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집에 일거리 싸오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난다고 글올렸었어요.
몇몇 분들이 서재를 따로 만들어주고 잠을 편하게 자라고 조언해주셔서...
서재는 따로 있어요. 오자마자 서재에 틀어박힐 때도 많아요,
요즘은 드라마 보느라고 티비 앞에서 상펴고 일하지만요.
서재에 틀어박히든 안방에서 티비 보며 일하든 사실 그건 크게 상관없어요.
제가 정말 싫은 건 집에 마치 티비보러 혹은 일하러 왔다는 듯한 태도에요.
아무리 일이 많아도 프로젝트가 있어 특정 기간만 그렇게 매달렸다가 좀 느슨해지다가
그러는 것도 아니고 1년 365일 매번 7시에 나가서 10시 들어오면서 집에 오자마자 상펴고 앉아서
티비보고 일하면,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은 채워지겠지만, 가족은요?
그 사람은 회사원으로서만 존재하는건가요? 뱃속 아이의 아빠로서는요? 남편으로서는요?
부인이든 누구와든 타인과 한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은요?
가끔 입으로는 그럽니다. 함께 태교해야하는데 동화책 한 줄 못읽어줘서 미안해,
다리가 맨날 붓는데 다리마사지도 못해줘서 미안해, 집안일 모두 자기에게 시켜서 미안해.
그럼 그렇게 말로만 미안미안거릴 게 아니라 최소 들어와서 눈맞추며 10분 15분이라도 대화 나누면서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동화책 읽어주기, 쓰레기 버려주기 같은 거 하면서
아빠로, 남편으로 잠깐이라도 돌아왔다가 할 일하면 안되는건가요? 티비 볼거 다보면서 천천히 일하는 시간에?
비교적 일찍 퇴근하는 저는 둘의 공간을 위해 배 뭉치는 것 힘들어도 참고 식사 준비도 하고,
청소도 하고, 남편 힘들까봐 옷도 다려주고 챙겨주고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런 보살핌을 받을 건 다 받으면서도 자신의 일만 할 뿐이니, 전 뭔가 싶어요.
둘의 공간을 위해 내가 애쓴 게 아니라, 그냥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제 노동력을 제공했다는 느낌만 들 뿐이에요.
어제도 너무 속상해서 소파에서 자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
울면서 서재가서 일하라고, 난 불끄고, 티비끄고 안방에서 자야겠다고 했더니
나보러 너무한다면서 짜증내고 새벽 3시까지 서재에서 일하다가 딴 방에서 자고 출근해서는
메신저도 꺼놓고 전화 한 통 없어요.
항상 사과는 왜 내가 먼저 해야하는건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이런 감정 아기한테도 안좋을텐데 너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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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일거리 싸오는 남편 2
... 조회수 : 381
작성일 : 2009-10-28 14:11:11
IP : 118.33.xxx.19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잘은...
'09.10.28 2:23 PM (203.235.xxx.34)잘은 모르겠지만....10분 15분만이라도 가족을 위해 이런시간을 갖자는 얘기는 해보셨는지요.. 남편분이 미안하다고 말씀도 하시는거보면.. 전혀 마음이 없는거 같진 않은데요.
2. 마음
'09.10.28 3:23 PM (122.42.xxx.22)쓰신 그대로 대화를 나누시거나 메일을 보내 보세요.
물론 대화를 안 나누신건 아니시겠지만요.
님의 마음의 서운함은 아랑곳없이
쇼파에서 자다 일어나 다짜고짜 울부짖는 아내가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남편분은 몹시 당황스러웠을것 같아요.
가사일도 힘드시면 대충하시고 남편에게 도와달라 청하시고요.
남편이 가사일 잘 도와주는 집의 경우
아내가 도통 안치우고, 그래도 그렇게 살아지드만요.
tv때문에 안방에서 작업하시는거면
tv도 서재로 옮기시구요.
울지마시고 섭섭하거나 요구사항을 차분하게 전해보세요.
님의 마음이 전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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