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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라는 말

담비부인 조회수 : 212
작성일 : 2009-06-16 19:37:36
위키디피아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빨갱이(학명:Ctenotrypauchen microcephalus)는 물고기의 한 종류이다.

이크,이건 아니군. 국어사전을 찾아보지요.

빨갱이 :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일컫는 말.

내친 김에 좀 더 찾아 봤습니다.


레드 컴플렉스(Red Complex)는 빨간색을 공산주의와 동일시,빨간색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가리킨다.
한국전쟁이후 반공 교육에서 북한과 공산주의자를 묘사할 때 ‘빨갱이’라고 비하해서 부를 정도로,붉은색은 공산주의의 혁명성을 나타내는 색깔 또는 공산주의를 가리키는 색으로 여겨졌다.

초등학교 시절 포스터 물감 중 빨간색이 늘 먼저 떨어졌던 건 딱 두가지 때문이었습니다.
반공 포스터와 불조심 포스터.
최소한 빨간색이 종이의 50% 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영 밋밋한 게 성의없어 보일 지경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시절 '빨갱이'는 눈에 띄는 익숙한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능숙하게 구사할 만한 그런 단어도 아닌지라,  제가 가진 이 단어에 대한 특별한 정서는 몇 가지 개인적인 경험에서 기인한 듯 합니다.

기억 하나,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드는 증오!

명절이면 모여 앉아 퍽퍽하고 멋대가리 없는 녹두빈대떡을 부치며 싸우는 건지 대화를 나누는 건지 당최 햇갈리는 억센 이북사투리로 덕담을 나누시던 친가 어르신들은 실향민이십니다.대부분의 실향민들이 그러하듯 공산당에게 땅 뺏기고 집 뺏기고 이제 목숨까지 뺏길까 두려워 변변한 재산 하나 못 챙기고 사랑하는 피붙이를 뒤로하고 남으로 내려오신 왕년의 지주분들이십니다.
처자식 온전히 함께 내려 온 것만도 감지덕지, 공산당은 피했지만 연고도 없는 남쪽에서 그냥 소작농이나 부리며 사셨던 분들의 먹고살기의 고단함이야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모이면 이야기 하십니다.농번기에 하루종일 일꾼들 주느라 국수틀을 밟아 냉면을 뽑던 고단함이며, 그 동네는 물론 인근 3개마을 학생은 죄다 증조할아버지가 세운 학교를 다녔다는 얘기며,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던 어른 둘이 팔로 감아도 다 안을 수 없는 거대한 나무가 지금도 온전히 자라고 있을지에 대한 걱정까지.
그래서 그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빨갱이는 (사실 그냥 빨갱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빨갱이새끼 내지는 빨갱이간나 정도) 바로 부모 죽인 웬수고 나를 고향에서 내쫒은 도둑들이며 지금 나를 이 고생을 하고 살게 만드는 원흉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어떤 논리로 그분들의 개인적인 분노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남북관계 경색이고 나발이고 아랑곳 않고 풍선에 달러를 넣어 북으로 날리는 탈북자들 중에는 이런 정서를 가진 분들이 계실거라고 봅니다. 그 분들 앞에서 한국전쟁의 발발원인이니 국제 정세니 사실은 공산주의자들이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다느니 하는 말을 주억거리는건 정말이지 그분들을 비통하게 만드는 미련한 짓일겝니다.
그래서 박정희대통령이 아무리 독재를 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해도, 전두환이 광주에서 민간인을 학살해도 그들이 김일성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는 한 그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은 그냥 '빨갱이'인 것입니다.
정말이지 제가 만난 많은 어르신들은 김대중대통령이 빨갱이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김대중대통령이 빨갱이면 전교조도 빨갱이고 데모하는 사람들도 빨갱이고 시국선언하는 교수도 다 빨갱이입니다.
            
단신 월남하신 후 공산당 무찌른다고 베트남전에 자원, 왼손을 잃으신 평남 박천 출신 아버지의 사촌형님도,
영락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시며 남에게 봉사하는 삶을 사업만큼이나 중히 여기시는 평양이 고향인 이모부님도,
한국전쟁 나자 교수로 있던 남편이 빨갱이 제자들에 의해 피랍 중에 목숨을 잃어 과부가 된 이대 나온 인텔리 외할머니도,

기억 둘, 가위 눌리게 하던 공포!

