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

작성일 : 2009-10-15 14:30:44
“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
글·사진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ㆍ‘희년실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ㆍ“기독교인의 삶이 평화의 가치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믿음·구원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3가 청파교회. 김기석 담임목사(52·사진)의 집무실은 창가를 제외한 3개면의 벽이 책으로 가득했다. 교수 연구실 같은 분위기로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주종이었다. 4000권 정도 될까. 집에 있는 책을 더하면 9000권가량 된다고 한다.

김 목사의 집무실은 예배당 바로 옆 비좁은 복도 구석에 있다. 성가 소리가 집무실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방음이 거의 되지 않는 듯했다. 1979년에 지어진 예배당 신도석도 요즘 어른 체형에 맞지 않을 정도로 작다. 김 목사는 “건물이 촌스럽다며 교회에 대리석을 붙이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교인들께서 건물을 치장해선 안된다고 하셨죠. 교회 재산 증식을 위한 부동산 사고팔기에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101년 전 설립된 청파교회는 ‘희년실천주일 참여교회’ 중 하나다. 최근 23개 교회는 “부동산 과다 소유, 집값 짬짜미 등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의 풍조를 따르지 않고, 토지 임대료 수익은 ‘노력소득’보다 우선해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목사는 “부동산으로 재산 굴리는 걸 지혜로운 재테크로 여기고, 집에 집을 더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며 “내 재산 가치가 오르는 것은 곧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빼앗는 일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 침묵하면 안된다는 뜻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종교의 사회적 소명을 중시하는 실천적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는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 집행위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주요 현안 때마다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평화가 깨진 현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장에 가서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고통을 요하는 그릇된 정책과 가치관에 반대하는 게 정치적 입장처럼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복음적 입장”이라며 “기독교인의 삶이 평화라는 가치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믿고 구원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청파교회의 2009년 표어는 ‘평화세상을 여는 녹색교회’다. 김 목사의 ‘진정한 복음’은 평화와 환경·생태의 가치와도 직결돼 있다. 청파교회는 2년 전 ‘햇빛 발전소’를 만들었다. 여기서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다. 수익 전액은 전기료를 못내는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한다. 김 목사는 “환경 문제가 기독교적 신앙과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은 그릇된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이 생태학적으로 개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동차가 없다. 집(마포구 도화동)에서 걸어서 교회에 온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탄다. “진정한 복음은 생명이 상호의존되었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특히 산업사회 이후 생태계가 현저히 파괴되고 있는데,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입니다.”

청파교회는 매년 1억원가량을 기부한다. 김 목사는 “연말에 돈이 남으면, 교인들이 ‘이 돈 쌓아두지 말고 어딘가에 빨리 보냅시다’라고 한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우물 파기, 케냐에 쓰레기 줍는 아이들 교육 지원,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은총의 숲 조성’에 주로 기부한다. “그 사람들이 예수를 믿도록 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실천적 목회는 ‘신앙관’에 기반한 것이다. “신앙 생활을 하나님께 고백하는 내용을 삶으로 번역하는 과정입니다. 그 고백의 내용이 내 삶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라면 신앙이 아니죠. 말장난 같지만, ‘기도(祈禱)’는 시도하고, 도모하는 뜻의 ‘기도(企圖)’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바치는 기도가 나의 실행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뿐입니다.”

■ 희년실천주일

2007년8월27일 토지정의실천운동(약칭 희년운동)에서 제안한 주일. 우리나라는 지난 9월27일 세 번째 희년실천주일을 맞았다. 원래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땅에 들어간 해부터 일곱번째의 안식년이 끝나는 다음해인 50년째를 희년(禧年)으로 셈하는데, 가난해서 팔 수밖에 없었던 땅을 되사고 빚의 탕감과 노예가 자유를 되찾는 시기다.

<글·사진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IP : 119.196.xxx.23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0.15 4:03 PM (121.161.xxx.175)

    매주일 이 교회 싸이트 들어가서 목사님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개독교이라고 아무리 욕을 해도 곳곳에 정말 좋은 교회 목사님 숨어 있더군요...

  • 2.
    '09.10.15 5:43 PM (58.74.xxx.3)

    흠...

    좋은 목사님이라는글에는 댓글이 하나밖에 안달렸네요...

