지요.


바지에 넣고 돌아다니다 깨먹기도 일쑤였고
한알 한알 모아서 여러개가 되면 너무나 뿌듯했고
언젠가 한번은 한동안 닭이 달걀을 낳지 않길래
이제 알을 못낳나보다 했는데
한참 후 불때려고 쌓아놓은  나뭇단 속에서
수십개의 알이 발견되어  횡재하던 때도 있었지요.ㅎㅎ
겨울일때라 속은 얼어 있더라는.ㅎㅎ


겨울에 닭을 닭장속에 넣어두고 키우면
그 안에서 알을 낳는데
때로는 닭이 자기의 알을 쪼아서 먹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기 전에 재빨리 빼와야 하는데
가끔 늦어서 그러지 못하면  구멍뚫려 노른자가 흘려진
알만 남게 되지요.


시골에서 기르던 닭이 낳은 달걀은  정말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시골이다보니 주변 풀숲이나  나무 가지 사이사이에
새알이 많기도 했어요.
당산나무의 가지에는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면
잘못해서 땅으로 떨어지는 옥색빛 알이 깨어져 껍질만
덩그러니 남기도 하고요.


제비도 처마밑에 집 짓고 알을 낳아놓았는데
어쩌다 제비집이 떨어져서 알이 몽땅 깨져버리고
다행이 한알 남은 알을 가져와서  이불속에 넣어
부화시키겠다고 온갖 정성을 들였는데
나중에 보니 알속이 말라버렸더라는...


한번은요.
엄마랑 밭에 갔는데  커다란 배추를 엄마가 뽑아 내시니까
그속에서 참새 알이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진짜에요.
엄마랑 저랑 어떻게 참새알이 여기있나..하고 무척 신기해했는데
배추사이에 알을 낳아놨던 걸까요?
둥지도 없었는데 말이죠.


초여름이 되기전쯤   어느날엔
아버지가 꿩알을 주어 오셨는데
그걸 동네 아저씨랑 삶아서 드시는 거였어요.
맛이 너무 궁금해서 한 알 먹고 싶은데
동네아저씨가  어린애는 이런거 먹으면
안됀다고 막 엄포를 놓으시는게 아니겠어요?
뾰류뚱해져서 있었더니
아버지가 한 알 주셨는데


꿩 알은 달걀하곤 다르게  노른자가 90%고  흰자는 노른자만
살짝 둘러싸고 있더라구요.
맛은 뭐 달걀맛~ ㅎㅎㅎ



동네 어느 아줌마가 키우시던 오리가 낳은 오리알도
먹어보고..


동네 아이들이랑 어울려 놀다
마을앞 밭에서 흙가지고 장난치다가
땅속에서 뱀 알이 나오기도 하고말이죠.



하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알은.
갓 낳은 따끈한 달걀.
그 달걀로 후라이를 하면 얼마나 맛이 있던지
그 특유의 고소한 맛과 달걀 냄새가 있었는데
시중에 파는 달걀에서는 그 맛과 냄새가 전혀 나질 않네요.
IP : 61.77.xxx.11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0.30 4:05 PM (122.35.xxx.245)

    무슨 성장소설 읽은 것 같아요. 넘 좋네요 이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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