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가누나...

[이 시, 작가는 누군가]

사람만 먼저 가누나

  

민주도 오지 않고

 통일도 오지 않은

 오늘은 많이 덥기만 한 땅

 목 놓아 부르던 목숨이 다하고

 짐승의 털마냥 부서지는 햇살만 8월이다

 숨이 다하도록 사랑하고

 사랑했던 것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순정하게 열리는 여인의 향기처럼

 꽃들은 역사앞에 다소곳 졌다

 나를 위해 분노할 것은

 하나도 없어요, 역사는

 발전한다는 미소만

 남긴 채

 어찌하여 사람만 먼저 가누나

 어찌하여 목소리만 먼저 가누나

 사람도 아니고 목소리도 없는 짐승들의 비린내가

 뙤약볕 한 켠에 썩는 냄새 진동인데

 사랑하다가 죽어버린 통일은

 오지 않고 민주도 오지 않은

 오늘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장례로다, 가는 길이로다

 붉은 봉분에 흙 말리는 바람에도

 독립은 오지 않았는데

 나무들의 숨통을 죄는 칡들은 저리도 완강한데

 사람만 자꾸 뚝,

 꽃처럼 지누나 꽃처럼 절정을 피우고 가누나

 가는 길에 또 누가 있어

 죽도록 사랑한 민주를 엎고

 누가 있어 죽도록 외쳐 모시는 통일을 안느냐

 거기 또 사람이 있는가



<출처 : 선영아 사랑해, 마이클럽 www.miclub.com>

[이 시, 작가는 누군가]

시가 참 좋네요. 찾아도 작가가 나오지 않아요. 아시는 분 계세요?

[ㅜㅜ]

너무 절절하고 가슴에 와 닿아서
눈물이 나네요...ㅜㅜ

[아꼬]

사가 공연히 잠재운 슬픔을 일으켜 세우네요. 이작가님 참 슬픈고 아픈 맘을 너무도 잘 표현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