소싯적부터 책 읽기를 즐겨하던 제가 닥치는 데로 읽어 치우던 학급문고에는 늘 반공도서라는 책이 있곤 했습니다.
이미 5학년때 아버지 책장을 뒤져 복카치오의 '데카메론'이며 두께가 베게만한 '천일야화' 오리지날판을 섭렵한 조숙한 저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이던 도서가 있었으니 바로 '반공포로 시리즈'(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납니다)로 기억되는 일련의 반공도서였습니다.6권 정도가 시리즈인걸로 기억합니다.휴전협정을 하며 치열하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전쟁 막바지,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철저히 반공에 입각해 기술한 그 책은 묘사의 리얼함이나 잔혹함이 도저히 초등학교 학생들이 감내할 수준이 아닌데다가 6.25동란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보가 없이 '아아,잊으랴,어찌 우리 이날을,조국의 원수...'같은 노래를 부르거나 빨간 뿔 달린 빨갱이 이미지만 입력되있던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 쇼킹한 진실이었습니다.
막연히 그리던 부정적 존재가 구체적인 사람형상이 되어 수저를 갈아 상대방에게 잔혹한 방법으로 린치를 가하고, 공산당이 싫다고 하는 반공포로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변소에 파 묻어 버립니다.그 책 속의 빨갱이는 어처구니 없는 포스터 속 빨갱이보다 훨씬 실감나고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사실적 존재였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믿을 어떤 근거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그렇게 리얼리티를 얻은 빨갱이는 한동안 밤이면 밤마다 꿈에 나타나 어린 소녀를 괴롭히는 구체적인 공포였습니다.

세월이 지나 저는    
막연한 적개심에 연로한 몸을 이끌고 나와 핏대를 올리는 노인분들보다 그분들을 이용하며 뒤에서 조정하는 자들의 파렴치함에 더 혐오를 느끼고, 내용의 객관성을 떠나 과도하게 잔인한 묘사로 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위해를 끼친 (사실 읽는 애들은 거의 없긴 했지만)그런 부적절한 도서를 버젓이 학급 문고에 꽂아두어야 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개탄도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그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알기에 그 말의 쓰임새가 너무나 혐오스러워서 적어도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빨갱이'란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말로 여길것이라고 믿고 살게 됩니다.  

적어도 결혼 후 어느 날, 식탁머리에서 '명문대 졸업생이자 전문의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성과 교양을 갖춘 남편'의 입에서 그 추억의 단어를 듣게 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신문을 뒤적이던 남자는 무심코 말합니다. "빨갱이 김대중 같으니라구"
허걱, 저는 잠시 제 귀를 의심했고 바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은 "머라구요? 어디서 그런 무식한 소리를..."

졸지에 한참 깨가 쏟아질 신혼 초 사랑스러운 색시에게 '무식한 놈'소리를 들은 남자와 그렇게 혐오해마지 않던 '빨갱이'소리를 수구꼴통 노친네도 아닌 배운 남편 입에서 듣게 된 여자는 각자의 충격과 분노와 실망으로 이후 심각한 분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분쟁은 "그냥 의료정책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화가 나서 튀어나온 말 실수이고 색깔론하고는 아무 관계 없다"는 남자의 해명과 "그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무식하고 혐오스럽다는거고 당신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지 않냐는 뜻이었지 당신보고 무식하다고 비난 한 건 아니'라는 여자의 해명으로 어정쩡한 소강국면에 접어들게 되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어서 아내는 지금껏 자기 남편이 진짜 수구꼴통이 아닐까 남편은 자기 아내가 진짜 빨갱이가 아닐까 서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최소한 집안에서 정치 이야기 엄금이라는 규칙을 정한 채 십몇년을 같이 살고 있답니다.    
물론 남자가 의도치 못한 언쟁 끝에 서가에 꽂여있던 '내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부인의 책을 폐지함에 넣어버린다거나, 여자가 남편이 보는 조선일보 구독료 고지서를 5개월쯤 안내버린다거나 하는 소소한 시비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제 남자는 자기 아내가 정기구독하는 시사인이니 한겨레21을 아내가 읽기도 전에 냉큼 집어가서 먼저 읽기도 하고, 아내는 뉴스에 보이던 국민장 세종로 인파 중 눈물,콧물 흘리며 댁의 부인도 서있었다는 걸 굳이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언론과 사상의 자유' 라는 보수나 진보나 마땅히 존중해야 할 가치를 가정에서부터 실천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피차 답답하지만 안타깝지만 민주주의란 원래 좀 비효율적이니까요.  
IP : 121.167.xxx.6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칭 빨갱이?
    '09.6.16 7:38 PM (124.49.xxx.95)

    뭘 그런걸 찾아보시나요

  • 2. 오늘의 쥐벼룩은?
    '09.6.16 7:43 PM (125.252.xxx.123)

    124.49.16.xxx가 오늘의 쥐벼룩이 되겠습니다^^

  • 3. 담비부인
    '09.6.16 7:48 PM (121.167.xxx.68)

    124.49.16XX, 왜냐하면 말이지.난 너처럼 이런 알바 안해도 잘먹고 잘살만큼 부자구 시간두 많기 때문이쥐.그럼 계속 열심히 일하렴.뭐 이런 알바 백날 뛴다고 니 팔자가 펴겠냐만서두 말이다.

  • 4. 춤추는구름
    '09.6.16 7:52 PM (220.76.xxx.161)

    잼있게 잘 읽엇습니다.
    맛있게 쓰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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