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모처럼만에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누군가 확인해 보니 + 이런 표시로 나타난다.
"여보세요?" 했더니,
우체국 뭐라면서 우편물 확인은 일번, 상담원과의 연결은 이번을 누르라는 음성이 나왔다.
2번을 누르니 상담원이 나왔다.
"우편물이 왔는데 집에 사람이 없어서 두번이나 방문했어도 못 전했다는 연락이 왔어요. 무슨 우편물인데요?"
마침 기다리고 있던 우편물이 있어서 내가 물었다.
- 잠깐만요. 조회를 해 드리겠습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000인데요."
- 본인이 맞나요?
"네."
- 우체국신용카드가 발급되었네요.
"저는 우체국카드 신청한 적 없는데요."
- 아! 그래요? 신용카드는 본인이 아니면 발급할 수 없는데 카드가 발급되었다면 000님의 명의가 도용된 것 같습니다.
요즘 뉴스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많다는 것은 들어 보셨죠?
"네."
- 혹시 텔레뱅킹 활용하십니까?
"네, 인터넷뱅킹과 폰뱅킹요."
- 컴퓨터 켜 놓은 채 밖에 나가신 적 있나요?
"네, 가끔요.(엄마야! 그러면 안된다고 했는데....바이러스 침입도 이런 때 많다고 하던데....)
-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시는 고객님이 많아서 우체국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공조해서 피해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저희가 경찰청에 신고접수를 해 놓겠습니다. 저희가 000님의 명의가 도용되었다는 신고를 하면 경찰청에서 000님께 곧바로 확인 전화를 할 겁니다. 전화 끊으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02로 시작되는 전화번호였다.
- 000씨 본인이십니까?
"네.'
서울지방경찰청 누군데 000님의 명의가 도용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어서 몇 가지 확인 차 전화를 했단다.
이번에는 다른 번호였다.
지난 7월8일에 우체국 카드를 신청한 적 있느냐고 물어서 없다고 했더니,
누군가 내 명의로 신용카드를 신청했다고 한다.(우체국에서 나를 신용했었나?)
현금을 인출 해 갈 수 있으니 일단은 카드번호 변경을 해야 한다며 우체국 카드를 뒷면을 열어 보라고 한다.
" 지금 통장 안 갖고 있는데요." 했더니,
- 지금 어디 계신데요.
" 도서관에요."
- 집에까지 가시는데 몇 분 걸립니까?
"10분 정도 걸리는데 집에 가서 제가 전화를 드릴께요."
- 아닙니다. 10분 후에 저희가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 와서 우체국통장 뒷면을 보니 번호 같은 것은 없었다.
(뭔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거지?)
조금전의 경찰청이라는 번호를 알리는 전화가 왔다.
"참, 아까는 전화하시는 분의 성함을 잘 못 들었거든요. 소속과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민정호입니다.
" 아, 그러세요? 제가 이 전화가 확실한지 먼저 알아볼게요."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114 안내전화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를 물었더니, 안내 해 준 전화번호와 일치했다.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전화번호가 맞죠? 하면서 인내심이 많은 공무원인 것처럼 웃었다.
그쪽에서 다시 카드를 열어 보라고 했다.
"보안카드 말인가요?"
- 보안카드 말고 현금인출할 때 쓰는 카드 없으세요?"
통장 밖에 없다고 했더니, 빨리 우체국으로 가라고 했다.
녹취를 하고 있으니 전화는 끊지 말란다. 녹취가 되어야만 나중에 피해가 생겼을 때 구체적인 자료가 된다고 했다.
우체국에 가려면 10분은 가야한다고 했더니 그래도 끊으면 안된단다.
전화비가 많이 나올텐데....
그쪽에서 전화한 거 라서 내 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하지도 않은 발자국 소리나 녹음하느라 비싼 세금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어
가다가 전화를 닫았다.
그랬더니 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계속 켜 놓으라고.
- 지난 7월6일에 외환카드를 신청하셨네요?
" 아뇨! 여기는 외환은행 없는데요.
- 그래요? 어이! 000 명의로 신청된 외환은행 지급정지 시켜!(옆사람한테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큰일 날 뻔 하셨네요. 제가 계속 조회를 해 보겠습니다.
새마을금고 거래를 하시네요. 현금도 좀 있구요.
(새마을금고 통장은 대출 받을 때 만든 통장 밖에 없는데? 잔고 3천원 있다는 얘긴가?)
- 카드번호 변경을 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한테 알려 주면 안됩니다. 아셨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인데 ....과잉친절 아닌가?)
" 아, 네."
- 절대 알려주면 안됩니다. 무슨 말인지 아셨죠?
"잘 모르겠는데요.
- 그렇게 보안의식이 철저하지 못하시니까 명의가 도용되는 피해를 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쏼라쏼라....
다른 은행의 카드까지 다른 사람의 내 명의로 신청을 했다니 마음이 더 급해져서 우체국까지 뛰어갔다.
전화기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현금인출기 앞으로 가라고 했다.
이렇게 복잡하게 전화기로 하는 것 보다는 우체국 직원에게 물어서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기요, 우체국 직원 바꿔 드릴테니 자세하게 처리해 주세요."
들고 있던 전화기를 우체국 직원한테 건네는데 전화기 저쪽에서 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우체국 직원 바꾸지 말고 전화기 들고 밖으로 나오세요!
그 소리를 우체국 직원과 내가 같이 들었다.
우체국 직원이 내 전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하니 전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길 때 까지,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이 나와도 관계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잠시 후에, 내게 걸려 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보니,
서울지방경찰청 안내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멘트까지 나왔다.
다시 같은 번호를 눌러 보니 지금은 연결이 안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3번째 다시 전화를 걸어 보니 실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연결이 되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30분 정도를 도깨비에 홀려서 땀흘리며 뛰어댕겼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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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이라는 도깨비에 홀리다.
멍청이 조회수 : 511
작성일 : 2009-07-22 01:30:07
IP : 116.43.xxx.1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요즘 아주
'09.7.22 1:41 AM (220.117.xxx.70)악질이 많죠.
82분들은 절대 안 걸렸으면.. 제 가족도 걸려서 대박 손해..2. 멍청이
'09.7.22 9:07 AM (116.43.xxx.18)아주 치밀해서 어지간하면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3. ..
'09.7.22 11:11 AM (125.177.xxx.49)다행이네요 아는사람은 600만원 날렸다고..
저도 + 번호로 전화 오길래 평소엔 안받는데 받았더니 녹음이 나와서 끊었어요
녹음은 그냥 무시하는게 최고에요4. 멍청이
'09.7.22 11:20 AM (116.43.xxx.18)나중에야 그들의 수법이 대충 감이 오는데 막상 접했을 때는 아니었거든요.
그들의 행태를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겠더라고요.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께는 당부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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