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의 구속을 접하면서 “권불십년, 남의 눈의 티, 재 묻은 개,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 ” 등의 속담이 참 실감나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간첩 누명을 쓰고 의원회관에서 발언할 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위로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권력이 무언지 물론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속되었지만 더 큰 이유는 권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모두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 이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바라보면서 짧은 의정생활기간이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의원임기도 시작되기 전에 경찰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검찰이 다시 입건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자존심 상하고 불쾌했지만 제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히 조사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순순히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기소가 되고 1심에서도 내 맘만 믿고 재판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하나님이 나에게 물어 본다 해도 결코 허위사실을 말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때서야 뭐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항소심만큼은 철저히 대응해서 무죄를 밝혀내야겠다고 나름대로 변호사 선임도 신경 써서 하고 증인들도 세웠지만 2심재판부의 분위기는 더욱 싸늘했습니다. 결국 기각되어 대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게 되었을 때 저는 고민했습니다. 의원직 사퇴를 하면서 무죄를 호소할 것인가? 그래도 대법원까지 최선을 다해볼 것인가? 상고이유서가 아닌 상고포기이유서를 써놓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수 만 명의 지역유권자들의 지지로 당선되었는데 사사로운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면 안 되지 하는 마음과 검찰과 사법부를 의원직을 버리면서라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한동안 번민을 했습니다.
결국 현 대법원장인 이용훈 변호사님을 알게 되어 여러 조언을 듣고 상고를 하게 되었지만 결과는 의원직 상실로 끝이 났습니다. 그제 서야 후회를 했습니다. 2심이 끝나고 과감히 의원직 사퇴를 하지 못한 게 지금껏 후회가 됩니다. 그 이후로도 우스운 일로 한 번 재판을 받았던 일이 있었지만 가능하면 검찰 법원에 호소하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하곤 합니다.
전 지금까지 10번을 재판을 했는데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죄인이긴 죄인인 모양입니다. 사실 의원직 사퇴를 하지 못한 것은 그래도 사법부를 믿어보자 하는 마음과 열심히 해서 유권자들에게 무죄임을 보여주고 싶은 기대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의원직이 아까워서 못 버렸는지는. 하지만 지금도 최소한 2심이 끝나고 의원직 사퇴를 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사법부를 믿었던 내가 너무 바보스럽게 생각되고 미웠던 것입니다. 또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아예 검찰 출석도 안 할것 같은 마음인데 그 땐 참 순진한 의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희대의 선거법 재판을 겪었던 저는 그때 의원직 사퇴로 깔끔하게 마무리 못한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후회는 신행정수도 법률안입니다. 노무현 후보는 충청표심을 얻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은 행정수도에서 행정복합도시로 확정되어 지금 부지매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정부들어서 재검토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법률안 심의 때 저는 개인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은 반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분산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졸속적으로 공약되었고 이를 특별법으로 추진하였을 때에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여당의원으로 그저 당론에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시 의원이 되어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반대의견을 분명히 피력하고 당론에 반대되는 투표를 할 것입니다.
비록 공약이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재검토 되어질 수 도 있다는 확신을 왜 굳건히 하지 못했는지 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는 큰 원칙을 왜 가벼이 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신행정수도에서 행정복합도시로 점점 옹색해지는 노무현 공약의 최대실수였으며 혈세낭비와 토건족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마치 대운하와 같은 셈이죠.
사실 이라크 파병은 찬성을 했습니다. . 이것은 찬성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보계열에서는 제가 이라크파병을 찬성했다고 비판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의정생활기간에 두 가지 큰 후회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이광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바라보면서 그 사퇴가 사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가 아니라 의원직에 대한 예의 때문이라고 해서 좀 다른 기분은 들었지만 그 마음에 얼마나 만감이 교차할까 연민의 정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정치가 잔인한 것인지 내가 당할 땐 몰랐는데 다른 의원들이 사법처리 될 때에야 비로소 내 지난 시간이 되살아나는 아이러니는 무슨 이유입니까? 그러나 권불십년이니 십년정도는 또 참으면 또 다른 날도 오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서 사라지면 말입니다.
많이 어렵고 힘든 요즈음입니다. “권불십년”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우리 힘을 냅시다. 서양 속담엔 이런말이 있습니다." 큰돈에는 반드시 구린내가 난다" 몸으로 때우며 사는게 가장 행복한 거랍니다.
그리고 꽃은 바람에도 지지만 제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꽃이랍니다.
여러분 참고 기다리세요.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 그것이 옳은 생각입니다.
2009. 3. 30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p.s) 이철우 전 의원은 17대 경기도 포천.연천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투표가 있기 바로 전(17대 국회의원 선거일 2004년 4월 15일 실시) 메이저 일간지들은 2~30대 청년층 투표율 제고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죠...이철우 전 의원은 조중동이 투표하지 말고 놀러가란다라는 유세중 발언을 했는데...이것이 상대후보 이름과 비슷하다하여 상대방 운동원들이 상대후보가 투표하지 말라고 했다라는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장이 접수되어 의원직을 상실한 기억이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재판과정과 결과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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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후회
유리성 조회수 : 468
작성일 : 2009-04-01 1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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