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6년, 초2년, 23개월 삼형제 엄마입니다.
글쓰기에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글쓰기모임 가는 날 생긴 일을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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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셋째 주 토요일, 글쓰기모임 있는 날이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학교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선다. 보통의 토요일이었다면 나는 지금 거실 불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가 막내가 깰때까지 30분이라도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 어제 쓴 글을 다듬어야 하고 12시 반에 돌아오는 아이들 점심도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나선 저녁밥 준비를 해 놓고 늦어도 2시 반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시간이 빠듯하다.
글을 다듬는 것은 막내 아이가 깨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막내 녀석은 내가 컴퓨터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항상 방해를 한다. 어제 써 놓은 글을 프린트 해, 소리 내 두 번 읽어 보았다. 허기가 진다. 아무래도 아침밥 먹고 해야겠다.
반찬을 꺼내고 밥을 푸고는 남편을 불렀다. 역시 한 번 불러 일어날 사람이 아니다. “윤이아빠, 일어나. 나 오늘 글쓰기 모임 가야 돼서 바쁘거든. 밥 먹고 또 자. 알았지?” 오늘 새벽에 들어 온 남편을 깨우다 보니 옆에 자던 막내가 먼저 일어난다. 막내와 내 등살에 겨우 일어난 남편은 신문을 뒤적이며 거실에 앉는다.
나는 남편이 식탁에 앉거나 말거나 먼저 먹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10시다. 글 수정도 아직 마무리를 못했는데, 시간은 빨리 달려간다. 식사를 다 하고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그래도 남편이 식탁에 앉아서 막내 밥을 챙겨서 먹인다. 밥 다 먹은 남편은 신문을 보다가 다시 안방에 들어가잔다. 막내 아인 어느새 내 무릎에 앉아서 나를 방해 한다. 아~ 시간이 없는데, 어쩌나.
막내는 혼자 노는 게 심심했던지 방안 장난감을 잔뜩 꺼내서 거실을 어지럽히고 논다. 아 저건 또 언제 치우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당장 급한 건 글 수정하는 것. 관심을 끊고 나는 글에 집중을 했다. 그런데 어느 덧 시계를 보니 11시 반이다. 아이구 큰 아이랑 둘째 아이가 학교 끝나고 올 시간이 다 되었다. 오면 배고프다고 난리가 날 텐데.....
나는 컴퓨터에서 일어나서 카레를 준비했다. 카레를 하면서 설거지를 했다. 막내 녀석은 내 다리를 등으로 밀어서 나를 싱크대에서 떨어뜨릴려고 애를 쓴다.
“윤아, 엄마 형아 오기 전에 밥 준비해야 돼. 잠깐만 혼자 놀아.”
“아앙.”
그렇지 니가 내 말을 들어주면 세 살이 아니지. 아이와 씨름을 하면서 설거지도 하고 카레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돌아 왔다. 형이 오니 막내는 이제 형을 졸졸 따라 다닌다. 막내가 방해를 안 하니, 이제 일에 속도가 붙는다.
그런데 좀 있으니 “엄마 윤이 똥 쌌나 봐. 똥 냄새 나.” 둘째가 나를 부른다. 2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이렇게 사고를 친다. 꼭 바쁜 날이면 이런다. 나는 똥이 들어 있는 아이의 바지를 벗겼다. 똥이 떨어질까 봐 잘 싸서 한 손에 들었다. 다른 손으론 아이의 손목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바닥엔 어제 물을 준 난화분이 있다. 화분에서 물이 다 빠지면 베란다로 옮길 생각으로 화장실에 두었는데, 마음에 좀 걸린다. ‘막내 녀석이 화분을 깨뜨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바지에 들어 있는 똥을 변기에 털었다. 아이는 화장실에 서서 내가 하는 행동을 하나 하나 유심히 처다 보고 있다.
