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옆집 할아버지가 멋진 남편분이세요.

ㄹㄹ 조회수 : 1,670
작성일 : 2009-09-17 02:51:13
제가 작년에 다세대주택에 셋방을 얻어 지냈어요..
주인집이 70 노부부셨고 바로 옆집에 사셨어요.

할머니 첫인상이 아이처럼 너무나 환하게 웃으시고 경계심이 없었어요.
반면에 할아버지는
하수구랑 방충망보수해 달라고 해도 시큰둥하셔서 좋은 인상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반년넘게 지내보니 할아버지가 참 괜찮은 남편이신 것 같았어요.
그 전년도까지 정원사로 일하셨는데 이제 늙어서 안 써준다고 집에 계셨어요.

집에서 마주칠 때면 두 분이 같이 시장 봐 와서 같이 배추 다듬으시고
전기세 내러 주인집에 가보면,
할아버지가 거실에 이불 펴놓고 꿰매고 계시고 어떤 땐 파 다듬고 계시고
옥상에 상추랑 채소 심어놓고 가꾸시고
장마철 오기전에 건물에 방수페인트 직접 바르시고 부지런 하시더라구요.

할머니는 경계심이 없으셔서 좋았지만,
당황스러운 게, 아가씨 하고 부르고는 불쑥 불쑥 제 집으로 들어오시고

주인집이랑 전기세고지서가 합산되서 나눠내야 하는데,
제가 요금을 조금 낸다고 불평하시는 거에요.
할머니가 글자를 몰라서 고지서를 읽지 못하시고 미터기도 못 읽으시고 우기기만 하시니
답답해서 할아버지한테 얘기했어요.
이런 무식한 마누라 같으니, 라고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담담한 목소리로 ‘그이가 잘 모르니까..’ 하시더라구요.

할머니가 할아버지 자랑하시던데, ‘우리집 양반이 을매나 착한데..법 없이도 살 사람이야.’
두분이 큰소리 내고 싸우는 것도 못 봤네요.

가끔 거실에 음악반주 틀어놓고,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하고 노래 부르시는 건 들었어요.ㅎㅎ
참, 할아버지 머리를 안 감아서 늘 떡이 져 있었어요..호호
IP : 61.101.xxx.3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9.9.17 3:06 AM (220.70.xxx.185)

    아~~넘 보기좋네요^^ 나도 나이들어서도 글케 살고시퍼요

  • 2. *
    '09.9.17 3:30 AM (96.49.xxx.112)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나는 글이네요.
    막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 3. 미소
    '09.9.17 3:50 AM (211.187.xxx.71)

    그런 모습을 멋지게 바라볼 줄 알고
    이렇게 따사로운 글 올리신 원글님도 멋진 분이세요.^^

  • 4. ㄹㄹ
    '09.9.17 4:27 AM (61.101.xxx.30)

    우리 아버지도 성실한 분이셨지만 본인 밥도 누가 떠드려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 주인할아버지 집안일 하시는 거 보고 놀랬지요. 존경스럽던데요.

    하지만~~전기세 계산하실 때 더하기 빼기에 30분 걸리십니다.....
    그리고 두분 다 건망증 심하셔서 핸드폰 잃어버렸다 뭐, 집열쇠 잃어버렸다 자주 그러셔요.
    문앞에 서서 하시는 소리 다 들려요. '가만 있어. 내가 열쇠 어따 놨지.' 하시고는
    어떤 땐 저를 불러요.아가씨~아가씨~... 따님한테서 문자왔는데 와서 답장메시지 좀 보내주라고 그러시고..

  • 5. 좋네요
    '09.9.17 4:29 AM (211.229.xxx.141)

    두 노부부가 서로 아끼며 의지하며..

  • 6. ^^
    '09.9.17 5:50 AM (121.172.xxx.144)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 7. 나두그러고파
    '09.9.17 9:06 AM (116.122.xxx.194)

    늙어 가면서 돈도 중요하지만
    남편이랑 그렇게 늙어가고 싶어요
    맘이 따뜻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9391 13년만에 결국 이혼 생각 20 이혼생각 2009/09/17 6,639
489390 돗자리를 까세요ㅠㅠㅠㅠ 13 82님들 2009/09/17 2,326
489389 옆집 할아버지가 멋진 남편분이세요. 7 ㄹㄹ 2009/09/17 1,670
489388 박찬호 부인이 쓴 요리책 어떤가요? 4 .. 2009/09/17 1,704
489387 미치겠어요.. 16 층간소음 2009/09/17 1,277
489386 지방 사립대 유아교육과가 공부잘해야 가나요 14 . 2009/09/17 1,099
489385 그러고 보니 유호정씨 나온 드라마가 괜찮은 게 많았네요 7 89학번 2009/09/17 2,547
489384 도대체 왜 그랬을까? 10 그냥요, 2009/09/17 664
489383 에고 오늘82 글 보기벅차네요ㅠㅠ~~ 8 부디부디 2009/09/17 1,077
489382 올리브유 오래된것 사용하면 안되나요? 5 아까워라. 2009/09/17 1,099
489381 도마에 배인 김치국물 6 싫어요 2009/09/17 1,072
489380 몸 전체가 가렵고 쓰라려요. 몸에 흉터가 장난아니네요 어느 피부과가 잘 봐줄까요? 10 피부 2009/09/17 777
489379 7순이 어제? 2 물음 2009/09/17 289
489378 신한 아이사랑보험문의 1 아이 2009/09/17 324
489377 라텍스 매트리스 사용해신 분들 추천좀 해주세요 10 뚱이엄마 2009/09/17 1,228
489376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올라가는걸 봤어요. 3 음주운전??.. 2009/09/17 526
489375 스트레스 날렸어요.. 내편..^^.. 2009/09/17 265
489374 몰라서 여쭙니다 2 병문안 2009/09/17 267
489373 아버지 생각에 잠이 안오네요... 6 .. 2009/09/17 617
489372 가죽쇼파 수명을 몇년이나 보세요? 6 가구고민 2009/09/17 4,708
489371 X-RAY 상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뭔가 몸이 안좋으신 분들 2 척추 2009/09/17 411
489370 사고싶은 백 뭐있나요? 11 여러부운.... 2009/09/17 1,088
489369 초4가 펠트 스탠더드 3급이면 어떤가요... 3 영어수준이요.. 2009/09/17 1,050
489368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15 이혼해야 할.. 2009/09/17 1,731
489367 저희 아이만 이상한 건가요? 2 초2남아 2009/09/17 463
489366 우리, 또 누구 닮았다 놀이나 해 봐요.ㅎ 75 이영애 닮았.. 2009/09/17 1,590
489365 7호선 사당근처말이예요. 1 떠나자 2009/09/17 372
489364 거실에서 TV보면서 할수 있는 운동기구가 뭐가 있을까요?? 9 .. 2009/09/17 930
489363 오늘 아들이랑 땡땡이 친 4 엄마예요 2009/09/17 640
489362 으악~매실 발효 잘 시켜서 초파리 주는가@@@? 1 아네스 2009/09/17 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