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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매상도우미

분아 조회수 : 1,656
작성일 : 2009-03-25 21:30:58
술 마셔도 괜찮은 사람에게 주는 술 면허증!

그 면허증 땄으면 헛돈 안 써도 됐을 사람 이야그~



여동생 치킨집 오픈했다.

인테리어 넘 깔끔하니 맘에 쏘옥 든다.

축의금 버겁게 넣어 아들 데불고 갔지비.

후라이드 치킨 좋아하니까 실컷 먹으라꼬~

(본전생각 ㅎㅎ)

격식 차릴 필요 없다싶어

통풍 잘 되는 찢어진 청바지 입고 갔는디~~

제부랑 마주 앉아 술 마시던 아저씨~

뒤돌아 쳐다보는데 눈동자가 풀렸다.

후라이드 치킨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제부가 아는 척 하니까 눈 풀린 아저씨

내가 누구냐고 제부한테 물어본다.

처형이란 소리에 히죽히죽 웃으며

아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디~

"여이~ 일루 와봐~"

아들, 내 얼굴을 힐끗 처다본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상대하지 말란 뜻.

(혀 말린 소리로)

"그넘 눈썹도 진한게 자알 생겼네. 일루 와 봐~

아저씨가 맥주 한 잔 주고싶어서 그려. 빨리~"

아들 또 나를 쳐다본다.

눈에 힘 주었다.

가지 말란 확인 시선이다.

그런데 그 아저씨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아들의 손목을 잡아끌고 가네~~!

동생 가게만 아니면~~~ 걍~~!!

아들에게 맥주를 따라주면서 하시는 말씀~

"임마, 내가 누군 줄 알어? 이모 아들 다니는 학교

운영위원장이야."

(누가 물어봤어?)

"야, 마셨으면 아씨한테도 술 한 잔 따라야쥐."

(얼라리?)

"엄마가 너무 젊다야~! 찢어진 청바지 입고 멋쟁이셔~!!"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이모님도 이리 오셔서 같이 한 잔 하시죠~!"

(나 원~~! 나이트 부킹하남? 누구더러 오라마라야?)

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술 취한 객기 발동하야~

아들 손목을 잡고 내 테이블로 불쑥 자리를 옮기네~!!

(이걸 어째?)

이번엔 아들이 내게 눈짓을 보낸다.

그냥 냅두란 시선~

(엄지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킨다)

도가 지나치면 지가 있으니까 걱정말란 제스츄어~

아저씨, 맥주 추가시키더니 내게 한 잔 따라주려 한다.

"난 맥주 안 좋아해요. 소주파에요."

그말 떨어지기 무섭게 소주 대령하란다.

소주 한 잔 따르더니~

"내차가 에쿠슨디~"

"충남 당진에 방위산업체 사장이유~"

"마눌이랑 사별한지 10년 됐시유~"

"돈은 자꾸 써야 되지유~"

쌍칠년도 축음기판 바늘에 걸린 것처럼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아니, 이 인간이 덜 떨어진 여자들만 만났나?

돈자랑하는 푼수 레파토리로 누굴 작업할라꼬???)

만난지 30분만에 자기 자신을 그리 완전 나체로

까발려도 되는지~

아님 조상 대대 뻥튀기 사장 족보로 살아왔는지~


"내차, 에쿠스여~ 충남 당진 방위산업체 사장......"

(또 반복이다. 아니 지 차가 에쿠스면 문짝 떼어서 내차에

붙여줄기여? 술마시고 같은말 반복하는 사람,

상대에게 그보다 더한 고문이 없다는 걸 아는쥐 모른는쥐~~~)

참 인간 종류 많다보니 별 희안빠꼼한 인간 다 만나본다.

아들,화장실 왔다갔다 하며 아저씨가 따라주는 술 말없이 꿀꺽꿀꺽~

아저씨, 골뱅이 무침도 시키고, 마른 안주도 시키고 맥주

계속 추가시킨다.

