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부부싸움-밥차려주기 슬쩍 안했더니

남편완전화남 조회수 : 1,961
작성일 : 2009-09-13 00:01:12
결혼 11년차인데요.(맞나? 새삼스럽게 세기도 귀찮아~)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그 다음 식사시간에 꼭 밥은 주거든요.
같이 있는데 화났다고 밥안차려주면 너무나 치사스럽다는 생각이라서요.

근데 이틀전에는 너무 화가 나 있는데
맛사지 받고 퇴근해보니 남편이 방청소며 빨래개기 며 다 해놨더라구요.
저는 바로 식사 준비하고.

그런데 남편이 아이들방으로 들어가서 잠시 누웠었나봐요.
밥차릴때 남편 것도 차리긴했지만
일부러 부르러 가기도 싫고 보통 아이들 불러서 아빠 모셔오라하는데
큰아이가 아빠를 안방과 아빠 음악방 만 찾고 막상 자기들방에는 가볼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난 나대로 밥차리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안나와?
하고 우리끼리 먹고 치우려는데
남편이 일어나서 보더니 식탁위에 닭갈비가 거의 다 먹고 없으니까 냄비뚜껑을 열더라구요.
덜어 먹을 생각이었나본데 직전에 제가 냉장고에 넣어 두려고 바로 작은 냄비로 옮겼는데 바로 앞에 있는 그걸 못보고 자기 몫이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기분나쁜 표시를 하며 접시를 탁 놓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나갔는데 아마 혼자서 다른 거 사먹고 있나보다 하고 전 그냥 잤어요.

다음날 저녁에는 오자마자 주방에 들어가서 한참 끓고 있는 갈치 조림 뚜껑을 열어보고
앉으라 소리 안해도 자기가 앉아서 열심히 아이들 살발라주고 자기도 먹고 그러더라구요.
내가 먼저 먹고 침대에 앉아 있으니 다 먹고 들어와서는
다리는 주물러 주면서 웃네요.
자기 어제 정말 화많이 났었다고.
왜 자기 부르지 않았냐, 음식이 남아 있었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큰아이한테도 먹기 전에 아빠를 찾아야지 뭐했냐, 혹시 엄마가 아빠찾지 말라고 시키더냐
이제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니가 그렇게 나올지 몰랐다.
어제밤에 김밥집 가서 김밥이랑 라면먹고 맥주 한캔 마시고 들어와서
내가 음식쓰레기통까지 뒤졌다.
혹시 나 주기 싫어서 다 버렸나 싶어서~
분명히 요리할때 보니 양이 넉넉하던데 그걸 다 어쨌나 싶어서~
그런데 다음날 아침 냉장고를 보니까 작은 냄비에 있는 거 보고 맘이 좀 풀렸다. 하더라구요.

듣다보니 정말 웃음이 나와서
우리 남편 자식 많은집 막내에 새어머니 밑에 자라서 살뜰한  정을 못받고 자랐거든요.
결혼해서도 내가 자기를 위해서 자기 입맛에 맞춰서 요리해주는 걸 참 행복하게 생각하거든요.
이 세상에서 누군가가 오직 자기만을 위해 정성을 다해 집밥을 해준다는게 참 좋은가봐요.

그런데 밥을 안 차려주니 엄청 섭섭하고 화났다고 음식쓰레기까지 뒤져보다니~~
남편이 집밥에 가지는 의미와 무게를 생각해보니 귀엽기도 하고 살짝 안스럽기도 하답니다.

앞으로도 싸우더라도 밥은 꼭 달라는 무언의 압력이고 부탁이겠지요?
IP : 121.136.xxx.13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남편분
    '09.9.13 12:08 AM (211.230.xxx.121)

    너무 귀엽네요 그래요 밥이라는 의미는 사랑도 포험되어 있어요
    밥의 따스하고 그 냄새~~ 밥은 사랑이에요 잘 차려주세요

  • 2. 꼭!
    '09.9.13 12:10 AM (59.3.xxx.222)

    밥 차려주세요. 저 정도면 착하고 남편이예요.
    재밌게 사시네요. 행복하세요~ㅎ

  • 3. 꼭!
    '09.9.13 12:12 AM (59.3.xxx.222)

    착하고 좋은 남편이예요.<--위에 좋은 지워 졌어요 ㅎㅎ

  • 4. 원글
    '09.9.13 12:15 AM (121.136.xxx.132)

    네^^
    오늘 저녁에 운동 후 회식하고 들어온 남편이
    제가 끓여 준 단호박 스프(2시간 정도 정성들여 끓였네요. 호텔식이라고 해서 정석대로 끓여보았거든요.)를 먹어보더니 정말 너무 맛있다고~~
    스프 하나에 행복해해요.

    제 남편 팔불출같이 명절에 만나면 꼭 자랑하거든요.
    우리 와이프는 끼니때마다 따뜻한 새밥해서 올린다고~
    알고보니 나같은 대접 받는 거 흔치 않더라고~

  • 5.
    '09.9.13 12:18 AM (203.171.xxx.109)

    전 왜 눈물이 날까요..
    저도 님과 비슷한 년차인데(한 1년쯤 빠지려나~)
    전 싸우고 남편 아침밥 안차려준지 2주는 돼 가는것 같네요..
    싸운건 그보다 더 전인데 싸우고도 밥은 잘 차려 줬는데
    얼마전 저 아플때 콧방귀도 안뀌는 남편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져
    이제 밥은 아이들 먹을때 수저 하나 놓는것 외엔 없습니다..
    우린 너무 먼 길을 가고 있나 생각도 들면서도...
    본인 밥 없다고 밥달라고는 커녕 아침마다 소리 없이 나가는 남편이
    참으로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냥...님글 읽으니 부러움이 샘솟네요........

