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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땜에 가끔 *증나요

조회수 : 660
작성일 : 2009-09-28 03:14:38
우리 엄만 좋은 사람이죠
저 많이 사랑하시고요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 정도면 좋은 부모님! 감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엄마 땜에 짜증이 나요.

왜냐하면

전 남매 중에 누나에요.

첫 아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요?
제가 그럭저럭 공부를 잘 한 탓도 있었겠죠.

저희 엄만 제가 어떤 걸 해도 별로 기뻐하지 않으세요.
언제나 그게 당연하다는 식이에요.

1등을 해도 당연.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당연.

엄마가 제가 한 걸로 기뻐하는 거 딱 한 번 봤네요.
제가 전국 단위에서 최고상 타왔을 때...
그때 딱 한번 기뻐하셨죠.

저희 부모님은 부모님의 그런 태도가
절 자신감 있는 딸로 키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시죠.
항상 어디가나 당당하다고. 너무 기를 세워 놔서 오히려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을 정도라고.
(또 이 말은 대놓고 하시네요. 네가 못해서 인기가 없다 막 이렇게요.)

근데 막상 전 제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을 가끔 한답니다.
누군가 날 아무 조건없이 좋아해 줄거다 이런 생각도 잘 안들고.

반면 제 동생은
조금만 잘해도 너무 기쁘고 뿌듯해하시죠.

고등학교 때 제 동생이 성적이 많이 올랐을 때
정말 기뻐하셨어요.

제 동생이 반장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정말 기뻐하셨죠.

저희 집에는 제 동생의 반장 임명장과
저의 전국단위 최고상(무려 문체부장관상이었어요)이 나란히 걸려있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저 땜에 동생이 치었다고,
그런 말씀 자주 하시죠.

(아- 저랑 동생은 사이 아주 좋아요.)

이젠 둘 다 돈을 벌어오는데
동생은 추석선물 처음 받아왔을 때(스팸 세트였나 그랬어요) 이런 걸 다 받아왔다고 너무너무 자랑스러워하시더니
이번에 제가 처음으로 추석선물 받아왔거든요.
어쩌다 운이 좋아선지? 잘 봐주셔선지? 백화점 갈비 세트를 선물로 받았어요.

근데 제가 그 선물 받아온 것도 당연하다는 태도.

저랑 제 동생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요. 연년생이거든요.

저랑 동생이랑 사이 매우 좋고 서로 의지하지만
사실 전 엄마의 이런 태도가 우리 둘 다한테 안 좋았을 거란 생각도 가끔 해요.

대놓고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넌 그렇게 잘나진 않은 애야. 동생한테 부모님이 이런 생각 갖고 있는 게,
동생한테도 별로 안 좋았을 거란 생각이요.

오늘도 갑자기 울컥했네요.
딴 건 다 좋으신 부모님인데. 자식 키우면서 매 한 번 안 드셨고, 인내심으로 사랑으로 감싸 주셨는데.
그런데 동생과 저에 대해 이런 태도 가지고 계신 거는 정말 속상해요.

지금 전 어떤 뛰어난 일을 해도 저한테 만족하는 감정이 들질 않거든요...


IP : 124.54.xxx.2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28 3:30 AM (211.208.xxx.193)

    아이 둘 키우며 느끼는 건, 첫째와 둘째가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이 성향도 다르겠지만, 첫째와 둘째를 보는 엄마인 제 눈이요.
    예, 전 좀 많이 부족한 엄마고, 그 때문에 첫째가 힘들었을 거라는 거 인정해요.

    원글님 어머님처럼, 첫째가 잘하는 건 참 당연하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그 '대견함'을 못 느끼는 건 아니에요.
    첫째가 잘하기 때문에 든든하고, 뿌듯해요. 자랑스럽고요.

    다만 표현에 있어서 차이가 나지요.
    첫째가 잘하면 "그래 잘했다" 정도로 끝나지만, 둘째가 잘하면 조금 과장되게 칭찬하고 기뻐하는 제 모습이 느껴지거든요.

    참 이상한 심리죠?
    첫째에게 의지를 하게 되는 건, 어느 엄마나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해요.
    둘째로 인해 힘들 때에도, 첫째가 잘하면 대견하고 고맙고 그렇거든요.
    대신 둘째로 인해 힘든 데 첫째까지 힘들게 하면, 넌 왜 엄마를 도와주질 못하느냐고 도리어 화를 내게 되지요. 다독이지 않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이지만, 이것 하나 만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원글님 어머님은 원글님께 많이 감사하고 있을 거예요.
    엄마를 도와주는 첫째여서.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첫째여서.
    믿을 수 있는 첫째여서.

    그런 '듬직'한 자식이라는 거, 속상하시더라도 잊지 마셨으면 해요.
    첫째가 잘하면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짐이 덜어진 것 같은, 구원받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

  • 2. 그렇군요.
    '09.9.28 9:27 AM (125.176.xxx.47)

    지금 원글님 마음이 딱 제 큰 아이 맘이겠군요.
    큰 애가 언젠가 엄마한테 90점은 다른 의미의 점순가 하고 묻더군요.
    자기가 90점 받으면 집에 돌아가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동생의 90점은
    경사난 듯 엄마가 좋아했다구요. 전 그 때 넌 100점 받을 수 있는데
    90점 받은 거구 네 동생은 80점 받을 줄 알았는데 90점 받아서 그런 거라고
    했는데...이 글 보고 진심으로 큰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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