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학교 빼 먹고 바다 갔다 왔어요.

하하 조회수 : 465
작성일 : 2009-10-18 22:55:54
하하... 학교 빼 먹고 놀러다니는 불량 학생이라고 야단 치실 건가요?

이번 학기 마지막 시험이 끝났어요.

마지막 시험은 생각보다 잘 보지 못했어요. 여기 시험은 무조건 서술식인데 답안 작성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는 문제인데도 답을 못 적었죠.

감독 선생님께서 보통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려주시는데, 이 날은 약속이 있으셔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30분이나 시간 더 주시고 본인 약속에 늦게 가셨으니 감사하다고 해야죠...


갑자기 참 마음이 갑갑하더라구요.

인생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어느 순간 그거 다 소용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다음 날... 학교 가려고 버스 타고 가다가

학교 앞에서 안 내리고 그냥 기차역까지 갔어요. 종점이 기차역이거든요.

제일 가까운 바다로 가는 표 끊어서...

친구들이 왜 학교 안 오냐, 아프냐, 문자 보내는 것도 답도 하나도 안 보내고

그냥 마냥 바다만 바라보다 왔네요.

가는 길에 슈퍼에서 귤이랑 오렌지를 한 바구니 잔뜩 샀어요.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수능 치기 얼마 전에. 방파제에 갔던 적이 있어요.

방파제 앞에 있는 새로 생긴 과일 가게에서 오렌지를 잔뜩 사서...

방파제에 앉아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오렌지를 까 먹었는데

바다 위로 둥둥 떠가는 선명한 주황색의 오렌지 껍질이 아직도 시야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여긴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겨울이 별로 춥지 않은 곳인데도 꼭 이맘때의 한국과 같은 날씨가 됐어요.

바다에 가니까 바람도 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바다에 반짝반짝 하는 햇빛이 꼭 한국의 바다 같은 것이...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몸 속이 텅텅 소리가 날 정도로 다 비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모르겠어요.

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고민할 필요 없다고.

내 능력 안에 해결 할 수 있는 일이면, 고민하지 않아도 곧 해결 할 수 있을테고

내 능력 안에 해결 할 수 없는 일이면, 고민하고 있어도 어차피 해결 할 수 없을테니 그냥 두자고.


이게 인생이 맞는 걸까요?





IP : 82.61.xxx.20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몇살이신지..
    '09.10.18 11:36 PM (121.124.xxx.45)

    사춘기이신가요?

    때때로 방황할 수도 있지만 너무 길게는 하지 마시고요.



    몇일전 본 "애자" 라는 영화내용이 생각나네요.
    그주인공이
    비만 오면
    학교 빠지고 바다로 간다네요.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나는데
    왜 바다가냐? 하니 시 써야죠. 하대요. 혹 님도 그런 예술하다 오셨는지요?^^


    하여튼 부럽습니다. 그런 젊음이... 앞으로 낭만의 하루로 기억되겠네요.

  • 2. 다시 글을 보니
    '09.10.18 11:39 PM (121.124.xxx.45)

    대학생이신가보네요.

    고등학생인지 알았는데...

    살다보면 답답한 일 많죠. 거의 시간이 해결하는 것 같더라고요.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힘 내세요!!!

  • 3. 원글
    '09.10.18 11:43 PM (82.61.xxx.203)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원래는 학교 단 하루도 안 빼먹고 출석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랍니다...

    그런데 한 3, 4년에 한 번씩 딱 이런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바다 보고 와서 기분 나아졌으니... 텅텅 빈 내 속에 새로운 걸 채워넣을 수 있겠죠.

  • 4. 허어~
    '09.10.19 12:53 AM (114.204.xxx.19)

    요산요수란 말이 갑자기 생각나서리 .... ㅎ
    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더니
    원글님은 바다를 자주 찾으시니
    젊은 나이에 벌써 세상이치를 깨닫게 되시나 봅니다~

    마지막 두 문장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군요...
    나이가 드니 젊은 사람들을 보면 단지 젊다는 그 한가지 만으로도
    너무 부럽네요...
    원글님... 인생의 황금기에 있으시니
    타국에서 외롭기도 하겠지만 부디 하고자 하는 일 다 해 보시고
    식지 않는 열정을 갖고 치열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4878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한심한 아저씨들...쯧쯧 3 풍경 2009/10/18 944
494877 낼모레 마흔인데 아직도 방황중.. 4 에효 2009/10/18 1,246
494876 삼출성 중이염...수술해야 할지요 2 ... 2009/10/18 285
494875 다이어트 할려구 하는데 배고플때 뭐먹으면 좋을까여? 13 ........ 2009/10/18 1,450
494874 저도 층간소음때문에 미칠것같아요. 7 조용히살고파.. 2009/10/18 781
494873 하나로에서 한우사태를 사다가 고기국끓였는데..누린내가 나요. 어쩌죠? 1 난감 2009/10/18 354
494872 핸펀문자내용을 볼수가 있나요? 백지 2009/10/18 401
494871 올드팝이 듣고 싶다면.... 2 라디오 2009/10/18 299
494870 가스불이 한참있다 켜져요.. 성질버리겠어여 9 점화 2009/10/18 674
494869 커피 물 끓이는 주전자 어떤걸로? 15 그냥 2009/10/18 1,434
494868 전자렌지 사용하시나요? 6 우리둘이 2009/10/18 688
494867 거실 바닥에 깔 패드 하나 추천해주세요 3 패드 2009/10/18 673
494866 공사현장 근무자들 3 질문 2009/10/18 278
494865 누가 가져야 할까요? 19 조심조심 2009/10/18 2,169
494864 la갈비로도 찜하나요? 3 두툼한 것이.. 2009/10/18 404
494863 학교 빼 먹고 바다 갔다 왔어요. 4 하하 2009/10/18 465
494862 미국산이라고 너무 버젓이 써놓아서... 10 ??? 2009/10/18 724
494861 남편의 이런 행동 때문에 너무 싫습니다... 11 남편 2009/10/18 1,897
494860 다들 그런신건지... 34 전업 17년.. 2009/10/18 7,413
494859 동남아 여행지 (필리핀, 인도네시아) 추천좀 5 동남아 2009/10/18 651
494858 혹...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5 ... 2009/10/18 932
494857 정말 거의다 없나요?? 6 독감 백신 2009/10/18 552
494856 중2아들과 1박2일여행지 추천해주세요 ^^ 3 자전거 2009/10/18 572
494855 시골의 텃세 16 안삽재 2009/10/18 1,949
494854 전 불륜이 그리 많은지 몰랐네요 14 허참 2009/10/18 6,052
494853 아웃백 런치메뉴도 카드 할인 되나요? 3 궁금 2009/10/18 4,310
494852 47세인데,,아줌마,아주머니,,하면 적응안돼요,,나만그런가 ㅋㅋ 13 내가미쳤죠?.. 2009/10/18 1,112
494851 낸시랭과 허경영 3 같은수준? 2009/10/18 580
494850 이해 안되는 미국 유머 설명 부탁드려요. 9 궁금이 2009/10/18 641
494849 5세 아이 육류 섭취 빈도수가 어느정도면 적당할지~ 1 엄마 2009/10/18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