  • 3. ..
    '09.10.15 6:26 PM (221.146.xxx.170)

    나쁜 교회라면 마구마구 댓글이 넘쳐나는데 좋은 이야기에는 댓글이 넘 비싸네요.ㅠ_ㅠ

  • 4. 은석형맘
    '09.10.15 11:42 PM (210.97.xxx.82)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목사님...
    김기석목사님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항상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수업을 하셨고
    제가 기독교인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분이세요.
    고맙습니다.목사님

  • 5. 제가
    '09.10.16 10:56 AM (220.120.xxx.194)

    어렸을 때 유년부 다녔던 교회네요.
    그립습니다.

  • 6. 이런
    '09.10.21 6:13 PM (124.49.xxx.185)

    교회도 있군요..
    저런 목사님이라면, 한번 다녀볼만 하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3844 동네아줌들중 보기싫은 이들이 계시면 어떻게 대면하는게 현명한가요? 3 우매한자 2009/10/15 968
493843 영작질문입니다.(ㅠ.ㅠ) 3 ㅠ.ㅠ 2009/10/15 149
493842 코멩멩이 소리나는 아이 이빈후과 가야하나요? 웅.. 웃자맘 2009/10/15 148
493841 아들 둘 있는 사람 딸둘 있는 사람 33 뻐꾸기 2009/10/15 2,366
493840 어제 얘기한 김치냉장고 a/s 오셨어요; 황당 2 한풀이 2009/10/15 516
493839 이사하면 우편물을 이사한곳으로 받을수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5 이사 2009/10/15 624
493838 양산 - 현재 상황을 설명드립니다. 27 양산홧팅 2009/10/15 1,617
493837 맛없는 김치로 맛있는 김치찌개 끓이기~ 도와주세요~ ㅠ.ㅠ 10 맛있는 김치.. 2009/10/15 1,443
493836 컷트머리에는 무슨 파마를 하나요?? 6 파마요~~ 2009/10/15 2,046
493835 삼양 대관령 목장과 양떼 목장..어느곳에 갈까요? 13 강원도 여행.. 2009/10/15 1,283
493834 저 10년만에 립스틱 샀어요~ 7 화장품 2009/10/15 729
493833 중1 평균87.5 이 정도면 중하위인가요? 8 우리딸 2009/10/15 1,360
493832 50만원짜리 지갑에 5천원 시모,,,5천원짜리 지갑에 50만원 친정엄마 10 어떤삶 2009/10/15 1,526
493831 [시민단체 정치참여] 여당 "좌파들의 결집일 뿐" 비판적 시각 2 세우실 2009/10/15 138
493830 오늘 밥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대자로 뻗었어요ㅡ.ㅡ;;; 6 에고...... 2009/10/15 1,303
493829 초등1학년 받아쓰기 어찌하면 좋을까요? 11 받아쓰기 2009/10/15 1,573
493828 속눈썹 파마 했는데. 정말 이상해요 ㅠㅠ 4 햇님 2009/10/15 536
493827 원룸 이사 문의좀.. 포장이사 해야할지.. 비용등 기타문의 6 원룸이사 2009/10/15 428
493826 문재인실장님 인터뷰, 어맹뿌 지지율에 대한 소견...ㅎ 6 어딜가나 2009/10/15 752
493825 백화점상품권 구입은 현금만 구입가능한가요? 6 ^^ 2009/10/15 1,402
493824 전주 시내에서 임실까지는 몇분정도 걸리나요? 3 전주 2009/10/15 210
493823 이게 무슨말인가요?? 1 수시원서 2009/10/15 208
493822 머리스타일을 확 바꾸고 싶은데요, 미용실추천좀~ 1 크리스티나 2009/10/15 309
493821 “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 6 청파교회 김.. 2009/10/15 489
493820 '불심검문 불응 시민 폭행' 경찰관, 선고유예 1 세우실 2009/10/15 177
493819 이사를 가면서 장롱.침대등을 다른 곳으로 보낼려고 하는데요, 좋은 방법있을까요? 2 간단이사.... 2009/10/15 317
493818 조지루쉬 보온도시락 써보신분들 도움부탁드려요....^^ 6 밥통 2009/10/15 971
493817 돌 지난 아들..크레파스? 2 초보 엄마 2009/10/15 181
493816 내 이름으로 로그인한 사람에게 친구가 메신저 피싱을 당해 입금했다는데.. 3 메신저 피싱.. 2009/10/15 471
493815 오늘저녁메뉴 어찌되는지요? 5 시장가기전 2009/10/15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