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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 할 줄 알아야 ...

악몽이사라졌데요 조회수 : 377
작성일 : 2009-06-25 08:47:48
"총성이 멎은 지 60년
나는 오늘날의 한국을 보고 전쟁에 관한 생각을 바꿨다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1951년 1월 3일 이른 새벽, 영국 병사 데이비드 스트래천은 경기도 고양시 인근 들판에서 차가운 어둠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유엔군은 중공군에 밀려 남쪽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가 속한 로열노섬벌랜드퓨질리어스 보병연대가 후미를 지켰다. 스트래천은 최전방 참호에 서 있었다.

적병이 그의 코앞에 불쑥 나타났다. 중공군 병사였다. 스트래천이 발포했다. 적병의 몸이 스트래천 위로 떨어졌다. 적병이 스트래천의 참호 속에서 절명하기까지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전투가 치열했다. 퓨질리어스 연대는 총검을 휘두르며 격렬한 백병전을 벌인 끝에 포위를 풀었다. 그들은 불타는 서울을 통과해 어둠을 뚫고 후퇴했다. 스트래천 위로 굴러 떨어진 중공군 병사의 시신은 포연이 피어오르는 전장에 남겨졌다. 그러나 스트래천은 이 적병과 다시 만나게 된다.

버려진 서울에 폭격이 쏟아졌다. 영국군 제8경기병 연대 소속 존 프레스톤 벨이 한강 남쪽의 탱크 포탑에 앉아있었다. 한강 북쪽에 배치된 전우들은 이미 전멸했다. 그러나 그를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든 것은 전우들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피란민들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와중에 유엔군이 얼음을 깨부수고 있었다. 중공군이 도강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프레스톤 벨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린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모의 손을 놓쳤다.

한국에서 총성이 멎은 지 60년이 다 됐다. 그래도 많은 참전용사들은 아직도 전쟁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다. 프레스톤 벨은 영국으로 돌아갔지만 얼어붙은 한강에서 부모와 영영 헤어져 우왕좌왕하던 어린이들에 대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스트래천은 영국으로 돌아가 전역했다. 수십 년이 흐른 뒤, 그는 자택 침실에서 악몽을 꾸다 악의에 찬 인기척을 느끼고 깨어났다. 누군가가 침대 발치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스트래천은 그를 지켜보는 두 눈과 피 묻은 군복을 알아봤다. 그가 죽인 중공군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후로도 수년간 스트래천은 중공군 병사의 환영을 봤다.

참전용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더 무겁게 만든 것은 유엔이 내건 대의명분에 대한 불신이었다. 학살은 꼭 북한 공산당만 저지른 것이 아니었다. 많은 참전용사들이 유엔군 공습으로 인한 참상과 한국 준군사조직들의 잔인한 행동에 혐오를 느꼈다.

참전용사 일부는 한반도에 다시는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달리 1950년의 한국과는 아주 다른 국가가 됐다. 한국은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자유를 달성했다. 전쟁으로 망가진 나라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성공담의 주인공으로 대체됐다. 한국에 돌아온 참전용사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이 나라의 재건에 초석이 됐음을 깨닫고, 자신들이 지켜낸 이 나라에 감사를 느끼게 된다.

정신과 의사의 충고에 따라 스트래천은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수심에 젖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에 깜짝 놀란다. 그는 "지금의 한국 모습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방문 도중 그는 고장난 벨트 버클을 고치려고 수선집에 들어갔다. 그가 참전용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수선집 주인이 그에게 인사를 하더니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 스트래천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휘발했다. 이후 중공군의 환영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평생 힘없이 죽어간 아이들의 환영에 시달리던 프레스톤 벨은 오늘날의 한국을 보고 전쟁에 대한 관점을 영원히 바꿨다고 말했다. 내가 그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자신의 한국 방문 경험을 주의 깊게 회고하다가 문득 내게 물었다. "주는 것(giving)과 사랑하는 것(loving)의 차이가 뭔지 압니까?"

그는 말했다. "둘 사이엔 차이가 없어요. 50년 전 나는 내 일생 중 1년을 한국에 바쳤어요. 나의 작은 공헌이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한국을 둘러보며 환대를 받았습니다. 한국은 모든 것이 최신식이고, 멋지고, 기운차고, 얼마간 상스러운(vulgar) 동시에 만물이 번영하는 국가였어요. 나는 한국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한테 감사하지 마세요. 내 인생을 〈가치 있는 인생〉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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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 할 줄 알아야....
이 땅을 지켜준 이방인에게, 그리고, 청춘을 불사른 우리 국군장병 할아버지들께요...

6.25를 맞아 삼가 호국영웅들의 명복을 빕니다.
IP : 123.247.xxx.6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존심
    '09.6.25 7:32 PM (115.41.xxx.174)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이지요.
    우리가 전쟁에서 가장 크게 얻어야할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바로 생명이지요. 전쟁은 살인을 합법화하여 살인자가 아니라 영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쟁의 실체입니다.
    따라서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교훈입니다...
    그런데 이정권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북한이 생떼를 쓰니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야합니까? 전쟁은 이기고도 지는 것이 전쟁입니다.
    돌아가신 호국영령의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줄 안다면...
    당연히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호국영령께 제대로 감사해하는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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