아저씨 아들더러 하시는 말씀~

"내가 시영아빠 하려고 하는데 괜찮지?"

(아~~ 콜라 속 탄산가스처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들, 천연덕스럽게 "네~" 한다.

술 취한 개 취급이 분명하다.

"엄마하고 친구해도 돼?"

"엄마가 좋다고 하면요."

"얌마~! 니가 좋다고 해야쥐~"


오마나~! 아저씨 결정타 날리는디~

만 원을 꺼내더니 아들한테 주네?

엄마하고 할 이야그 있느니 먼저 택시타고 들어가라꼬~~~

아이구 두야~~!!!

개한테 무슨 소릴 하랴???

난 술 한 잔도 안 마셨다. 마시는 척만 했다.

술 안 마시기로 작정하면 10년도 넘게 안 마신 뇨자인데

더구나 우리 술 자리 무지 가린다.

맘에 안 들고, 술 메너 없는 인간들 하곤 절대 술 안 마신다.

아들이 밖에 나가자

술값 계산을 하는디~

7만 8천원.

치킨집에서 한 테이블에 그정도 매상 올렸으면 땡이다.

"밖..으..로.. 나가시죠~오."

혀가 참기름에 스무 바퀴 돌린 것 같다.

여동생, 제부, 날 따라 모두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오니~

택시타고 가라고 먼저 보낸 아들이 떡 버티고...

참기름에 혀말린 아저씨는 아들이 눈에 들어오자

"여어~ 임마.... 아직..도..안 갔쏘오?"

"엄마 모시고 가야죠."

난, 아들 튼튼한 팔 꽉 붙잡고 부평을 향하여~~

타박타박 발바닥 행진곡을 연주하는데

참기름에 혀말린 아저씨는 멀어지는 모자의 뒷통수에다 대고

"그래, 자~알 가라!! 자~알 가!!!"

그날 울 모자는 치킨집 매상 도우미 역할을 확실하게 했단 말씀!

술꾼들이여~!

아무리 궁해도, 아들하고 같이 온 에미한테 작업하지 마이소.

왜?

허당입니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IP : 122.44.xxx.4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3.25 9:37 PM (211.179.xxx.12)

    하하하.. 아드님 맘에 쏙 듭니다.

  • 2. 이상타
    '09.3.25 9:39 PM (123.215.xxx.76)

    전 좀 이해가 안가네요
    그런 술 취한사람이 헛수작 부리는데
    동생이랑 제부가 가만히 있었다는게 이상해요
    아들도 아무리 자기가 있다고 그냥 놔두라고 했다는것도 그렇구요

  • 3. ㅋㅋ
    '09.3.25 9:39 PM (117.20.xxx.131)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별의별 사람 다 있군요. ㅎㅎ

  • 4. 저도
    '09.3.25 9:41 PM (124.111.xxx.102)

    기껏 매상올리자고 제부와 아들이 처형과 엄마가 희롱당하는걸 참고있다니 이해가 안갑니다.

  • 5. 존심
    '09.3.25 9:45 PM (211.236.xxx.21)

    아 떼레비 드라마 생각난다.
    이렇때 꼭 이런 장면 나온다...
    맥주잔의 술을 얼굴에 확 삐려버린다...
    그리고 따귀 한때 줘 갈기고
    아들 손잡고 나간다.
    그리고 택시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 6. 통통생쥐
    '09.3.25 10:05 PM (122.35.xxx.4)

    원글님이나 제부,아드님들이 좋아서 그러고 있었겠나요..개업집이라잖아요,,
    개업한 집에 축하하러 와서 그럼 깽판치고 난리부려야겠습니까?
    제부얼굴,여동생 얼굴 보고,,치킨집 앞으로 잘되라고 그런일 있어도 언니로서..어른으로서 참으신게지요,,전 원글님 심정 이해됩니다..
    그걸 단순하게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부치시는건 아니라고 봐요..

