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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 결혼 20년차 주부의 일기

은하수 조회수 : 2,641
작성일 : 2009-10-11 02:51:50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어제 중간고사를 끝내고 밤새도록  게임을 하던 막내는  한참 자고있었고

남편은  시골 밥상을 시청하는 중이었다.



여보야,  우리 산에 가자.



내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은  안그래도  일어나면  그말 하려고 그랬다고

벌떡 일어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끓여 나눠먹고

물한통,  배하나를 깍아  길을 나섰다.



북한산 입구에서 김밥  두줄을 사고

오뎅을 2개씩  사먹었다.

뜨끈한  국물을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우리들의 등산코스는

언제나  인적이 드문쪽...

형제봉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 올랐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가슴이  탁 트이도록  맑고  시원했다.



올라가며

요즘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들...하나하나  이야기 하고

그리고  더  배려하며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말하기전에

내 생각을  알고  또 그해결책까지

함께 나눌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아침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며 언젠가  내가 읽은 책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결혼은

파티에 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는  험준한 산을

걷는 것이다.

때문에 화사하고  예쁜 파티신발 같은  배우자를 고르기 보다는

오랜 시간  힘든 산행을 견딜수 있는 투박하지만 편하고 튼튼한 등산화 같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구절...



읽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들 힘들다는 요즘 새삼  맞는 말이었다고

느끼는데...



어느새 앞서가던 남편이 오르막길에서 조심하라며 손을 내민다.



욕심내지 않고  우리가 힘들지 않을만큼  산에 올라

2줄 3천원,  소박하지만  영양 만점  아침을  먹었다.



2시간의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니 산 입구에선  우리 농산물 시장이 펼쳐졌다.

치악산 산마와 주왕산  얼음꿀 사과중  어느걸 살까

고민하다  맛보기가  맛있었던   사과를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12시가 가까왔는데 막내는  일어나지않았다.

점심은  간단하게

된장찌개와 계란찜, 김과  무짱아찌, 김치

시험을 잘 본 아들은 불고기와  계란찜.



모기에 물려 새벽 4시부터 일어나야 했던 남편은

밥을 먹고  그새  낮잠을 청했다.



나는  밀린 집안일을 후딱 해치우고는  남편을 깨웠다.

함께 쑥뜸을 뜨러 가고 싶었는데

맞는 시간이  토요일밖에  없어서 일주일을  기다렸기에

남편의 단잠을 깨울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쑥뜸집에  도착했다.

쑥뜸이 만병 통치는  아니지만

친구의 권유로  2번 했는데

속이 편안했다.



생전처음  해보는 쑥뜸이  어색했지만

남편은  무지 좋다는  부인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우뚱 하며 순순히  쑥뜸에  몸을  맡겼다.



3번의 뜨거운 쑥뜸질이 끝나고

온몸에 쑥냄새를  풍기며

우리는  한낮의  거리로 나섰다.



지하철을 타려는데

남편이  자켓 하나만  사게  아울렛을 들렀다가  가자고

운을 띄웠다.



사실  남편 회사 출근복이  정장에서

케주얼로  바뀐뒤  입을 옷이  없긴했는데...



예정에는  없었지만  지하철을  환승하며

아울렛에  도착했다.

10만원이  넘는  옷은 패스...

80% 세일을 하던  피*티에서

합치면 정가 100만원이 넘는  옷 3개를  12만원에  살수 있었다.

조끼와 잠바가  세트로 붙은  옷  , 세련된 반코트, 그리고  자켓까지...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싸게 사니 부자가 된듯  안먹어도  배가 불렀다.



아들 츄리닝과  내 겨울코트까지  사니 정확히  20만원이 지출되었다.

살짝 빵꾸 날  생활비가 걱정 되었다.

3개월 할부니까...

조금 아끼면 되겠지...

기뻐하는  남편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식사 시간.

아들은  사촌 동생과 놀려고  오빠집에 갔고

우리 둘만  있는 단촐한 시간.

호박전에  된장찌개 오이소박이, 콩잎 장아찌, 김을  앞에 두고보리밥을 먹었다.



쇼핑한 옷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널고  설겆이를 하고 바쁜  주부의 일상이 흘렀다.



살짝 피곤했지만...

며칠전부터  벼르던

성북동  *** 가든을 가기위해

남편과  집을 나섰다.