  • 6. 깨소금
    '09.9.13 12:41 AM (116.206.xxx.20)

    정말 두분 이뻐요
    특히 다리 주물러 주시고 웃는부분
    꺄~부러워요
    앞으로 더 잘해주시고
    깨볶은 이야기 많이 올려 주세요
    이놈의 인간 들어만 와봐라 내가 12첩으로 차려줄텐데.....

  • 7. 남자들은
    '09.9.13 2:31 AM (221.139.xxx.175)

    기본적인 욕구(먹는것, 하는것?)
    만 잘 챙겨줘도 큰 불만이 없는거같아요.
    너무 여자 마초적인 발언인가요?
    하지만, 사실인거같아요.

  • 8. ...
    '09.9.13 6:19 AM (114.203.xxx.165)

    남편분이 정말 순수하시고 예쁘세요.
    쓰레기통까지 뒤지시다니...
    또 그런말을 솔직하게 말씀까지 하시고...
    두분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사세요.

  • 9. ^^
    '09.9.13 11:58 AM (220.125.xxx.77)

    남편분 정말 귀여우시고 좋으시네요
    선하신 분 같아요
    서로 정이 담뿍 드신 것 같고요
    저 위에 댓글 "그정도면 착하고 남편이예요" 밑에 실수라고 적으신 글도 너무 재밌어요ㅎㅎ
    그 정도면 남편이라고ㅎㅎ 헤헷..놀리는건 아니고 그냥 웃음이^^

  • 10. 별별
    '09.9.13 1:08 PM (59.28.xxx.197)

    남편분은 잘해주면 잘해주는 거 알고 고마워하는 분인 듯...좋은 분이 듯해요..잘해주고면 보람있갰어요^^

  • 11. 막내
    '09.9.14 12:42 PM (58.224.xxx.7)

    라 그런지 자기 마음 표현을 잘 하시네요
    그러면 사랑 받게 되어 있어요
    울 남편처럼 뚱하고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음 얼마나 얄밉다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7677 그것이 알고싶다 보고 있는데 정말 짜증나네요 9 며느리.. 2009/09/13 5,141
487676 글 내려요. 답변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29 혼자 머.딨.. 2009/09/13 6,127
487675 내일 평창 다녀오는거 무리일까요? 여기 용인이.. 2009/09/13 141
487674 부부싸움-밥차려주기 슬쩍 안했더니 11 남편완전화남.. 2009/09/13 1,961
487673 understanding랑 comprehension 차이가 있나요? 3 ^^ 2009/09/13 1,819
487672 천안아산역에서 양재쪽으로 오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5 ... 2009/09/13 747
487671 따뜻한 성질의 차 뭐가 있을까요? 19 마시는 차 .. 2009/09/12 4,858
487670 어떻게 해야하나요? 4 원룸 2009/09/12 313
487669 과천 부림동으로 이사할까 생각중인데요 1 이사준비 2009/09/12 400
487668 아까.. 7살-8살 터울 둘째 고민 올렸던 82멤버입니다... 15 둘째고민 2009/09/12 1,368
487667 초3 아들내미 때문에... 4 뚜껑이 확~.. 2009/09/12 587
487666 제2외국어 &한자 1 수능 2009/09/12 365
487665 1.호텔말고 브런치 만족스러운곳 2.늦은 휴가 국내 만족스런운 여행 8 야밤에.리플.. 2009/09/12 1,424
487664 신종플루 5번째 사망자 발생 "미국 다녀온 70대" verite.. 2009/09/12 362
487663 홈쇼핑 보다가 고민중이요... 6 다욧 2009/09/12 1,108
487662 서랍장 좀 봐주세요,,어느색이 좋을까요?? 7 ,,, 2009/09/12 753
487661 60대 부모님 치아 때문에 너무 걱정이네요.. 8 걱정이 2009/09/12 1,172
487660 캘리포니아베이비 카렌듈라크림.. 3 화장품 2009/09/12 421
487659 향기 좋은 향은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요? 2 2009/09/12 472
487658 사진은...기자의 본심일까요..? 어떻게 한명도 안웃는지 19 군인들표정이.. 2009/09/12 1,595
487657 한달 수도료 250 유로 3 .. 2009/09/12 520
487656 백화점에 파는 수제 스테이크,,,, 고기말고 또 뭐가 들어있을까요?? 3 초보엄마 2009/09/12 636
487655 <종합>이귀남·민일영, 위장전입 일부인정 1 verite.. 2009/09/12 209
487654 어쩌다 보니 반아이들 전체를 플래이랜드에서 놀리게 생겼네요 6 돈없어.. 2009/09/12 1,049
487653 차례상안 차리른 추석에는 음식은 뭘로?? 3 ,,, 2009/09/12 341
487652 유엔빌리지 사는분들은 직업이 뭐에요? 26 궁금 2009/09/12 9,317
487651 추석 연휴 전날 아이 학교 안 보내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11 ... 2009/09/12 738
487650 용인서 성남분당에서 시작하는 청계산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가는방법 2009/09/12 405
487649 아침에 친정 식구들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글쓴이에요 ㅠ.ㅠ 14 늑골시린맘 2009/09/12 1,537
487648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가요?? 5 ,,, 2009/09/12 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