나는 똥 묻은 바지를 세탁실 빨래 삶는 통에 넣으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윤아, 잠깐만 화장실에 있어. 엄마 바지 치우고 올게.” 잽싸게 화장실로 돌아오는데 “퍽”하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에 와서 보니 역시 난화분이 박살이 나 있었다. 바닥엔 화분 속에 있던 작은 돌이 쏟아져 있다. 화분의 윗부분은 깨져있고 아랫부분은 난과 함께 옆으로 누워있다.
아~ 바빠 죽겠는데. “윤아, 이게 뭐야 ” 옆에 선 막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똥말똥 날 쳐다본다.
“현아, 비닐 봉투랑 신문지 좀 가져 와.”
“엄마 왜?”
“윤이가 화분 하나 깨뜨렸거든. 빨리 가져와. 엄마 바빠.”
돌맹이를 손으로 쓸어서는 봉투에 담았고 화분은 신문지로 싸서 두꺼운 청테잎으로 감았다. 막내 녀석은 엉덩이에 똥이 묻은 채로 쭈그리고 앉아서 내가 돌맹이 줍는 것을 도와준다. 깨진 화분을 베란다에 옮겨 놓고 화장실로 돌아 왔다. 막내 아인 화장실 문틀을 잡고선 나올까 말까하고 서 있다. “윤아 얼른 들어가. 엄마가 똥 닦아 줄게.”
온수를 틀어서 바가지에 가득 물을 받았다. 이제 아이를 닦아 주려고 돌아 섰는데 섰는데, 아니 아이가 안 보인다. 어딜 갔지? 똥 묻은 엉덩이를 해 가지고 어딜 갔나? 거실을 내다보니 둘째 아이가 공기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겠다고 막내가 거실에 철퍼덕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으으윽 최악이다. 최악.
“윤아! 똥도 안 닦았는데, 거실에 나와 앉으면 어떡해?” 막내 녀석은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순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너 거기 가만히 있어.” 거실 바닥을 보니 똥발자국이 여기 저기 찍혀 있다. 엄마가 바쁜 날은 어찌 저리 귀신 같이 알고 사고를 치는지 모르겠다. 똥발자국을 요리 조리 피해며 아이에게 갔다. 아이 옆구리에 양손을 끼고 아이를 높이 들어 화장실에 내려 놓았다. 엉덩이 고추 허벅지 발까지 모두 다 똥범벅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거실을 먼저 치워야 하는지, 아이를 먼저 닦여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선다. 거실을 먼저 닦으면 똥 묻은 아이가 여기 저기 돌아다녀서 안 되고 아이를 먼저 닦으면 아이가 똥 천지 거실을 돌아다녀서 안 될 거 같다. 방법이 없다. 자는 남편을 깨우는 수밖에 없겠다.
“윤이아빠, 잠깐만 일어나 봐. 비상이야! 비상. 윤이가 똥도 안 닦았는데, 거실에 앉아서 지금 거실이 똥자국 천지야 빨리 일어나.”
“당신이 치우면 되지. 날 왜 깨워.”
“내가 애 닦이고 거실에 내 놓으면 거실 똥이 애한테 다시 묻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일어나서 거실 똥 좀 치워.”
“그럼, 내가 윤이 닦일게.”
자던 남편이 억지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온다.
“아빠가 우리 윤이 때문에 쉬질 못해요.” 벌써 시간은 1시 30분이 넘어간다. 거실 똥 치우고 점심 차리고 밥 먹고 나 씻고 저녁까지 준비해 놓고 나면 도대체 몇 시쯤 집에서 출발 할 수 있을까? 아~ 똥냄새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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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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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똥천지
삼형제 맘 조회수 : 504
작성일 : 2009-10-26 11:50:45
IP : 112.148.xxx.19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너무
'09.10.26 1:10 PM (147.46.xxx.122)재밌게 읽었어요. 앞으로 자주 올려주세요. 육아 경험이 생생하네요.
저흰 아직 애기가 없는데.. 겁 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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