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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행동실험 하고 있어요.
국민학생 조회수 : 741
작성일 : 2009-09-28 01:00:07
저희 집은 저도 애교가 별로 없고 남편도 자상하지 못하고 서로 살갑지 못해요.
저번주말에 남편이 친구 만나러 지방에 가겠다는걸
왜 나한테 먼저 말안하고 친구랑 약속부터 잡냐고 막 머라 하고선 싸웠거든요.
집에 아기가 둘이라 혼자 보려면 밥먹을 시간도 없어서 잘때쯤 되면 신물 올라와요.
혼자서 아기 둘을 본다는건 있을수 없는일이에요. -_-
어쨌든 막 싸워놓고 그담엔 완전 찬바람 쌩쌩이 3일정도 지속됐는데요.
이 냉전을 어찌할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철없는 남편이가 밉긴해도 내가 먼저 잘해주면 어떻게 될까 실험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네요. -ㅂ-
스텝1-
일단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뭐든지 하고싶은대로 하게끔 하자"하고 다짐을 하면서 일어나야돼요.
"어차피 상식이 있는 인간이니 무리한 요구는 안할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_-;
스텝2-
그리고 사소한 부탁을 잘 들어줍니다. 어차피 들어줄거 좋은 얼굴로다가..
스텝3-
밥도 좋아하는걸로 차려주고요.
스텝4-
잔소리 하면 빵끗 웃으면서 "아 몰랐는데 고마와~"합니다.
첨에는 정말정말 힘들더군요.
내가 머가 못나서 이러고 있는거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울컥울컥 짜증도 나요.
근데요 오늘요 남편이 첫째 큰아이 데리고 나가서 몇시간이고 놀아주기도 하구요.
전 그간에 밀린 청소 다해치워버려서 완전 시원~
필요했던 물건들 혼자서 알아서 사왔어요.
아이 방에 놓을 씨디플레이어, 바닥을 보이던 과일들, 아기가 좋아하는 새우..
물론 예정에 없던 아기 장난감들이 추가되긴했지만
"더이상 놓을데도 없는게 이건 머하러 산거야?!!" 하지 않고 "우리 아들 좋아하겠다- 우왕굳"해줬어요.
그담엔 남편이 아들 업어서 재워놓고 누워서 둘째 젖먹이는 저한테 복숭아도 깎아서 먹여줬어요.
전과 다름없는 시크한 표정으로 "복숭아 맛있더라"하면서 입에다 밀어넣는거였지만
엄청난 변화거든요. 이거. ㅎㅎ
젖먹이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상상해왔던 살가운 부부 그림에는 오늘 남편이 저한테 해줬던 예쁜짓들만 있고
내가 남편한테 해주는 예쁜짓이 없었던 거 같애요.
내가 먼저 시작한다고 해서 꼭 손해는 아니라는 걸 쫌 알것 같네요.
하여튼 말 몇마디 잘해주고 기분좋은 주말을 보냈구요.
앞으로 실험 쭉 계속해봐야겠어요. ㅎㅎ
IP : 124.49.xxx.13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9.28 3:33 AM (211.208.xxx.193)현명하시네요.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현명함이 필요해'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거든요.
부럽습니다~^ ^2. ...
'09.9.28 3:45 AM (119.64.xxx.94)듣다보니 왠지...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를 보는 것 같아요^^;;3. 오오~~~
'09.9.28 3:56 AM (81.214.xxx.199)현명하세요....부럽네요!! 저도 실천이 잘 안되는데...계속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 많이 많이 생기길 바래요^^
4. 지혜.
'09.9.28 9:51 AM (119.71.xxx.207)지혜가 있는 분이세요.아이들도 잘 키우시겠어요.그게 이론이 쉽지 실천은 절대 쉽지 않거든요.아무튼 대단하세요.
5. ..
'09.9.28 11:04 AM (122.40.xxx.76)작심하고 시작해도 몇시간 못가고 억울하게 원상복구되곤 하던데...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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