한잔의 커피와

달콤한 아이스크림 와플.

그리고 편안한  의자.



20년전 같으면

함께 있는 시간이 아쉬워

몇시간이고  찻집에서 버텼을텐데...



30분만에 후딱 먹어 치우고는

집에 가서  발 뻗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큰맘 먹고 온 곳인데...

들인 돈이 아까웠지만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더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우리 집에 가자.



집에 오니  남편은

이불 펴자마자  잠에  빠져 들고

나는  새벽까지 이렇게

글을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20년차  부부의 하루가 이렇게  흘러간다.




IP : 219.240.xxx.17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
    '09.10.11 3:35 AM (118.223.xxx.130)

    편안해 보이세요.^^
    저도 20년차 되면 그럴라나 기대해 봅니다.ㅎ

  • 2. ,,,
    '09.10.11 4:00 AM (118.176.xxx.84)

    그런데...
    그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시는가요?
    잠도 안자고 82질까지 하시는..
    진짜 굉장하십니다요, 휴...

  • 3. ^^
    '09.10.11 5:56 AM (114.207.xxx.213)

    마음이 따뜻해 졌어요....저도 등산화 같은 남편을 고른듯한데....문제는 제가 문제네요..휴..

  • 4. 동경미
    '09.10.11 6:32 AM (98.248.xxx.81)

    나이들어가면서 남편이 좋은 벗이 되어주는 것에 공감하며 읽었네요. 평범한 듯해보이지만 너무나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늘 평안하세요!

  • 5. ^^
    '09.10.11 7:34 AM (116.39.xxx.42)

    글도 잘쓰시고,,마음도 넓으신분 같아요,,
    같은 환경이라도 아웅다웅하는 사람 많은데요,
    마르신 분 같아요,,느낌이.^^

  • 6. .
    '09.10.11 8:55 AM (119.203.xxx.86)

    시내만 나갔다 와도 뻗는 저질체력인 저는
    님의 하루 동선에 체력이 부럽습니다.
    홍삼을 드시나요?^^
    20만원 지출한 아울렛이 어딘지도 궁금하고
    사시는 동네가 사람냄새 나는 곳인가봐요.
    역시 행복의 근원은 머니가 아니고 마음이죠...

  • 7. ..
    '09.10.11 12:20 PM (118.220.xxx.165)

    그 정도 로 사시면 정말 복받은 거죠

    대다수는 남편은 혼자 운동이나 친구만나러 가고 아내는 아이 공부시키며 밀린 일 하고..

    세끼 투덜대며 때우다 휴일이 가요 남편이랑 같이 나가봐야 다투기나 하고요 ㅎㅎ

    저도 어젠 아침먹고 아이 학원 두군데 데리고 다녀오니 하루끝

  • 8. 부럽습니다.
    '09.10.11 12:43 PM (116.206.xxx.139)

    나중에 제 아이가 크면
    원글님 같은 아내와 소소한 일상에 고마워하며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것이 아니라 이런것이 행복인것같아요.
    행복하세요~

  • 9. 은하수
    '09.10.11 1:44 PM (219.240.xxx.179)

    원글이예요. 늘 눈으로 보기만하다 어제 늦게 일기 쓰듯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 써주셨네요. 감사드려요.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내옆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제 짝이 있어 행복하다 느낍니다. 사람만 보고 선택한 것이 역시 탁월한 선택이 된것 같습니다. 저 많이 부족하고 외모도 통통해서 이쁘지 않은데 .... 다음 세상엔 이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더니 당신이 이쁘기까지 하면 내차지가 되겠냐며 말리는 남편입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10키로만 빼고 싶은 가을입니다.
    80프로 세일하는 곳은 하계역 세이* 존 입니다. 얼른 가보세요. 오늘 아침에 아버님 잠바 사드리려고 저희 또 갔다 왔습니다.

  • 10. 부러우세요
    '09.10.11 5:19 PM (124.49.xxx.81)

    넘 부러워요.
    그체력이, 저는 20년하고 몇년더 지났지만 ...
    그 20년째 뒷동산만 갔다와도 종일 잤어요

  • 11. phua
    '09.10.12 6:59 AM (218.52.xxx.109)

    저도 원글님의 체력이 부러워요..
    아침에 2시간 등산하며는 반나절은 헤메다 저녁이면 정신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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