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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시어머니 뒷모습을 보며

며눌 조회수 : 1,815
작성일 : 2009-09-21 11:48:04
왠지 가슴이 뭉클합니다...

오늘 아침 비도 내리고 몸도 찌뿌둥 하길래
운동이고 뭐고 그냥 쫌 뒹굴뒹굴 해야겠다고 누워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있냐??? 우거지 삶아 논게 많은데 좀 갖다주랴?"
"어머니 힘드신데 직접 갖고 오시게요?"

잠시 머리를 굴려봅니다
시댁은 전철타면 3,40분 거린데 형님네랑 같이 사시고 먹을 거정도만 농사를 지으십니다.
전철타면 금방이라고
저 일다닐땐 김치도 갖다주시고
야채며 집에 뭐라도 있으면 들고 오셔서 역에서 얼굴만 보고 그냥 바로 돌아서 가십니다

비도 오는데 짐들고 우산쓰고 오실 생각을 하니
내가 갔다올까 어쩔까 그러는데
"지금 나가니까 역으로 나와라"하고는 전화를 뚝 끊으십니다.

근데 밖을 내다보니 제법 비가 오길래
그냥 냉동실에 넣어 놓으시라고 우리가 갈때 가져온다고 하려고 다시 전화를 하니
전화도 안 받고 성격도 급하시지....

8남매 막내아들인 울 남편이 고생하고 형제들 중에서 제일 어렵게 사는게
항상 안쓰러우신지 같은 시내사는 위 형님네 보다 뭐든 갖다 주려고 애를 쓰시네요..
아이들 등록금 걱정도 해주시고 얼마씩 모았다가 보태라고 주시기도 하고..
에구 눈물이 나려하네요..
큰애가 대학3학년인데 그동안 200만원씩 두번이나 등록금 보태라하며 주셨답니다
어머니.. 쥐고 계신 얼마 안되는 돈인데 그걸 염치없게도 받아쓴 못난 며늘이네요

가끔 용돈하시라고 드리면 우리가 드리는건 절대 안 받으시는 우리 어머니
때론 그게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너무 바라는 시어머니도 많다는데..

80넘으신 어머니 살아생전에 효도 많이 해야되는데...
봄에 모시고 허브랜드 다녀왔는데 첨엔 안가신다더니.. "오지마라"  그러시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여기 저기 막 자랑하시더래요..
해외여행도 여러곳 다녀오시고 죽기전에 가고 싶은데 다 갔다온다고
여행많이 다니시는데 막내아들이 모시고 코앞에 다녀왔는데도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당신아들 혼자 돈버는게 안쓰러워 "너도 일좀 하지.. 왜 집에만 있냐?"하시던
전형적인 시어머니기도 하지만
그후로 십여년을 일하느라 힘들어 몸이 아파서
이제는 어쩔수 없이 쉬고 있는 며늘을 불쌍해 하시는 그런 시어머니랍니다

역에서 어머닐 기다리다가 어머니보다 젊으신분들보면서
우리 어머니가 저정도만 돼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나 오늘도 집에 들어갔다 쉬시다 가시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넘어오시고
빨리가야된다고 짐보따리만 던져놓고 돌아서 가시네요...
그 뒷모습을 보며 발길이 돌려지지 않아 한참동안 서 있다 왔네요

결혼 22년차가 되니 이제는 시어머니도 친정어머니랑 측은한 마음이 같아지는 거 같고
왠지 생각하면 마음이 시려지는 그런 존재가 되는것 같아요...





IP : 116.127.xxx.20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09.9.21 11:56 AM (211.187.xxx.190)

    어머니의 그 마음이 느껴져서 괜힌 눈물이 핑 도네요.
    얼마나 사시겠어요. 잘 해 드리세요.

  • 2. 동경미
    '09.9.21 12:02 PM (98.248.xxx.81)

    저도 결혼 16년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같아지는 마음에 공감합니다. 때로는 남편이 시어머니에 대해 불평할 때 제가 어머니 두둔해드리고, 제가 친정엄마에 대한 서운한 마음 풀어놓을 때 남편이 장모님 편 들어주는 모습 보면서 이게 부부인가 하는 생각 많이 들어요. 시어머니의 며느님 사랑에 제 코 끝이 찡해지네요.

  • 3. ..
    '09.9.21 12:17 PM (211.203.xxx.23)

    눈물 나요.
    시어머니 좋으시고 그걸 알아주는 원글님도 따뜻한 품성인 것 같아요.

  • 4. 며칠전에
    '09.9.21 12:31 PM (124.216.xxx.190)

    시아버님글을 올리신 분이 계셨죠. 그때 무슨 소설책 읽듯이 아주 감명깊었어요.
    원글님 글을 보니 그 분 생각도 동시에 나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라 가슴 뭉클하며 짠해져옵니다.

  • 5. 소금별
    '09.9.21 12:33 PM (211.58.xxx.212)

    님의 마음이 참 따스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10년차 며눌이지만, 그 마음이 점점 달라집니다.. 측은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커지구요

  • 6. ㅠㅠ
    '09.9.21 12:39 PM (110.12.xxx.29)

    글 읽는 동안 눈물이 핑돌아서 한참을 숨을 고른후에 다 읽었어요.
    비도오고 돌아가신 친정엄마도 생각나고...

    원글님 마음이 참 따뜻해서 보기 좋네요.
    시어머님의 막내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눈에 그려져서 코끗이 찡해옵니다.

  • 7. 은행나무
    '09.9.21 1:12 PM (124.216.xxx.49)

    님 참 복받은 분이네요..님글 읽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 나서 눈시울이 뜨거웠어요..

    살아계실때 매달 용돈을 드렸는데, 그 한달 한달이 어찌나 빨리 돌아오는것 같아 속으로

    짜증 많이 내었는데, 지나고 보니 얼굴이 부끄러워집니다..

  • 8. 네네
    '09.9.21 1:12 PM (210.98.xxx.135)

    맞아요.
    그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세월 흘러 시댁과 연을 맺은지 한해 한해 해가 갈수록 섭섭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왜이리 철없었던듯 느껴지는지 몰라요.

    나이먹는거 이거 참 묘한거 같아요.

    저도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 9. 참~
    '09.9.21 1:52 PM (119.67.xxx.242)

    가슴이 조금은 시리다고 할까요...
    그런 따스한 사랑을 주시는 어른도 계시는데
    원글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요?

  • 10. j
    '09.9.21 2:54 PM (165.243.xxx.22)

    세월 흘러 시댁과 연을 맺은지 한해 한해 해가 갈수록 섭섭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왜이리 철없었던듯 느껴지는지 몰라요. 22222222

    맞아요...심히 공감 합니다.
    해가 바뀔수록 그때 내가 왜 이렇게 철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 너무 많이 듭니다...
    잘 해드려야지..하고 맘먹으면,가끔 또 상처주시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처 안 받는 그 기간만이라도 잘 해드려야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이니까요....

  • 11. ^^
    '09.9.21 3:22 PM (222.111.xxx.196)

    저의 시어머님과 비슷하신 어른이 또 한분 계셨네요.

  • 12. 아고
    '09.9.21 5:18 PM (125.188.xxx.27)

    부러워요..
    9남매 막내 며느리..모시고 살고..했지만...흑..
    전생에..나라를 위해 큰일하셨나봐요..

  • 13. -.-
    '09.9.21 9:51 PM (219.241.xxx.49)

    저 참 나쁜 며느린데...
    눈물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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