  • 7. 그러게..
    '09.3.25 10:13 PM (121.183.xxx.156)

    전 원글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저도 갠적으론 술취한사람하곤 상종안합니다..
    손님 말하는 꼬라지가 상종할 인간입니까..?

  • 8. 야옹
    '09.3.25 10:29 PM (118.41.xxx.204)

    저도 울컥하고 이해도 안가지만..
    다른분들 말씀처럼 개업집에 어찌 확 엎을수 있나요..
    술취한놈 상대해봐야 밑지는거 뻔한걸요...

  • 9. 정말
    '09.3.25 10:32 PM (124.54.xxx.229)

    재미있게 읽었어요 ^^

  • 10. ..
    '09.3.25 10:39 PM (59.17.xxx.22)

    연륜이 느껴져요.

  • 11. ...
    '09.3.25 10:59 PM (125.131.xxx.229)

    원글님 마음 잘 이해되고 글도 재미나게 잘 쓰셨네요^^

  • 12. ^^
    '09.3.26 12:28 AM (119.71.xxx.50)

    동생가게 개업날인데 참아야죠. 저같아도 참았을거에요.
    글도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2222

  • 13. 에구..
    '09.3.26 1:26 AM (118.47.xxx.224)

    그런 계통 장사를 안해보신분들..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술취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솔직히 그순간 인간도 아니예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어요.
    그런것 가지고 '손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 라는등등의 문제를 갖고
    손님과 실랑이를 하려고 하면 그런 종류의 장사는 포기하셔야 합니다.

    술취한 손님들을 그렇다고 안받을 수 있나요?
    손님은 술이 많이 취했으니 그만하시고 들어가라고 하면서 장사 할 수 있나요?
    먹고 사는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계통의 장사를 하시려면 최소한 그런것쯤은 속이 뒤집혀도 넘어가야 합니다.
    직장생활만 하셨거나 술취한 손님들을 상대로 하지 않는 장사만을 하시는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원글님께서 입이 없어서.. 또는 아드님 또는 동생 내외분이 할 말을 못해서 문제삼지
    않으신거 아닙니다.

    동생 내외분도 많이 미안했겠지만 원글님이 그냥 넘어가자는 눈짓을 보냈으니
    넘어갔겠지요.
    이 부분도 이해 못하시는 분은 못하실겁니다.
    그런분들은 절대로 절대로 술을 파는 계통의 장사를 하실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

    저도 한성질 하고 밖에서는 누가 제게 싫은 소리 한마디라도 하면 그냥 못넘어가는
    성질이지만 장사할때는 그러지 않습니다.

    오늘도 술취한 단골손님 횡설수설 어쩌고 하면서 은근히 반말을 합니다.
    그냥 그 순간만은 인간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장사 1년 넘게 하다보니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그러고 삽니다.

    그런꼴 보기 싫으면 속편하게 장사 접으면 됩니다.

    나름 힘들게 장사 결정하고 시작하신 분들(동생내외) 도와주러
    다녀오셔서 그나마 웃자고 올리신 글에 까칠한 댓글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남일 같지 않아서 댓글 달았습니다.
    읽고 맘상하셨어도 이해해 주시구요~

  • 14. 진짜 술마시면
    '09.3.26 1:42 AM (220.75.xxx.180)

    개같은 사람 많습니다. 술 안마시면 사람이 그렇게 좋은데 술 마시고 취하면 개 되는 사람 내 주위에 많아요. 에휴 울 시아버님,도련님 남편은 개되려다
    술먹고 횡설수설하는거 집안내력인가 에휴 지겨워

  • 15. 저도
    '09.3.26 8:49 AM (119.69.xxx.26)

    오랫만에 재미있는 글 읽었네요~

  • 16. phua
    '09.3.26 10:35 AM (218.237.xxx.119)

    이런 사실을 남 이야기하 듯 하기가 쉬운 것은 절때 !! 아니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했던 동생이나,참아야 했던 원글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동생네 치킨집 " 대박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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